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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에서 목포신항까지 44개월 세월호 지킨 미수습자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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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16 15:42:12 수정 : 2017-11-16 15: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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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해주신 마음 잊지 않아, 다시는 이런 아픔 없길"
"가족을 찾아 집으로 돌아가 매일 반복되는 4월 16일을 끝내고 싶었는데…. 함께 아파하고 지지해주신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오는 18일 목포신항을 떠나기로 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미수습자 9명의 가족은 진도 팽목항과 목포신항에서 3년 넘게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가족을 살려달라"던 호소가 "주검이라도 묻어줄 수 있게 해달라"는 절규로 바뀌었다.

팽목항에서 3번의 겨울을 지낸 가족들은 참사 1천72일째인 올해 3월 22일, 세월호 시험 인양을 지켜보기 위해 어업지도선에 몸을 싣고 사고 해역으로 향했다.

가족들은 3년 만에 처음으로 가족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망망대해 위에서 나흘간 세월호가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모습을 지켜봤다.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으로 거처를 옮긴 뒤에도 기다림의 시간은 계속됐다.

사방이 컨테이너에 싸인 부두에 머물면서 매일 색이 바랜 세월호 선체를 마주하며 배 안에서 유해라도 찾을 수 있길 바라야 했다.

육상 거치를 끝으로 세월호 인양 작업이 무사히 완료되고 4월 18일 선체 수색이 시작되면서 가족들의 희망도 커졌다.

수색 방식을 쉽게 결정하지 못해 애를 태우기도 했지만 '사람을 찾는 일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판단해달라'며 기도하고 호소했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오는 18일 목포신항을 떠나기로 했다. 16일 오후 목포신항 철재부두에서 열린 미수습자 가족 기자회견에서 남현철군 아버지 남경원(오른쪽)씨가 "비통하고 힘들지만 이제 가족을 가슴에 묻기로 결정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가족들은 유해 수습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정신없이 현장에 뛰어갔다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돌아오기를 반복해야 했다.

동물 뼈가 무더기로 나오기도 했고 침몰해역에서 고창석 교사의 유해 발견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다른 지역에서 홀로 자녀들을 키우는 고 교사 부인에게 차마 전화를 걸 수 없어 문자메시지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2014년 참사 당시 다른 학생의 옷에서 아들의 신분증이 나와 아들을 찾은 줄 알았던 아픔이 있는 박영인군의 부모는 아들이 머물던 객실에서 찾은 교복 재킷을 보고 한참 동안 눈물을 쏟았다.

3년 넘게 아무런 흔적을 보지 못한 남현철군 부모도 아들의 가방을 찾고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되찾기도 했다.

그러나 침몰해역과 선체 3, 4층에서 미수습자 4명의 유해 일부가 수습된 것을 끝으로 지난 10월 24일 2차 수색을 마무리할 때까지 추가 수습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진도에서부터 머물던 회색 컨테이너 숙소에 몸을 눕혀도 잠이 들지 않는 나날이 늘어갔다.

다른 가족들의 기운을 북돋으려 애써 쾌활하게 웃는 이도 있었지만, 점점 말수가 줄어갔고 얼굴도 핼쑥해져 갔다.

지난 9월 23일 조은화·허다윤양의 가족이 아이들의 생일(조은화 10월 7일·허다윤 10월 1일)을 앞두고 더는 냉동 안치실에 유해를 두기 어려워 목포신항을 떠났고 이영숙씨는 10월 13일, 고창석 교사는 지난 11일 장례를 치렀다.

남겨진 미수습자 남현철군, 박영인군, 양승진 교사, 권재근씨, 권혁규군의 가족들은 떠나는 사람들을 눈물로 배웅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팽목항, 목포신항에서 보여주진 위로와 관심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힘없는 소시민인 가족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됐다. 정말 감사드린다"며 "다시는 우리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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