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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트럼프 방한 이후 한·미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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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15 20:45:55 수정 : 2017-11-15 20: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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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 된 트럼프 방한… 동맹·국익 사이 간극 줄여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중·일 등 아시아 순방을 마무리했다. 트럼프는 국제회의 개최국을 중심으로 인근 국가를 찾는 순방 방식을 이번에도 반복했다. 지난 5월과 7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고리로 해외순방 일정을 짰던 것처럼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는 에이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동북아 3개국을 찾았다.

패턴은 반복됐지만 이번 아시아 순방은 특징이 있었다. 열흘과 아흐레에 그친 앞선 두 차례 순방보다 일정이 열이틀로 길었다. 이번에도 미국 다수 언론은 트럼프의 고립주의 행보를 비판했지만, 이번 방문국의 언론들은 약간 우호적으로 보도했다. 그의 1박2일 일정을 지켜본 우리 정부와 언론도 기꺼이 ‘트럼프가 달라졌어요’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방문을 앞두고 고조됐던 ‘트럼프 리스크’ 우려가 사라질 정도였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트럼프는 자신에 대한 방문국의 우려를 인지한 듯했다. 그는 언론과 뉴스 수용자의 반응을 살펴 이번 일정을 소화했다. 평택 미군기지와 청와대 한·미 정상회담, 국회연설에서 보인 모습이 각기 달랐다. 미군기지에서는 “양국 정상회담으로 미국 내 일자리가 잘 풀리길 바란다”며 자국의 정치적 상황을 염두에 둔 모습을 보였다. 정상회담을 전후해서는 한국을 건너뛰는 ‘코리아 스킵’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이 소외될 수 있다는 ‘코리아 패싱’ 우려엔 쐐기를 박았다. 국회연설은 백미였다. ‘군사옵션’ 대상이었던 북한을 향해서 경고를 잊지 않으면서도 협상 테이블로 나오는 게 현명한 처신이라는 점을 일깨우려 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논리적인 버락 오바마의 연설보다도 감동을 줄 정도였다고 평가했다. 많은 국민과 전문가 집단에서 ‘트럼프 다시 보기’ 열풍마저 불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의 보수 정부와 한국의 진보 정부의 불협화음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잦아들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정부가 잘 준비하고 노력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기상악화로 이뤄지지 못한 트럼프의 비무장지대(DMZ) 방문 시도만 하더라도 국민적인 호응을 받았던 계획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택 미군기지 방문도 자국의 뉴스 시청자를 의식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고마운 행보로 인식됐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문 대통령은 트럼프의 대선 승리 1주년인 8일 “한국에서는 첫 번째 생일을 특별히 축하하는 풍습이 있다”며 “고민 끝에 한국 국빈으로 모셔서 당선 1주년 축하파티를 열기로 했다”고 우호 분위기를 띄웠다. 미국 주식시장의 호황도 언급했다. 양국 정상회담을 취재한 ABC방송 백악관 출입기자가 ‘문 대통령이 트럼프를 다루는 법을 잘 안다’고 밝힌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칼럼에서 그의 한국 방문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 알 수 없다며 우리 정부의 치밀한 준비를 주문했다. 일각의 비판도 없지 않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드러난 모습으로는 트럼프의 방한은 약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상황은 종료된 게 아니다. 방위비 분담금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서 이견이 속출할 것이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불러낼 효과적 ‘관여’ 카드 마련도 쉽지 않다. 우리 외교·안보 라인이 보다 밀도 있게 미 정부와 의회를 접촉해야 하는 이유이다. 워싱턴 현장에서는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 완료를 즈음해 공식 부임한 조윤제 주미대사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더욱 중요해졌다. 들쑥날쑥한 한·미동맹과 국익 사이의 간극을 줄일수록 우리 외교지형은 튼튼해진다는 진리를 되새길 때이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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