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은 반복됐지만 이번 아시아 순방은 특징이 있었다. 열흘과 아흐레에 그친 앞선 두 차례 순방보다 일정이 열이틀로 길었다. 이번에도 미국 다수 언론은 트럼프의 고립주의 행보를 비판했지만, 이번 방문국의 언론들은 약간 우호적으로 보도했다. 그의 1박2일 일정을 지켜본 우리 정부와 언론도 기꺼이 ‘트럼프가 달라졌어요’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방문을 앞두고 고조됐던 ‘트럼프 리스크’ 우려가 사라질 정도였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
이런 점에서 우리 정부가 잘 준비하고 노력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기상악화로 이뤄지지 못한 트럼프의 비무장지대(DMZ) 방문 시도만 하더라도 국민적인 호응을 받았던 계획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택 미군기지 방문도 자국의 뉴스 시청자를 의식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고마운 행보로 인식됐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문 대통령은 트럼프의 대선 승리 1주년인 8일 “한국에서는 첫 번째 생일을 특별히 축하하는 풍습이 있다”며 “고민 끝에 한국 국빈으로 모셔서 당선 1주년 축하파티를 열기로 했다”고 우호 분위기를 띄웠다. 미국 주식시장의 호황도 언급했다. 양국 정상회담을 취재한 ABC방송 백악관 출입기자가 ‘문 대통령이 트럼프를 다루는 법을 잘 안다’고 밝힌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칼럼에서 그의 한국 방문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 알 수 없다며 우리 정부의 치밀한 준비를 주문했다. 일각의 비판도 없지 않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드러난 모습으로는 트럼프의 방한은 약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상황은 종료된 게 아니다. 방위비 분담금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서 이견이 속출할 것이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불러낼 효과적 ‘관여’ 카드 마련도 쉽지 않다. 우리 외교·안보 라인이 보다 밀도 있게 미 정부와 의회를 접촉해야 하는 이유이다. 워싱턴 현장에서는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 완료를 즈음해 공식 부임한 조윤제 주미대사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더욱 중요해졌다. 들쑥날쑥한 한·미동맹과 국익 사이의 간극을 줄일수록 우리 외교지형은 튼튼해진다는 진리를 되새길 때이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