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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토리] "목줄 풀고 마음껏 뛰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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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11 10:30:00 수정 : 2017-11-11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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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반려견 약 513만마리 추정 / 이용 가능한 공공시설 고작 13곳 / 서울만 하루 평균 340마리 방문 / 10만㎡ 이상 공원에만 설치 가능 / 소음·안전문제 등도 걸림돌 작용 / 지역 편중…면적 규정 완화 필요 / 자유롭게 뛰놀며 스트레스 해소 / 반려견 문제 행동 감소 등 효과 / 결국 반려·비반려인 모두 '윈윈'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고 나면 짖지도 않고 잠도 잘 자요.”

지난 5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반려견 놀이터에서 만난 이경미(46·여)씨는 반려견 놀이터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1년 넘게 매주 공원을 방문해온 이씨의 반려견 레오는 공원을 마치 자기 집처럼 편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2년 가까이 연립주택에서 레오를 키운 이씨는 “주변에 산책하러 갈 공원이 마땅히 없어서 처음에는 레오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반려견 놀이터를 찾게 된 뒤로는 스트레스도 풀고 다른 개들과 어울리면서 훨씬 더 건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반려견 놀이터에서 작은 개들이 어울려 놀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등 영향으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 돌봄 인구는 1000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른 문제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반려견이 사람을 무는 사고가 잇따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반려견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반려견 놀이터는 이런 문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주민들의 반대여론이나 까다로운 설립 규정 등에 부딪혀 확산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반려견 스트레스 해소하는 반려견 놀이터

반려견 놀이터는 반려견들이 목줄을 풀고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다. 통상 공원이나 산책로에서는 다른 사람의 안전 등을 위해 꼭 목줄을 착용해야 하지만, 반려견 놀이터는 외부와 철창 등으로 구분된다. 놀이터 안에는 장애물 피하기 등 반려견과 함께 놀 수 있는 시설과 음수대 등이 마련돼 있다. 이곳은 다른 개들을 만나 사회성을 기르기에 안성맞춤이다. 반려견 놀이터는 산책할 공간 등이 모자란 도심에서는 꼭 필요한 시설로 꼽힌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의 반려견 놀이터 3곳(어린이대공원·월드컵공원·보라매공원)의 이용객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반려견 놀이터를 이용하는 반려견은 2015년 하루 평균 154마리에서 2016년 314마리로 두배 이상 늘었다. 올해에도 지난 9월까지 하루 평균 340마리가 반려견 놀이터를 찾았다.

서울시 수의사회 ‘반려동물 행동학연구회’ 회장인 정병성 수의사는 반려견 놀이터가 반려견 문제행동을 치유하는 공간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려견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다른 개들과 사회성을 기른 개들은 공격적인 행동을 덜 하게 된다”고 말했다.

반려견 놀이터는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도움을 준다. 사람이 다니는 산책로와 반려견이 있는 곳이 구분돼 개를 마주칠 일이 줄기 때문이다. 반려견 놀이터가 있는 보라매공원에서 만난 김윤정(49·여)씨는 “예전보다 산책할 때 개를 덜 마주치게 된다”며 “개들도 눈치를 안 보고 뛰어다니고 개를 안 키우는 사람도 마음 편히 다닐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공원에 반려견 놀이터를 만들면 개와 사람의 활동 영역이 구분돼 서로 마찰을 피할 수 있다”며 “반려견만을 위한 시설이 아닌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조화롭게 살 수 있는 공용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반려견은 500만마리인데…반려견 놀이터는 13곳

이처럼 만족도가 높지만, 모두가 쉽게 반려견 놀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에 설치된 공공 반려견 놀이터는 13곳에 불과하다. 지역별로는 서울 3곳, 경기 8곳(성남시 6곳), 전북 1곳, 울산 1곳으로 특정 지역에 편중돼 반려견 놀이터가 한 곳도 없는 지자체가 대다수다.

2014년부터 의무화한 동물등록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한 반려견은 지난해 107만1000마리로 2014년 88만8000마리에 비해 20%가량 늘었다. 실제 반려견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지인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실장은 “전수 조사 방식이 없어서 정확한 반려견 규모를 가늠할 수 없다”며 “2015년 실시한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나온 자료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전국에 약 513만 마리의 반려견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반려견으로 이웃 간 갈등이나 문제점이 자주 발생하자 각 지자체에서는 반려견 놀이터 등 관련 시설을 설치하려고 하나 쉽지만은 않다. 서울 서초구처럼 반려견 놀이터를 혐오시설로 생각하거나 ‘개 키우는 사람만을 위한 시설’로 보는 시선이 많다. 까다로운 설치 규정도 걸림돌이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공원녹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동물 놀이터는 10만㎡ 이상의 근린공원과 주제공원에만 설치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 5146개 근린공원 중 10만㎡가 넘는 곳은 23.1%(1187개)에 불과하다. 서울의 경우 419개 근린공원 중 22.4%(94개)만 기준을 넘겼다. 보통 반려견 놀이터의 규모가 1000㎡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준을 충족하는 근린공원 중에서도 주거지와 인접한 곳과 주민들이 많이 찾는 곳을 제외하면 설치할 수 있는 곳이 마땅하지 않다”며 “면적 규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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