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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자주국방 호기 맞는 문재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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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12 23:30:17 수정 : 2017-11-12 23: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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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곰계획’과 ‘362사업’ 좌초는 / 자주국방 어려움 보여준 상징 / 美 트럼프 행정부, 中 견제 위해 / 한국군 전력 강화 허용 분위기 ‘백곰계획’과 ‘362사업’의 좌초는 4강 사이에 낀 우리나라 자주국방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백곰계획은 1960년대 북한 특수부대 124부대 소속 부대원 31명의 청와대 인근 침투사건인 1·21사태 등으로 남북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에서 이뤄진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미사일 개발 사업이다. 자주국방의 상징적 프로젝트인데, 이 사업이 시작된 결정적 계기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닉슨 독트린이다.

닉슨 대통령이 “미국은 가능한 한 국제적 분쟁에 개입하지 않고 아시아 국가들 국방은 일차적으로 아시아 국가 자신이 책임지며 미국은 핵우산만을 제공하겠다”며 주한미군 철수 계획을 발표하고 실제 미 7사단을 철수시키자 박정희정부는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절감, 국방과학연구원(ADD)을 창설한다. 그리고 기초적인 화기 등을 개발하는 번개사업에 이어 사거리 200㎞급 국산 미사일 개발을 시작한다. ADD는 국군에 공여된 미국 나이키 허큘리스 미사일을 기반으로 국산 미사일 개발에 착수해 숱한 시행착오와 실패를 반복한 지 8년 만인 1978년 9월26일 최종 시험발사에 성공,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 미사일 개발국이 됐다.

그러나 연구진의 천신만고 끝에 국산화율 90%를 달성했던 백곰사업은 그 열매를 맺지는 못했다. 노골적인 반대와 견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미사일 개발에 성공하자 존 위컴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은 1979년 7월 노재현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탄도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라”는 공식 서한을 보냈다. 이에 우리 정부가 “미국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사거리 180㎞ 이내)으로 제한하겠다”는 답신을 보낸 게 ‘한·미 미사일 지침(Missile Guideline)’의 시초다.

그럼에도 자주국방 의지를 꺾지 않았던 박정희 대통령이 1979년 10·26사태로 서거하며 백곰계획과 ADD는 궤멸적 타격을 받는다. 미국으로부터 정권을 인정받는 게 급선무였던 전두환 정권은 백곰계획을 “미국 미사일에 페인트만 칠한 사기극”으로 몰아세우며 ADD 미사일 연구인력 900여명을 해고했다. 국산 미사일 개발은 이후 완전 중단됐다가 1983년 북한 아웅산 테러 이후에야 백곰체계를 이어받은 현무 개발로 재개된다.

박성준 정치부 차장대우
자주국방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사건은 362사업 중단이다. 2003년 6월2일 당시 조영길 국방부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건조 계획을 보고해 승인을 받았다. 이후 보고날짜에서 유래한 362사업으로 이름 붙은 핵추진잠수함 건조 극비계획은 1년여 만에 종료됐다. 언론 보도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원자력기구와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의 반발 등으로 중단되고 만 것이다.

백곰계획과 362사업은 남북 대치라는 긴박한 안보환경 속에서도 4강의 이해관계가 중첩된 한반도에서 자주국방을 실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주한미군 지휘관의 항의서한에 우리 정부 스스로 자율 규제를 약속하는 답신을 보내는 어정쩡한 형태로 생겨나 40년 가까이 ‘족쇄’가 됐다. 이후 1·2차 개정에 이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탄두 중량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3차 개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그 전문 공개가 안 되고 있는 3차 개정 지침 역시 국산 미사일 사거리 제한은 물론 우주개발에 필요한 고체연료를 이용하는 로켓 개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군사용으로 전용될 가능성 때문에 여전히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핵추진잠수함 개발·획득 역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측의 동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구체화 단계에서 주변국의 반발을 극복하고 미측의 실질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역대 미국 정부는 한·미 혈맹을 강조하면서도 우리나라의 전략무기 개발 노력에 대해선 ‘동북아 지역 안보 질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을 내세워 반대해 왔다. 최근 미국의 입장이 호의적으로 돌아선 것을 사업가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셈법 때문만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로 여겨진다. 그보다는 군사대국으로 팽창 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동안 지상군 재래식 중심으로 억제해 왔던 한국군의 역량 확대를 허용하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듯 보인다. 문재인정부는 철저한 방위산업 혁신 및 군 전략 역량 강화로 자주국방의 호기를 살려야 한다.

박성준 정치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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