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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문화재] 전통 접착제, 아교와 어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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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16 21:25:06 수정 : 2017-11-16 21: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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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을 만들 때 깎은 대나무의 한 면에는 어교(魚膠)로 쇠뿔을 붙이고 다른 한면에는 어교로 소의 힘줄을 붙여 활짱을 단단하게 하였다.”

‘천공개물’(天工開物)의 기록이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는 ‘교’는 ‘갖풀’이라고도 한다. 동물의 가죽이나 뼈, 어류의 껍질이나 부레를 원료로 만든 전통 접착제다. 동물로 만든 것을 ‘아교’, 어류로 만든 것은 ‘어교’로 구별하여 부른다. 가죽이나 뼈, 부레 등을 물과 함께 장시간 가열하면 점성이 있는 액으로 변하는데, 이것을 건조시켜 막대형태, 가루형태, 액상형태 등 다양한 형태로 판매되는 것이 우리가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현대 아교의 형태이다. 

‘예조입안’의 안정화 처리 모습.
칠백의총관리소 제공
인간은 언제부터 교를 사용했을까. 정확한 기록을 찾기는 어렵지만 수렵에 사용된 활을 아교로 부착한 흔적이 관찰되거나 고대 이집트 벽화 등에서 아교 사용 기록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오래전부터임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중국으로부터 교가 전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당나라 때에는 사슴의 가죽과 뿔, 소의 가죽, 물고기 등을 원료로 하는 다양한 종류의 교가 생산되었는데, 당나라의 유명한 화론서 중 하나인 ‘역대명화기’(歷代名畵記)에 채색 재료로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옛날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소가죽으로 만든 소 아교와 민어의 부레로 만든 어교를 사용하였다. 서양에서는 주로 토끼 아교나 소 아교 등을 사용한 것으로 보아 당시 주변에서 구하기 용이한 재료를 주로 사용한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아교는 먹과 같은 색료 제작, 안료의 채색, 금박이나 목재 부착 등 폭넓은 용도로 사용되었으며, 맑은 것과 탁한 것을 구분하여 사용하고, 맑은 것을 좋은 것으로 여겼다. 활과 같은 군기 제작에도 아교가 사용되었으나 이에 있어서는 어교를 더 좋은 재료로 여겼다. 한 예로 1440년 7월 ‘세조실록’에서는 “아교를 써서 활을 만드는 것이 어교를 쓰는 것만 같지 못하다”고 기록하고 있다.

현대로 오면서 사용이 편리한 화학 접착제의 개발에 따라 비교적 제조와 사용법이 번거로운 교의 사용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고 그 전통기법도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전통 접착제만이 가지는 장점이 있어 동양회화나 전통 목가구 제작 등 특정 분야에서는 적지만 꾸준히 사용되고 있다. 특히 물로 재용해가 가능한 가역성을 지니고 있어 문화재 보존분야에서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천연 접착 재료 중 하나로 회화, 단청, 벽화, 목재 문화재 등의 채색이나 박락 부분 접착, 안정화 처리에 주로 사용된다. 시대가 바뀌어가면서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졌지만 아교와 어교는 희소가치가 있는 우리의 명품 전통 접착제이다.

안지윤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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