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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판소리 기네스 도전, 세계인 관심 갖는 계기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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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12 21:48:33 수정 : 2017-11-12 21: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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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바탕 ‘13시간 연창’ 성공한 소리꾼 이다은씨 / 흥보가·적벽가 등 주요대목 엮어 / 500명 귀명창 추임새로 흥 돋워 / 어릴적 시청각 장애 딛고 명창 우뚝 / 최연소 완창 기록 줄줄이 보유 / 판소리, 대중적 인기는 아직 부족 / 전국 버스킹 등 도전하는 이유 “공들여 준비한 도전 무대를 잘 치러 기뻐요.”

지난 11일 오후 10시 전북 익산시 솜리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세계 기네스 등재를 위해 판소리 다섯 바탕 연창에 성공한 소리꾼 이다은(26)씨는 “뿌듯하면서도 속 시원하다”고 했다. 그는“세계의 모든 사람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소리에 보다 관심 갖는 계기가 되고 기록 경신에 도전하는 이들이 이어지길 기대한다”는 바람도 내놨다.

이씨는 이날 오전 9시 심청가를 시작으로 무려 13시간 동안 흥보가, 적벽가, 춘향가, 수궁가 등 판소리 다섯 바탕을 눈대목(가장 두드러지거나 흥미 있는 대목)을 중심으로 잇달아 소화했다. 과거 한 바탕 완창 때마다 4시간∼6시간30분씩 소요되던 것을 각각 2시간 남짓의 기승전결로 재구성했다. 점심과 바탕이 넘어갈 때 잠시 화장실을 찾은 시간(진행시간)은 110분에 불과했다. 이씨가 거침없이 소리를 이어가는 사이 고수 3명이 번갈아 가며 장단을 맞췄다.

지난 11일 세계 기네스 등재를 위해 판소리 다섯 바탕 연창에 성공한 소리꾼 이다은씨가 완창 소감과 판소리 대중화 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이씨는 공연 직후 기자와 만나 공연 소감과 함께 판소리에 관한 견해와 각오를 밝혔다. 그는 “귀명창들과 신나게 즐겨서인지 그다지 힘든 줄 몰랐다”며 “수궁가에서 토끼가 말하는 의사줌치(생각대로 다 이루어 주는 생각 주머니)를 활용한다는 생각으로 혼신의 힘을 다하니 이뤄졌다”고 말했다.

판소리 완창 무대는 충남 공주 출신의 고(故) 박동진 명창이 54세 때인 1968년 흥보가를 5시간30분에 걸쳐 부른 이후 보편화했다. 세계 기네스 기록은 이자람 명창이 1999년 서울대 국악과 재학 시절 8시간30분에 걸쳐 세운 춘향가 완창이다. 이후 2003년 11세의 소녀 명창 김주리가 심청가와 수궁가를 9시간20분간 완창했다.

이씨의 이번 신선한 도전에는 500여명의 귀명창들이 찾았다. 이들은 ‘얼쑤∼, 좋∼다’ 등 추임새를 연발하며 한껏 힘을 북돋웠다. 그러다가도 심금을 울리는 애절한 소리에 애태우고, 해학적인 대목에서는 함박웃음을 터트리며 흥겨운 판소리 잔치를 즐겼다. 이씨는 지난 7월부터 4개월간 전국 주요 도시를 돌며 판소리 버스킹(거리공연)을 했다. 여기에 두 번의 연습을 성공적으로 마쳐 이번 기록 도전에 자신감이 넘쳤다.

공연을 끝까지 지켜본 (사)도전한국민운동협회와 도전한국인운동본부는 이씨에게 대한민국 최고기록인증서를 수여했다. 공연 영상 등을 세계 기네스에 보내 인증을 요청하기로 했다. 인증 여부는 1개월 정도 걸린다. 이씨의 연창에 끝까지 호흡을 맞춘 50여명에게도 귀명창 인증서를 전달했다.

“오롯이 소리의 길로 이끌어 주신 어머니와 조용히 용기를 북돋우시는 아버지가 항상 든든한 지원군이에요.”

익산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소리꾼인 그는 유아 시절 시청각장애 판정을 받았으나, 어머니 김광심(60)씨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김씨는 딸의 귀가 트이게 하려고 농악이나 판소리가 벌어지는 곳이면 무조건 달려갔다. 4살 때부터 소리를 흉내 내다 8살에 판소리에 입문한 이씨는 12살 어린 나이에 심청가를 완창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어 흥보가(14)와 적벽가(17), 춘향가(20), 수궁가(23) 등 판소리 다섯 바탕을 최연소 완창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초등학교 2년학 때 판소리를 처음 가르쳐준 고(故) 성우향 국창은 “임방울 선생 이후 이 같은 (소리 하기 좋은) 배(腹)는 처음”이라며 국창 재목으로 낙점했다고 한다. 18년이 흐른 지금 절제된 소리에 상·하청이 분명하고 동·서편제를 넘나들며 여러 제를 소화하면서 자신만의 판소리 예술을 구사하고 있는 그는 언제, 어디서나 다섯 바탕 완창이 가능한 소리꾼으로 우뚝 섰다.

이씨는 “판소리가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았어도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그는 모든 국민이 판소리 한 대목을 부를 수 있는 ‘판소리 대중화’를 위해 2012년 (사)한국판소리보존회 익산지부를 설립했다. 현재 어머니와 함께 나란히 지부장, 사무장을 맡아 매주 민요 강습과 매월 한 차례씩 판소리 공연 ‘천일야화’를 통해 다섯 바탕 완창 무대를 잇고 100여 차례 공연도 벌여왔다.

익산=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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