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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청·對이란 강경 외교… 빈살만, 푸틴·시진핑 전략 답습?

입력 : 2017-11-07 20:21:56 수정 : 2017-11-07 22: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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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자의 난’ 분석해보니 / WSJ “지지율 제고 노린 것” / 젊은층 기득권 부패 불만 불식 / 권력 강화용 정치 이벤트 관측 / 왕자들 해외자산 몰수도 큰 이권
사우디아라비아 제1 왕위계승자인 모하메드 빈살만 알사우드(32·사진) 왕세자가 추진하는 숙청 작업은 왕권과 지배층 부패에 염증을 느끼는 젊은 층 지지를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우디가 ‘외부의 적’인 이란과 연일 각을 세우는 것에서도 빈살만의 권력 강화 의도가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빈살만이 2000년대 초반 신흥재벌을 몰아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012년 대대적인 사정작업을 통해 높은 지지율을 확보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례를 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엘리트 계층의 부정부패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실제 목적은 사법정의 구현보다는 빈살만의 권력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이다. WSJ는 “대대적인 숙청에는 항상 지지율 상승이 뒤따른다”고 전했다. 빈살만의 숙청 작업은 특히 젊은 층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정치적 이벤트라는 분석이다.

현재 사우디는 114조원의 재정적자에 따른 상여금 삭감 등 각종 부담을 서민들이 나누고 있지만 지배 계층은 부정행위를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젊은 층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미 NPR방송에 따르면 사우디 젊은 층은 2009년 제다에서 홍수로 100여명이 숨지는 사건 등이 건설업계를 장악한 지배계층의 부정부패 탓에 발생했다고 보지만 지배층에서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빈살만의 반부패위원회는 제다 사건도 재조사하기로 했다. 파와즈 게르게스 런던정경대 교수는 “빈살만 지지층은 사우디의 혼돈과 부패를 직접 눈으로 보고 겪은 30세 이하 젊은 층”이라고 말했다.

천문학적 재산을 해외에 숨긴 지배층을 압박해 국내로 들여오도록 하려는 경제적 목적도 이번 숙청의 배경으로 꼽힌다. 앤드루 보언 미국기업가협회 사우디 전문위원은 “(재정적자 해결을 위한)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상장과 별개로 (자산몰수 권한을 가진) 빈살만이 부패한 왕자 등의 해외 재산을 몰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예멘의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을 계기로 이란을 맹비난하는 등 강경한 외교 노선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카타르 단교 사태를 주도한 대이란 강경파 빈살만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예멘 내전 개입에 반대하는 세력을 압박하는 등 내부 단속 목적이 숨어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빈살만 왕세자는 7일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이란이 후티 측에 미사일을 제공한 것은 사우디에 대한 전쟁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며 “직접적인 군사 행위”라고 밝혔다. 야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 역시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사일이 이란에서 해체된 뒤 예멘으로 밀수됐고, 이란 혁명수비대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도움으로 발사됐다”고 말했다. 그는 공격 받은 국가의 자위권을 보장한 유엔헌장 51조를 인용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BBC방송은 사드 하라리 레바논 총리의 사퇴도 시아파 영향력 확대를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사우디가 내린 결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사우디의 이런 광폭 행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트위터에 “그들이 지금 하는 일을 크게 신뢰하고 있다”고 밝힌 점도 빈살만에 힘이 되고 있다.

다만 부패 연루자들을 리야드 리츠칼튼 호텔에 감금한 상태에서 구체적인 혐의조차 공개하지 않는 점 등은 투자 유치에 부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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