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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페셜 - 우주 이야기] (35) 발사체 추진제 탱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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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11 10:00:00 수정 : 2017-11-11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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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의 산화제 탱크 EM(엔지니어링 모델)을 이송하는 모습.

한국형 발사체가 1단 로켓과 추진제 탱크를 분리하는 상상도.

엄청난 힘과 압력, 속도를 견뎌야 하는 우주 발사체에서는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자동차나 항공기는 연료를 태울 때 필요한 산소를 그냥 대기 중에서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대기가 없는 곳까지 날아가야 하는 우주 발사체는 연료를 태울 수 있는 산화제(액체 산소)를 별도로 싣고 가야 하는 문제에 직면한다.

한국형 발사체 1단 로켓의 산화제 탱크(왼쪽)와 연료 탱크의 단면 이미지.

미국의 우주 왕복선 ‘아틀란티스’호가 발사된 뒤 떨어져 나온 연료 탱크의 모습. 출처=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 발사체의 추진제(연료+산화제) 탱크는 보통 로켓 전체 크기의 80% 정도를 차지한다. 공기가 없는 우주 공간에서도 비행해야 하기 때문에 연료와 산화제를 모두 가지고 가야 한다.

발사체의 추진제 탱크는 최대한 가벼우면서 튼튼하게 제작되어야 한다. 산화제로 쓰이는 액체 산소가 영하 180도에 이르고, 비행 시에는 엄청난 속도와 압력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로켓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가벼워야 한다.  

◆탱크 내벽에 삼각형이?

한국형 발사체에 사용되는 추진제 탱크는 최대 높이가 10m, 지름은 3.5m에 달하지만 두께는 2.5~3㎜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덩치만 큰 음료 캔과 마찬가지다.

이렇게 얇은 두께를 가진 추진제 탱크는 비행 중 겪게 되는 압력과 하중에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로켓이 날 때 추진제 탱크의 내부에는 대기압의 4~6배의 압력, 비행 중 관성력과 공력에 의해 하중이 각각 가해지게 된다.

특히 발사체는 보통 원통형 구조물 형태로 ‘좌굴’에 취약하다. 좌굴은 양단에 압축 하중이 가해졌을 때 어느 정도에 이르면 기둥이 찌그러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발사체가 좌굴 하중을 이겨내지 못하면 몸통이 찌그러져 버린다.

때문에 발사체의 몸통에 해당하는 추진제 탱크 내부에는 이러한 압력과 하중을 버티기 위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추진제 탱크 내벽에는 빽빽하게 삼각형들이 자리 잡고 있다. 탱크의 무게는 줄이고 강성은 높이기 위해서 삼각형 형태의 보강 구조가 반복되는 등방성 격자구조(Isogrid Structure)가 배치되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삼각형 각 변의 하중을 지지하고 탱크의 파손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등방성 격자구조는 반복적인 계산과 해석이 필요한 극히 까다로운 기술에서 탄생한다.

한국형 발사체 추진제 탱크의 내부 격벽 이미지.

◆탱크 내부 액체 출렁임을 방지하라!

발사체의 연료인 케로신과 산화제인 액체 산소는 모두 액체인데, 탱크 내부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이 유동이 충격을 가하게 된다. 기름을 연료로 쓰는 자동차도 유동 때문에 연료 탱크 내부에 손상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런 현상을 줄이기 위한 장치들이 설치된다.

연구진들이 산화제 탱크를 살펴보고 있다.
우주 발사체의 추진제 탱크도 마찬가지다. 크기가 훨씬 크고, 연료와 산화제의 양도 많기 때문에 탱크 내부에서 강력한 유동이 발생하면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탱크 크기와 연료, 산화제의 양에 최적화된 두께와 장치들, 고정 방법 등이 적용된다.
NASA에서 개발 중인 대형 로켓의 연료 탱크.출처=NASA


‘나로호’ 발사 당시 장면. 얼음이 떨어져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로호’ 개발을 통한 선행연구의 값진 결실

추진제 탱크 내·외부에서는 앞서 소개한 것들 외에도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다.

예를 들어 액체 산소를 산화제로 쓴 로켓은 산화제 주입과 동시에 탱크 외벽에 하얀 결빙이 생긴다. 액체 산소의 온도가 영하 183도로 극저온 상태이기 때문에 외벽의 공기가 냉각되면서 발사체 겉에 얼음이 달라붙게 되는 것이다.

액체 산소는 기화 속도도 무척 빠르기 때문에 이를 주입하고 저장하는 데서도 탱크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은 국내 기업과 함께 추진제 탱크의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이뤄낸 성과다. 현재 개발 중인 한국형 발사체(KSLV-Ⅱ)에 앞서 ‘나로호’ 개발 당시 진행한 선행 연구·개발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독자 발사체의 개발을 위해서 미리 대형의 경량 압력구조물을 개발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하고,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든 공정을 진행해 본 경험이 것이 값진 자산이 되었던 것이다.

<한국형 발사체의 산화제 탱크 EM(엔지니어링 모델) 이송 영상> 


한국형 발사체의 산화제 탱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홍보실

*지난주 편집자의 실수로 기고가 게재되지 못했는데, 미리 알려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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