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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엄마 나라 탐방’ 정체성 확립의 기회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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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08 21:09:27 수정 : 2017-11-10 13: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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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문화활동 가운데 결혼이주여성의 출신지 국가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학교에서는 ‘엄마 나라 탐방’ 혹은 ‘외갓집 나라 방문하기’ 등 다양한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TV나 일간지 지면 가운데서도 ‘고향 탐방’이나 ‘고부열전’ 등과 같은 테마로 다문화 이주여성에게 고국을 다녀오게 하고 있다. 모처럼 그리운 부모형제를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며 이에 따른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학교의 다문화 프로그램이든 아니면 TV나 신문사의 기획 제작이든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함에는 두말할 나위 없다. 세계화 혹은 글로벌 시대에 해외여행은 일상에 가깝지만 아직 다문화가정 가운데는 마음 놓고 친정 나들이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마음 같아서는 매해 자녀들 방학 때마다 함께 고국땅을 찾고 싶어도 다문화가정의 현실적인 여건으로 쉽게 나설 처지가 아니다. 더욱이 해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항공료 인상을 감안하면 한 가족이 모두 나선다는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감히 엄두도 못 낼 형편이다.

현재 많은 프로그램 가운데 다문화가정의 결혼이주여성이나 학생들이 고국이나 엄마나라 혹은 외갓집을 방문하고 있다. 비록 길지 않은 기간으로 짧게는 3박4일, 길게는 한두 주 다녀오게 된다. 주된 목적은 다문화이주여성들이 오매불망 친정 부모형제를 만나고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어머니 나라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고부열전’과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같이 동행하면서 일상에서 응어리진 고부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이길연 다문화평화학회 회장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내용을 담을 수는 없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목적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모처럼 가족을 상봉하고 여기저기 들르면서 문화재 탐방 및 음식 체험하기 등 플래카드를 앞세워 사진 찍고 다음 코스로 이동하기 바쁜 일정이다. 실적 보고용이나 누군가에게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제한된 경제적 문제나 장기간 체류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겉치레 위주의 행사가 진행된다면 그를 통해서 정작 당사자들에게 무슨 감동과 가슴 벅찬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기왕에 어렵게 기획한 행사라면 좀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새로운 문화적 체험을 통한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보여주고 다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며 미래 새로운 꿈과 소망을 심어줄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의 색다른 문화의 만남과 체험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가슴 깊이 각인된다. 이는 성장과정에서 다양한 자양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이 다문화가정 자녀들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특히 동남아 저소득 국가인 개발도상국 출신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는 이탈된 정체성으로 말미암아 힘들고 소모적인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

어머니 나라 탐방이나 체험을 통해 자아정체성을 확립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지 보여 주기식이나 사진 찍기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어머니 모국의 문화를 통한 정체성 확립은 자신이 살아갈 미래 세계에 대단히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길연 다문화평화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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