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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우리냐”… 1999년생 수난의 학창시절

입력 : 2017-11-16 18:47:50 수정 : 2017-11-16 19: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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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로 수학여행도 못 갔는데 수능까지 연기 / 신종플루 유행으로 대규모 휴업사태 / 잦은 교육과정 개정으로 인한 피해도

“아무래도 저주받은 세대 같아요.”

경북 포항 지진으로 일주일 뒤로 연기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생 김유진(가명·18·경기 부천)양은 16일 이같이 말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2018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된 16일 대전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 D-7일 안내 쪽지가 붙어 있다.

김양과 같은 1999년생들은 역대 고등학교 3학년 중 처음으로 ‘수능 연기’라는 사태를 겪었다. 그는 “어제(15일) 저녁을 일찍 먹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엄마가 수능이 연기됐다고 깨우더라”며 “올해는 수능 연기, 3년 전에는 세월호 참사로 수학 여행도 못 갔다”고 전했다.

1999년생들 사이에 “신은 우리를 버렸다”는 자조 섞인 말이 오가고 있다. 사상 초유의 수능 연기 사태를 맞이한 이들은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를 목도했다. 교육 당국은 수학 여행 등 학교행사를 줄줄이 연기했다. 앞서 초등학교 4학년이던 2009년에는 세계적인 신종플루 유행으로 대규모 휴업 사태를 겪기도 했다.

이들은 잦은 교육과정 개정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교육과정은 2007년부터 ‘수시개정체제’로 바뀌었다. ‘7차 교육과정’에 따라 사회 수업 시간에 역사를 따로 배우지 않았던 1999년생들은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서자 5학년부터 역사를 배우는 ‘2007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받아야 했다. 이후에도 교육과정은 두 차례 바뀌었다.
포항 지진 여파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된 16일 오전 강원 춘천교육지원청에 각 시험장으로 향했던 문제지가 수거되고 있다.

그래도 이번 수능 연기의 최대 피해자는 포항 지역 수험생들이다. 이들은 수능 연기에 따른 혼란과 컨디션 난조 이외 직접적인 지진 트라우마까지 극복해야 한다. 포항 수험생 박모(18)양은 “포털에서 ‘포항 아이들 때문에 수능이 연기됐다’는 글을 보고 너무 분했다”며 “가족이 전부 대피한 상태라 공부에 집중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울릉고 수험생 34명도 상황이 딱하다. 이들은 울릉도에 수능 시험장이 없어 배를 타고 포항까지 와서 수능을 치러야 한다. 대개 기상악화를 고려해 인솔 교사들과 함께 지난 10일 4시간 가까운 뱃길을 달려 뭍으로 나왔다. 돌아가기도 어려워 일주일간 외지에서 생활해야 한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생활하는 데 불편을 겪지 않도록 수험서 구매와 빨래 등을 돕기로 했다. 경북교육청은 울릉고 학생들이 수능을 무사히 치를 수 있도록 매년 숙박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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