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생활 속에 스며드는 전통스포츠] “골프보다 더 짜릿”… 사대에 서면 남녀노소 모두가 궁사

입력 : 2017-11-15 20:53:28 수정 : 2017-11-15 20:53:2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② ‘국궁 1번지’ 황학정에 가다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있는 사직단을 오른쪽으로 끼고 인왕산 자락 쪽으로 10분쯤 걸어 올라가면 울긋불긋 가을단풍 속에 고즈넉한 4칸짜리 누정 하나가 서 있다. 바로 대한민국 국궁 1번지 황학정(黃鶴亭)이다. 1899년 고종황제가 경희궁에 궁술 연습용으로 만들었던 것을 일제가 훼손하자 1922년 이곳으로 옮겨 자리 잡은 지 95년째다. 
‘한국 국궁의 1번지’ 서울 종로구 사직동 황학정에서 궁사들이 활쏘기를 하고 있다. 활터인 사정은 전국에 377개가 있고 비용도 저렴해 생활체육으로 국궁을 즐길 수 있다.
남정탁 기자

조용하던 이곳에서 징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활쏘기를 시작한다는 신호다. 궁사들이 사대로 나타나 시위를 당겨 화살을 쏘자 145m 거리에 있는 과녁에 날아가 꽂힌다. 사극에서나 보던 우리 전통 활 국궁은 이렇게 서울 한가운데서 즐길 수 있는 생활스포츠다.

대한궁도협회에 따르면 활터인 ‘사정(射亭)’은 전국에 377개가 있다. 서울에는 황학정을 비롯해 8곳이 있고 경기도에만 87개나 된다. 활터를 무심코 지나쳤을 사람들도 많지만 호기심에 찾아왔다 국궁의 매력에 흠뻑 빠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배우기 어려운 것은 아닐까. 황학정 이은정(47) 접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웃으며 말한다. 물론 바로 활을 잡는 것은 아니다. 이 접장은 “황학정은 산속이라 안전사고가 있을 수 있어 4∼6개월의 교육기간을 거친다. 평지에 있는 사정은 이보다는 빨리 활을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학정의 경우 교육생을 1년에 한 차례 사직동주민센터를 통해 모집한다.

교육을 수료하고 활을 잡고 사대로 나가게 되는 것을 ‘입사’라 한다. 입사를 하면 개인 활과 화살을 구입한다. 일반적으로 합성수지로 만든 ‘개량궁’과 화살을 주로 쓴다. 활이 24만원 정도, 화살은 개당 1만원 정도로 보통 20개 정도를 구비한다. 이 접장은 “한 번 사면 10년은 거뜬하게 사용할 수 있어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물소뿔이 들어간 전통 활인 ‘각궁’과 대나무 화살인 ‘죽시’도 있지만 이는 값도 비쌀 뿐 아니라 보관과 관리가 어렵고 활쏘기 기술도 더 요구해 전문가급이 아닌 생활체육으로 즐기기에는 개량궁이면 충분하다.

평일 오전 10시쯤인데도 황학정에는 4∼5명이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이들은 스스로 쏠 만큼 쐈다고 생각하면 활터 뒤편 건물에 마련된 개인 사물함에 활을 넣어두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한 사람이 빠지면 또 금세 새 궁사가 든다. 이렇게 꾸준히 4∼5명이 황학정 사대에 올랐다. 이 접장은 “일출부터 일몰 때까지 항상 열려 있다. 회원이라면 누구나 와서 활을 잡을 수 있다. 평일은 평균 60명 정도가 즐긴다. 주말에는 사람이 몰려 줄을 서서 대기해야 할 정도로 붐빈다”고 설명했다. 황학정은 회원이 250명으로 20세 대학생부터 1919년생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국궁에 사람들이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입사한 지 1년 됐다는 최영찬(63)씨는 “활쏘기가 골프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굳이 골프처럼 여러 사람과 약속을 잡을 필요도 없고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찾아와 맘껏 즐길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비용 부담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나이가 들수록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는데 국궁이 딱 맞다. 활을 잘 쏘려면 바른 자세가 나와야 하기 때문에 저절로 몸의 균형이 잡힌다”고 효과를 자랑했다. 이 접장은 “회원 중에 족저근막염으로 오래 서 있을 수 없었던 분이 활을 쏜 뒤 엄청나게 호전됐다고 기뻐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국궁의 효과를 귀띔했다. 정신과 몸의 수양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생활스포츠로 우리 가까이에 국궁은 자리 잡고 있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공동기획 대한체육회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