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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영하 3도·시내선 60㎞ 주행… 단위로 소통하는 세상

입력 : 2017-11-11 03:00:00 수정 : 2017-11-1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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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선 지음/김영사/1만4000원
단위로 읽는 세상/김일선 지음/김영사/1만4000원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기까지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은 무언가를 ‘재는’ 일이다. 스마트폰의 충전 상태를 점검하고, 버스의 주행 속도와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 시간을 파악한다.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인간의 일상은 이러한 측정 행위들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측정의 대상이 되는 물리량의 결정체가 단위이며, 오늘날 인간이 세계를 과학적으로 얼마나 세밀하게 이해하고 있는지는 단위들에 대한 정의에서 나타난다.

신간 ‘단위로 읽는 세상’은 인간과 인간의 약속을 통해 탄생한 단위가 우리 삶에 어떤 식으로 녹아있는지 살펴보는 책이다. 삼성전자와 노키아 등 IT기업에서 개발업무를 맡았던 저자 김일선씨는 “단위는 사람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도구였던 만큼 역사가 길다”면서 “오늘날 인간의 각종 활동들은 대체로 단위라는 기반 위에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단위는 인간이 자연을 바라볼 때 객관적 의미를 부여하는 도구이자,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창문이다. 일상에서 가장 밀접하게 사용하는 단위는 바로 시간이다. 하루, 한달, 일년과 같은 일정한 길이의 시간을 나누는 기준을 정하는 것은 보물을 나누어 갖는 문제와 비슷하다. 하루와 한달, 일년을 어떻게 나누어야 ‘생활하기 편리한가’하는 문제를 푸는 셈이다. 지구의 자전에 기반을 둔 하루와 공전을 기준으로 하는 일년은 천문학적 기준이므로 인간이 정하는 것이 아니지만, 이미 정해진 하루를 어떻게 ‘자를’ 것인지는 인간의 문제다. 24와 60은 100 이하의 숫자 가운데 약수가 가장 많다. 1과 자신을 제외하면 24의 약수는 2, 3, 4, 6, 8, 12이고, 60의 약수는 2, 3, 4, 5, 6, 10, 12, 15, 20, 30으로 각각 6개, 10개에 이른다. 시간을 나눈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나눌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할수록 편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하루를 24와 60으로 나눈 것은 가장 효과적인 방안인 셈이다.

때로는 단위가 대상을 부각시키는 용도로도 활용된다. 1캐럿이 0.2g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면, 다이아몬드의 무게 단위로 g을 쓰는 것에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캐럿을 고집한다. 다이아몬드에만 사용되는 별도의 단위를 쓰는 것이 다른 보석과 차별화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책은 이 밖에도 단위가 우리 삶을 떠받치는 존재라는 점을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보여준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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