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할배가 운전하고 있어요!”, “어르신은 운전중.” 언제부터인가 도로에서 이런 문구 스티커를 뒷면에 붙인 차량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나이가 많은 운전자가 젊은 운전자의 양보를 부탁하는 ‘실버 마크’라고 한다.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자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교통 관련 단체들이 이런 운동을 이끌고 있다.

노인은 젊은이에 비해 상황 인지 능력이나 신체 반응 속도가 떨어져 운전 중 사고 위험성이 높다. 통계가 보여준다. 경찰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 교통사고 건수는 2014년 2만275건에서 2016년 2만4429건으로 20% 넘게 증가했다. 사고 중 고령 운전자 사고 비율은 지난해 11.1%로 처음 10%대에 진입했다. 경각심을 갖게 한 사고도 잇따랐다. 지난 2일 경남 창원터널에서 76세 화물트럭 운전자에 의한 폭발·화재사고가 발생해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5일에는 부산의 한 도로에서 같은 나이대의 운전자가 의식을 잃어 차량이 도로 한복판에서 멈춰서는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다.

운전대를 놓겠다고 선언하는 노인 역시 늘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면허증 반납은 2013년 538명에서 2016년 1942명, 올 8월까지 1800명으로 증가 추세다. 고령 운전자가 운전면허 갱신 적성검사 등을 받으러 갔다가 자신의 신체능력이 운전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반납하는 경우라고 한다. 노년의 비극을 막으려면 운전자와 그 가족의 판단이 중요하다. 왕년 같지 않은 인지능력과 순발력 등 달라진 건강을 살펴야 한다.

고령 운전자 사고가 알려지면서 면허증 반납 문의도 늘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혜택이 전혀 없는 것은 문제다. 일본이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교통요금 할인이나 구매물품 무료 배송 등 혜택을 주는 것과 비교된다. 사고 예방 못지않게 생업을 위해 부득이 운전을 해야 하는 이들에 대한 당국의 배려도 있어야 한다.

머잖아 도로에 나서면 ‘아이가 타고 있다’는 차량은 보기 힘들고 대신에 ‘어르신은 운전중’이라는 차량은 수시로 마주치게 될지 모른다. 고령사회의 또 다른 풍속도임이 분명하다.

박태해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