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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와 도시] (10) 공유경제는 ‘착한 도시’ 만든다

입력 : 2017-11-13 13:00:00 수정 : 2023-11-12 19: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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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bank

공유경제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그 자체의 선한 의지로 작동되는 모델이라고 여기는 일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공유경제가 가진 자본주의적 특성을 발견할 때마다 “그게 어떻게 공유경제냐”라며 다소 과도한 반응을 보인다.

 

공유경제는 그저 저성장 시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시대에 적합하게 설계된 자본주의일 뿐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선한 결과를 불러올 때가 잦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렇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의도했던 것이 아닌데도 선한 결과를 가져오는 이유는 뭘까.

 

바로 저성장 시대의 특징에 따른 결과하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고용이 빠르게 늘고 성장하던 개발시대를 돌이켜보자. 농업의 기계화로 농촌의 일자리는 사라지는 동시에 2차산업 시대의 도래로 도시에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크게 늘어났던 때다.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도시에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항상 공급이 부족했다. 아무런 디자인도 가미되지 않은 빌라와 같은 상품이 나오더라도 집이 부족하다 보니 항상 분양에 성공했다. 상품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제조업이 빠르게 발달하고 관련 분야의 고용이 크게 증가했다. 일자리를 얻고 소득이 생긴 도시인들은 소비를 빠르게 늘리기 시작했다. 소비가 늘어나니 제조업은 신나게 생산했고 경제는 더욱 발전했다. 소비는 ‘미덕’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과소비 풍조가 생기고, 그에 따른 쓰레기와 환경 문제 등 외부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런 현상은 자연스럽게 퇴색하게 되었다. 일단 저성장은 소비 여력을 줄게 했고, 공급을 늘려봤자 소비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이미 가지고 있는 기존 자원을 다시 활용하는 데 집중하게 되었다. 효율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의 특성이 저성장 시대에 적합하게 작동하기 시작한 셈이다. 이런 결과 자연스레 과소비 대신 재활용이 부흥됐고,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에 친환경 효과를 미칠 수 있게 되었다.

 

 

레이첼 보츠먼은 자신의 저서 ‘위 제네레이션’에서 소비 만능주의를 비판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노트북을 구입해서 평균 2년가량 사용하고 버린다. 노트북 1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양은 노트북 무게의 4000배에 이른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번드 베블런이 1899년 ‘과시적 소비’라는 용어를 내놨던 것과 달리 공유경제의 시대는 태생적으로 이 같은 과시적 소비와 반대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지난 2014년 11월 서비스경영학회지에 실린 논문 ‘공유경제와 사회적기업: 우주 사례’의 논문(15권 4호)에서 저자인 라준영씨는 이렇게 주장했다.

“자원공유 비즈니스에서 이를 대여하는 사람은 유휴자원을 활용하여 경제적 소득이 증가하고, 이용하는 사람은 비용을 절약하면서도 소비자 효용이 증대된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자원생산성을 높여 이를 절약하고 추가 생산에 따르는 각종 환경문제의 해소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공유경제 원리는 사회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기업의 비즈니스모델로 활용될 수 있다.”

숙박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의 사례를 들어보자. 에어비앤비에 집을 빌려주는 ‘호스트’로 등록한 개인은 유휴자산을 활용해 소득을 얻는다. 최근 만난 한 20대 호스트는 서울 이태원에서 자취를 한다. 이태원은 임대료가 비싼데, 그는 오히려 더 비싼 집을 구했다. 방 3개짜리로 월세 100만원이라고 한다. 이 중 2개는 에어비앤비로 외국인 친구들을 받았고, 매달 평균 수입이 100만원 정도 된다. 공유로 청년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이는 이외에도 많다. 더불어 외국인들과 교류하며, 세계를 무대로 교류를 하고 싶어하는 청년들의 욕구를 풀어준다. 최근 ‘외사친’(외국인 사람 친구)이라는 단어가 유행할 정도로 이방인과 교류하고 싶어하는 청년들의 욕구가 높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에어비앤비는 네트워크를 통해 이런 경험의 욕구를 해소해준다. 서로 다른 나라의 문화를 알리고 배우며, 민간 외교관 구실을 하기도 한다.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도 에어비앤비는 긍정적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한해 동안 여행객을 한번이라도 받은 국내 호스트는 모두 9800명으로 2015년의 5300명에 견줘 4500명 늘었다. 호스트가 되면 수입(작년 한해 중간값은 연 400만원)을 벌어들이게 돼 사실상 일자리를 갖는 효과를 본다. 지난해 한해 동안 에어비앤비가 신규 일자리를 4500개 만들어낸 셈이다. 에어비앤비를 직업처럼 활용하는 이는 최근 점점 늘고 있다. 에어비앤비 데이터를 활용한 컨설팅 업체 ‘NERA’의 연구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적으로 73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에어비앤비는 수많은 파생산업을 확산시킨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이미 호스트를 지원해주는 수많은 업체가 생겨나고 있다. 침대보 빨래나 청소를 대행해 준다든가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지역 기반 작은 업체들이 생겨나면서 일자리가 더욱 확대된다. 스마트폰을 어려워하는 어르신 호스트를 도와주는 청년 창업가들도 늘어날 수 있다.

에어비앤비는 관광형 도시재생에 최적화된 수단이기도 하다. 인프라 투자 없이 농촌이나 쇠퇴한 동네에 외국인이 찾도록 ‘관문’을 열어줘 경제적 활력을 제공할 수 있다. 고령화로 쇠퇴하는 일본의 요시노라는 마을의 주민들은 에어비앤비를 활용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숙박공유는 올림픽 등 대형 이벤트가 있을 때 대안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런 1회성 이벤트를 위해 건물을 짓게 되면 이후 공실 등으로 자원낭비와 환경악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면 다르다. 잘 이용하지 않던 자원을 더 쉽게 활용할 수 있게 해줘 효율을 극대화하며, 행사가 끝난 뒤 나타날 수 있는 공실 문제에 대한 우려도 없다. 세계관광기구(UNWTO)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공유의 확대가) 좀 더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을 원하는 식으로 변화한 관광 수요를 충족시켜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 설립 후 에어비앤비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미국 필라델피아)과 리우 올림픽(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등의 대형 행사가 벌어질 때마다 지방자치단체들과 협력해 숙소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왔다. 지난 8월 미국에서 벌어졌던 개기일식 ‘우주쇼’ 때는 70마일(112.6㎞)에 이르는 ‘통과선’에 위치한 도시에 사람들이 모였고, 수만명의 관광객이 에어비앤비가 제공하는 독특한 숙박 기회를 경험했다. 당시 5만2000명의 게스트가 에어비앤비를 이용했으며 호스트들에게 1100만달러의 수입을 안겨줬다. 수입을 얻은 호스트 중 개기일식을 계기로 자신의 집을 숙소로 내놓은 호스트는 49%에 달했다.

 

출처=에어비앤비

 

유럽의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거주 지역에 중요한 행사가 열리면 자신의 집을 빠르게 숙소로 전환해 소득을 올린다. 2016년 프랑스에서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당시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방문객이 34만명에 달했다. 6개 경기(플레이오프 2경기 포함)가 열린 마르세유에서는 5만7000명의 관광객이 에어비앤비에서 숙박을 해결했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 때는 에어비앤비가 공식적인 대안 숙박 공급자로 역할을 다했다. 세계경제포럼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연구에 따르면 리우 올림픽 당시 4만8000개의 숙소가 공급됐고, 8만5000명이 이용했다. 당시 리우에는 50만명이 모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리스팅(listing)은 올림픽을 앞두고 에어비앤비 플랫폼에 등록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만약 에어비앤비가 없었다면 방문객 수용을 위해 257개의 호텔이 건설되었어야 했다.

 

에어비앤비를 통하면 일반적인 숙박업소에서 묵었다면 수백만명의 게스트가 놓쳤을지도 모르는 커뮤니티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이전까지는 관광의 혜택을 보지 못하던 지역에도 그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숙소 중 4분의 3은 전형적인 관광지가 아닌 곳에 위치해 있다. 아울러 게스트(관광객)는 그들의 전체 소비액 중 50% 정도를 자신이 묵는 숙소 주변에서 쓴다.

 

사회적기업육성법은 사회적기업에 대해 “사회(공공)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며 취약계층과 지역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생산, 판매, 서비스 등 영리활동을 하는 기업 및 조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자리를 제공하고, 작은 골목까지 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키는 도시재생의 효과 등을 갖춘 에어비앤비는 사실상 사회적기업의 특징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거꾸로 보면 저성장시대를 배경으로 등장한 공유경제는 사회적기업이 활용하기에 매우 적합한 시스템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음성원 에어비앤비 미디어정책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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