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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외래종 문제,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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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09 21:26:23 수정 : 2017-11-09 22: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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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종서 생태계 보호 위해서는
정밀 진단평가 통해 훼손 정도와
외래종 속성·진행 단계 파악후
물리·화학·생물학적 처방책 적용
외래종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살인개미로 불리는 붉은 불개미(붉은 열다미개미)와 뒤이어 발견된 좀벌레의 영향이 크다. 최근엔 섬진강에 외래종 조개의 출현으로 재첩 수확량의 감소가 예상되는 등 어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래종 문제가 근래에 발생한 것은 아니다. 그 역사는 길고 우리에게 미친 영향도 매우 크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문제가 발생할 때만 잠깐 관심을 보였을 뿐 외래종에 대해 보다 깊이 연구하고, 그 결과에 근거해 우리의 환경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을 도외시해 왔다.

외래종은 원래 한국에 없던 생물이 인간 간섭의 영향으로 다른 지역에서 들어와 정착한 종(種)을 말하는데,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다양하고 심각하다. 동물과 식물을 가리지 않고 다른 생물에 영향을 미쳐 그 생존을 위협하고, 환경을 크게 바꿔 생태계 전체를 뒤흔든 사례도 있다. 한때 전 국토의 절반가량을 덮고 있던 소나무림이 현재 과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것도 솔나방, 솔잎혹파리, 재선충 피해로 이어진 외래종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이러한 외래종은 건강한 환경에는 침입하는 경우가 드물고 주로 건강하지 못한 환경에 침입한다. 사람도 건강한 사람은 질병에 잘 걸리지 않지만 면역기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어린아이나 면역기능이 약화한 노인은 병에 걸리기 쉬운 것과 같다.

이창석 서울여대 교수·생태학
국내에 침입한 외래종을 국토 전체·지역·장소 수준으로 살펴보면, 사람들이 자주 왕래하는 도시·농경지·해안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고도가 높고 경사가 급한 산지에는 거의 분포하지 않는다. 또한 외래종은 인공조림지나 사람들의 직접적 간섭이나 오염과 같은 간접적 교란으로 발생한 팥배나무 숲 같은 곳에 많이 분포한다. 숲의 종류가 많고 적음에도 차이를 보여 숲의 종류가 많은 곳에서는 외래종이 적은 경향이 있다. 숲의 종류가 많다는 것은 산이 제 모습을 갖춰 계곡·산자락·산중턱·능선·산봉우리 등을 고루 갖춰 해당하는 장소에 적합한 숲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이고, 그 종류가 적은 것은 개발로 인해 지형의 일부를 상실해 그 지형에 성립할 수 있는 숲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래종은 등산로 입구에 많이 분포한다. 등산로 폭과도 관계돼 폭이 넓으면 많이 분포하고 좁으면 적게 분포한다. 빛의 세기와도 밀접해 등산로 주변의 밝은 곳에는 많이 분포하고 숲 내부로 들어가며 빛의 세기가 약해지면 줄어든다. 하천변에서는 외래종의 분포가 강변식생의 질과 밀접하게 관계된다. 강변생태계가 제 모습을 갖춰 버드나무 숲이 성립된 곳은 외래종이 적지만 사람의 간섭으로 강변식생이 빈약해진 곳에는 외래종이 번성함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외래종의 정착과 확산에는 인위적 간섭에 기인한 교란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외래종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확하고 정밀한 진단평가를 통해 훼손 정도를 파악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외래종의 침입과 확산 정도를 진단하는 평가가 필수로 동반돼야 함은 물론 침입한 외래종이 어떤 생물학적 속성을 갖고 침입의 단계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이후 외래종을 제거하기 위해 침입·확산의 정도와 단계, 그리고 대상 생물의 생물학적 속성에 따라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방법을 적용하면 된다. 그러나 어떤 방법을 적용하든 결국에는 해당 지역의 자연 및 인문환경을 포괄하는 생태 정보를 수집해 생태적으로 건전하고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람과 같이 생태계도 건강하게 유지시켜 악성 외래종이 침입할 틈을 주지 않는 예방 차원의 대책이 구비돼야 한다. 아울러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이 크게 부족한 국내의 현실을 고려할 때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 정책 개발·실행자, 그리고 관심 있는 시민이 지식과 지혜를 공유할 수 있는 연구의 장이 마련돼야 하며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데이터베이스(DB) 체계도 완비돼야 할 것이다.

이창석 서울여대 교수·생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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