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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지중해] 135년째 빚는 예술, 그 미완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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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10 10:00:00 수정 : 2017-11-10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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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기항지 스페인 바로셀로나
1882년에 착공해 아직 미완성인 가우디의 걸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가족성당으로 알려진 이 건물은 2026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창밖에서 들리는 웃음소리에 눈을 떴다. 창밖은 파란 색상이 어우러져 있다. 하늘 위는 하얀 구름과 파란 창공이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하고 바다는 짙은 청록색의 물결이 넘실댄다. 눈을 비비고 커피를 내렸다. 객실에 비치된 가운을 걸치고 커피향을 맡으며 발코니에 앉아 아침을 즐긴다.

승객들이 안전교육을 받고 크루즈의 탑승을 하고 있다.
눈앞으로 지중해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다. 제노바항에서 올라탄 크루즈 선박은 바다 위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흔들림 없이 편안한 잠자리를 선사했다. 덕분에 시차의 피로도 잊은 채 푹 쉬었다. 눈앞에 보이는 물결을 보니 아직 육지에 다다르려면 시간이 남은 듯하다. 전날 오후 밀라노를 떠나 제노바에 도착했지만 밀라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터라 제대로 둘러볼 겨를도 없이 크루즈에 올랐다. 이탈리아 제1의 항구인 제노바는 모험가 콜럼버스와 음악가 파가니니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16세기에 지어진 시청에는 콜럼버스의 편지와 파가니니의 바이올린이 보존돼 있다고 하지만 직접 볼 기회는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지중해로 나섰다. 

발코니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니 옆 객실 부부가 나와 인사를 건넨다. 본인들의 소란스러움에 잠을 깼는지 조심스레 물으며 대화를 시작한다. 어디서 왔는지 누구와 함께 왔는지 소개하는 찰라 또 다른 옆 객실의 부부도 나와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아! 이 웃음소리였다. 조금 전, 침대에서 나를 일으켜 세운 맑은 웃음소리는 이 부부들의 아침인사와 더불어 전해진 소리였다. 양 객실 부부는 스위스에서 온 친구 사이라고 했다. 함께 여행하는 두 부부의 사이에 내 방이 끼어 있는 셈이다. 덕분에 여행기간 이렇게 발코니에서 만날 기회가 자주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크루즈 내 중앙 홀 카페테리아. 아침식사를 마친 승객들이 한가롭게 차를 마시고 있다.
크루즈 첫날, 설렘으로 이웃과 인사를 나누고 아침식사를 하러 내려갔다. 선상에는 식사를 제공하는 여러 레스토랑이 있지만 뷔페보다 따뜻한 빵과 수프를 선택했다. 기항지 도착이 오후 1시여서 여유 있는 아침식사를 즐겼다. 첫 기항지는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이다. 바르셀로나는 신선하고 풍부한 식재료가 넘쳐 훌륭한 음식이 많은 미식의 도시이지만 오후 관광을 마치고 선상에서 저녁식사를 한다고 하니 바르셀로나 거리의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없어 아쉬웠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성당 주변의 모습.
하얀 고릴라 사진 한 장 때문에 찾고 싶었던 바르셀로나 시내 곳곳에서는 가우디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날 수 있었다. 스페인어로 눈송이라는 뜻의 ‘코피토 데 니에베’라는 이름의 하얀 고릴라는 1966년 중앙아프리카의 기니에서 발견돼 바르셀로나 동물원에 옮겨진 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영화를 비롯해 많은 문학작품에도 등장했던 하얀 고릴라는 2003년 세상을 떠났다. 비록 색소 결핍에 의한 알비노 고릴라였지만 세계에서 유일했던 하얀 고릴라는 그 이후로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얀 고릴라는 떠났어도 바르셀로나는 완성되지 않은 대성당과 고딕 건축물, 신고딕 양식의 건축물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모습을 품고 있다.

중세 벽이 남아 있는 바르셀로나 바리 고딕의 골목길.
아침식사를 마치고 데크에 올랐다. 수영을 즐기기 위한 사람들과 독서를 즐기며 햇살을 만끽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읽고 있던 소설책 한 권과 여행서 한 권을 들고 햇살을 즐기기 위해 선베드에 자리 잡았다. 조금 후 만날 바르셀로나 관광책자를 펼쳤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에서 마드리드 다음으로 큰 도시다. 지중해를 접하고 있으며 베소스강과 로브레가트강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유명한 람브라스 거리를 기준으로 북서쪽에는 언덕들이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고 남서쪽의 구시가지는 항구를 중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건물의 피카소 그림이 인상적이다.
크루즈가 항구에 도착할 때쯤 되니 주위가 분주하다. 기항지에 내릴 준비를 하기 위해 모두 서두른다. 안내에 따라 대극장으로 향했다. 미리 신청한 관광안내 상품에 따라 그룹을 나눈다. 영어, 불어, 독일어, 이태리어, 스페인어 등으로 가이드가 배정되지만 아직 한국어, 일어, 중국어 등은 없어 영어팀에 합류해 관광하기로 했다. 지난밤 환영파티로 쇼가 진행된 대극장은 기항지 도착 전 관광팀에 따라 그룹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쇼 못지않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승선객들의 언어와 특유의 행동들이 재미있다. 

  영어로 안내하는 남자 가이드다. 기항지에 도착하자마자 피켓을 든 그를 따라 바르셀로나를 만나기 위해 나섰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가우디의 유명작품인 카사 밀라와 다채로운 타일 모자이크로 뒤덮인 카사 바트요 주변을 따라 가우디와 더불어 몬타네르, 푸치 이 카다파르크 등 바르셀로나의 모더니즘 건축에 큰 영향을 끼친 대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19세기 바르셀로나시의 계획도시인 ‘에이샴플라(Eixample)’ 지역 중심인 그라시아 거리에서 19세기에 지어진 건물을 따라 현대 거리에서 과거의 시간을 느낀다. 함께 한 그룹의 젊은 친구들은 자라, 망고 등 그들에게 친숙한 스페인 브랜드 쇼핑에 정신이 없다.

다채로운 타일 모자이크로 뒤덮인 동화 속 집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가진 카사 바트요.
바르셀로나의 다양한 색채를 떠오르게 하는 유명 모자이크 작품들로 만들어진 구엘 공원은 변함없이 아름다움 모습으로 관광객을 맞이했다. 가우디의 미완성 작품인 신고딕양식으로 만들어진 ‘성가족성당’ 역시 미완성 상태이지만 아름다움은 더 빛나고 있었다. 

몬주익성 인근의 조각상.
몬주익 언덕과 호안 미로 미술관 주변에서 바르셀로나 시내와 지중해 바다를 내려다보며 아쉬움을 마무리했다. 옛 추억에 남아 있던 바르셀로나는 지금의 기억이 덧칠돼 더 특별하게 보인다. 저 멀리 우리 크루즈 배가 보인다. 승선할 시간이다. 

몬주익 언덕에서는 바르셀로나 시내와 지중해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다.
5시간의 짧은 관광으로 바르셀로나를 만끽할 수 없었지만 스페인 전역의 명소를 한 곳에 재현한 ‘스페인 마을’ 카페에 앉아 마신 한잔의 상그리아에 추억을 담고 바르셀로나를 뒤로하고 크루즈에 올랐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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