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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글로컬과 애니메이션 ‘엄마까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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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07 21:30:09 수정 : 2017-11-07 21: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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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지역서 만든 ‘엄마 까투리’
뮤지컬·캐릭터로도 크게 인기
지방이라는 장벽을 이겨내고
글로컬 실현한 성공신화 기대
문화콘텐츠업계에서는 글로컬(Glocal)이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글로컬은 국제(Global)와 현지(Local)의 합성어로 지역 특성을 살린 세계화를 의미한다. 지방에 있는 문화콘텐츠업계는 서울 소재 업체에 비해 많은 열악한 조건을 갖고 있다. 제품개발을 위한 투자를 유치하기가 어렵고 시장 개척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특히 전문화된 인력을 충원하는 데는 어려움이 크다. 그래서 지방에서 할 수 있는 독창적인 소재를 발굴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성공할 수 있는 ‘가장 지역적인 콘텐츠’를 생산해내려는 노력이 더욱 더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지방에서 발굴한 소재의 고유한 로컬리티에 기초한 콘텐츠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넥스트콘텐츠페어’ 행사에 다녀왔다. 전국에 있는 20개 콘텐츠산업진흥기관이 참가한 전시회였다. 이 행사는 각 지역 문화콘텐츠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류영현 문화부장
이 자리에서 만난 인사들은 한결같이 각 지역에서 전문화된 인력을 구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전문인력을 구하려면 서울에 분원을 설치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요즘, 구직자들이 지방에 있는 업계에도 눈을 돌렸으면 좋겠다는 호소로 들렸다.

이날 행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이 만든 TV애니메니션 ‘엄마까투리’였다. 이를 통해 지방 문화콘텐츠의 ‘희망의 씨앗’을 발견하는 듯했다. ‘엄마까투리’는 원래 우리나라 최고의 동화 작가로 불리는 고 권정생의 작품이다.

권정생은 안동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면서 ‘몽실 언니’, ‘강아지 똥’ 등의 동화를 쓴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은 동화 ‘엄마까투리’를 52부작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교육방송(EBS)을 통해 방영했다. EBS에서 인기를 끌면서 케이블 채널인 대교어린이, 디즈니채널·재능TV, JTBC 등 다양한 케이블 방송이 앞다투어 내보내기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엄마까투리’는 지난 4월에는 서울 소월아트홀에서 어린이 국악뮤지컬로 공연됐다. 어린이 뮤지컬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61회에 걸쳐 2만여명의 관람객을 끌어들였다. 나아가 안동과 부산, 대구, 구미 등 지방 공연에서도 매진사례를 기록했다.

‘엄마까투리’는 캐릭터로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완구와 물놀이용품, 식음료, 화장품, 식기 등 다양한 아이템에 적용돼 저작권과 상표권 등 저작물에 대한 계약이 이뤄졌다.

‘엄마까투리’는 해외에 수출하는 길도 열렸다. 이를 베트남 최대 국영 방송사인 VTV7이 주 2회씩 6개월 일정으로 방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 베트남에 수출되기는 처음이다. ‘엄마까투리’는 경북과 안동이라는 지역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김준한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장은 “지역이 가진 콘텐츠자원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시키면, 그 지역만이 갖는 독특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경북지역 23개 시군이 각각 한 개 이상의 킬러콘텐츠를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지역특색을 기반으로 지역밀착형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해야 글로컬로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화콘텐츠도 희소화와 차별화, 고급화 전략이 있어야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

‘엄마까투리’를 보면 2003년에 국내업체가 공동으로 기획 제작한 ‘뽀롱뽀롱 뽀로로’가 떠오른다. 어린이들의 대통령으로 불리며 가장 유명한 국내 캐릭터로 자리 잡은 ‘뽀로로’도 처음에는 유아용 TV 애니메이션에서부터 시작됐다. ‘뽀로로’는 하나의 자원을 토대로 다양한 사용처를 개발해내는 이른바 원소스멀티유스(One source multi use)의 우리나라의 원조 격이다. 애니메이션이 영화와 게임, 캐릭터상품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엄마까투리’가 ‘뽀로로’를 넘어 세계적으로 성공한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나아가 지방이라는 장벽을 이겨내고 진정한 글로컬을 실현한 문화콘텐츠 성공신화가 탄생하는 것을 보고 싶다.

류영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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