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철은 기원전 2~3세기대에 처음 나타나지만, 생산단계는 기원 후 고대국가가 성립된 이후에 본격화된다. 최근 충주 칠금동에서 4세기대 백제 제철유적이 확인되었다. 그곳은 철광석 산지가 풍부하고 남한강의 수계가 인접해 있어 유통에 유리함과 동시에 연료를 제공하기 좋은 풍부한 산림이 있는 철 생산의 최적지이다.
이곳에서 발굴된 노(爐)의 구조는 매우 단순했다. 평면 형태는 원형이고 노의 벽체는 모래와 점토, 볏짚 등을 섞어 만든 반지하식 구조인데 규모는 내부 직경이 1~1.5m 전후한다. 이러한 노에서 철을 만드는 원리는 다음과 같다. 철광석은 대개 철과 철 이외의 광물로 이루어져 있다. 철 이외 광물들은 열에 녹는 점이 철보다 낮아 빨리 노 밖으로 빠져나오게 되고, 무겁고 녹는 점이 높은 철은 노 내에서 뭉쳐지거나 나중에 뽑아내는 원리이다. 노의 구조만 보았을 때는 단순하여 조업 재현도 쉽게 해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실험은 만만치 않았다.
전통 제철기술을 복원을 위한 ‘고대 철 생산 복원실험’ 모습.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철의 생산기술의 변천을 단순히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조상들의 지혜를 찾기 위해 다가오는 11월 14일(화)에 실험을 실시한다. 이번 실험은 충주 소재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내 실험장에서 진행하며, 그 옛날 4세기대 조상들이 어떻게 철을 생산했는지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한지선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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