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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아름다운 마지막 스스로 결정하고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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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17 21:45:01 수정 : 2017-11-17 21: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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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호스피스연구회 김양자 회장 / 20년 가까이 호스피스 자원봉사 /죽음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들 /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힘들게 해 / 과거엔 ‘재수 없다’ 언급 꺼렸지만 /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 / 마무리 준비하는 문화 확산되길 “오랜 지인이 폐암에 걸려 병문안을 갔어요. 의료진이 목에 호스를 넣으려 하는데 그분이 밀치더라고요. 그런데도 남편과 의료진은 고통스러워하는 분께 결국 호스를 끼워 넣었어요. 며칠 뒤에 돌아가셨지요. 마지막 가는 길까지 의료장비를 몸에 주렁주렁 달고 심폐소생술을 격하게 받다가 가시는 분들이 많아요. 상상해보세요. 그런 것이 자신의 마지막 모습이 되기를 바라시나요?”

각당복지재단(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기관 중 한 곳) 산하 무지개호스피스연구회 김양자(73) 회장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과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강의 등으로 최근 쉴 틈이 없다. 지난달 23일 연명의료 시범사업이 시작된 뒤,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에 위치한 각당복지재단에는 스스로 죽음을 결정하겠다며 찾아오는 이들이 매일 끊이지 않는다.

개인적인 신청 외에 재단 내 호스피스 강의나 외부 강의 등을 통해 한꺼번에 신청이 들어오기도 한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16일까지 전국 1353명이다. 각당복지재단을 통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400명이 넘는다.

“상담하러 오시는 분들을 보면 몸과 마음이 참 건강해요. 자식들에게 걱정이나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고 ‘내 인생은 내 뜻대로 마무리하겠다’는 생각들을 하셔요. 결국 좋은 죽음이란 ‘잘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다.

“예전엔 ‘죽음’을 말하는 것조차 금기시했어요. 어른들은 ‘재수 없다’고 하셨고요. 하지만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다면 미리 생각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은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작성 과정에서 지금의 삶을 더 소중하게 생각할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김 회장은 20년 가까이 호스피스 자원봉사 활동을 해왔다. 40세까지는 ‘우아한’ 가정주부로 살았다.

“교회 활동을 열심히 했어요. 찬양단 지휘를 했는데 한양대병원에서 자주 자원봉사 공연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암 환자분들 돌봐드리고 음식도 해다 드리면서 지냈죠. 그땐 그게 호스피스인 줄도 몰랐어요.”

한국 자원봉사의 대모로 불리는 김옥라(99) 이사장이 1987년 설립한 각당복지재단은 세브란스병원과 함께 한국에서 처음 호스피스 교육을 시작한 곳이다. 김 회장은 김 이사장의 부름으로 1995년 각당복지재단과 인연을 맺었다.

“본격적으로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시작하니 더 많이 알고 싶고 잘 하고 싶었어요. 환자분들이 어떻게 하면 더 좋아할지, 편안해할지 고민하면서 저도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각당복지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김양자 무지개호스피스연구회장은 “사전연명의향서 작성은 자신의 죽음을 미리 생각해보고 지금 삶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남제현 기자
요법 치료의 필요성을 느낀 김 회장은 발마사지를 배워 환자들에게 해주기 시작했다. 이어 아로마 마사지, 원예치료, 미술치료 등도 배워 현장에서 적용했다. 그 덕에 “무지개호스피스 자원봉사자들이 인기가 좋다”고 김 회장은 귀띔했다.

아픔과 죽음을 함께하는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로서 그는 안타까운 점도 많이 느낀다.

“임종기까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들은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힘들게 합니다. 대부분 죽음을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분들이죠. 죽음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닥쳐올 수 있습니다. 자신의 마지막을 미리 계획하는 문화가 확산했으면 좋겠습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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