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을 하겠다 대놓고 제목부터 표절을 하겠다 자꾸만 바라보면 미워지겠지 누가 부르는 노래인 줄도 모르고 누가 작사했는지 누가 작곡했는지도 모르지만 일단 표절하겠다 자꾸만 바라보면 미워지겠지 예전에 아주아주 예전에 어떤 여자가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부르고 나를 떠나서 개인적으로는 몹시 쓰라리지만 이런저런 개인사를 가슴에 묻고 공개적으로 표절하겠다 알게 모르게 표절이 횡행하는 표절의 왕국에서 표절해서 돈도 벌고 명예도 얻는 나중에 표절이 밝혀지면 한번 멋쩍게 씩 웃어주고 마는 표절 대마왕들이 설치는 나라에서 나는 까짓것 만인이 보는 앞에서 표절하겠다 자꾸만 바라보면 미워지겠지 믿어 왔던 당신이기에 돈도 명에도 안 되는 표절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 쏟아져 흐른 눈물 가슴에 안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아무 목적도 없는 표절 비실비실하는 표절 호기롭게 베끼다가 그냥 제풀에 흐지부지 꼬리를 내리는 표절의 존재를 증명하겠다 자꾸만 자꾸만 바라보면
-신작시집 ‘에르고스테롤’(파란)에서
◆ 박순원 시인 약력
△충북 청주 출생 △2005년 ‘서정시학’으로 등단 △시집 ‘아무도 사랑하지 않겠다’ ‘주먹이 운다’ ‘그런데 그런데’
△충북 청주 출생 △2005년 ‘서정시학’으로 등단 △시집 ‘아무도 사랑하지 않겠다’ ‘주먹이 운다’ ‘그런데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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