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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 쿠데타 부른 권력욕 … 무가베의 41살 연하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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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18 08:20:38 수정 : 2017-11-18 08: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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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 꿈꾼 퍼스트레이디 그레이스 / 타자원으로 대통령 만나 불륜 / 첫 부인 샐리 병사하자 부부로 / 안하무인으로 폭행 일삼아 물의 / 사치광 ‘구찌 그레이스’ 별명도 / 무가베 늙어가자 정치 전면에 / 지나친 권력행사… 후계 노려 / 대통령 37년 독재 통치 마감 / 과도정부로 정권이양 거부 혼란
‘짐바브웨 쿠데타를 이해하려면 그레이스 무가베(사진)를 잘 알아야만 한다.’(워싱턴포스트)

37년간 짐바브웨를 통치한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93) 대통령이 사실상 실각하자 정국은 혼돈에 빠졌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짐바브웨의 군부를 자극해 쿠데타라는 최후의 수단까지 쓰게 만든 배경에 ‘퍼스트레이디’ 그레이스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무가베 대통령이 41살 연하의 부인에게 권력을 승계하려 했던 게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됐다는 지적이다. 무가베 대통령은 가택연금됐고 그레이스는 나미비아로 도피했다는 설이 나돈다. 워싱턴포스트(WP), BBC 등 주요 외신들은 16일(현지시간) 퍼스트레이디에 만족하지 못하고 ‘왕좌’까지 차지하려던 그레이스를 집중 조명했다.

1987년 22살의 타이피스트였던 그레이스는 환갑이 넘은 무가베 대통령을 첫 만남에서 사로잡았다. 무가베 대통령은 물론 그레이스도 이미 기혼자라는 사실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무가베 대통령은 당시 신부전증으로 투병하던 아내 샐리를 두고 그레이스와 10년 넘게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 그레이스는 무가베 대통령의 딸과 아들을 출산했다. 샐리가 병사하자 둘은 정식 부부 생활을 시작한다. 국민 시선은 곱지 않았다. 무가베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이기도 했던 샐리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레이스는 상당 기간 무가베의 ‘트로피 와이프’로 지냈다.

그랬던 그레이스가 대통령직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수년 전부터 공식 석상에서 조는 모습을 보이는 등 급격히 늙어가는 무가베 대통령 옆에서 그레이스의 영향력은 점점 커졌다. 2014년부터 집권당인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연맹-애국전선’의 여성연맹을 이끌기 시작하면서 정치 전면에 나섰다. 부통령보다도 더 큰 권한을 행사했다는 게 외신들의 평가다. 지난 7월에는 무가베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행사에서 “직접 묻겠다. 당신의 다음 주자가 누구인지 우리에게 말해달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짐바브웨에서 퍼스트레이디가 대통령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예측은 확신에 가까워졌다.

그레이스는 대외적으로도 안하무인이었다. 그는 지난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한 호텔에서 자신의 아들을 만난다는 이유로 한 여성 모델을 폭행해 입건될 위기에 처했다. 피해 여성이 온라인에 상처 난 얼굴을 공개하는 등 사건이 커지자 그레이스는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면책특권을 요구했다. 남아공 정부는 비난 속에 외교적 면책특권을 인정했다. 앞서 2009년에는 홍콩에서 쇼핑하던 중 자신을 촬영하던 영국 출신 사진기자를 폭행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는 일명 ‘구찌 그레이스’라 불릴 정도로 사치품을 좋아하는 ‘쇼퍼홀릭’이다. 지난해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135만달러(약 16억2000만원)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분쟁에 휘말렸다. 2007년 미국 대사관 보고서에는 “그레이스의 주된 관심은 쇼핑”이라고 기재돼 있다. 짐바브웨 동부지역의 불법 다이아몬드 광산사업에 관여한 사실도 확인됐다. 1996년 무가베의 두 번째 부인이 되자마자 자신이 사는 거대한 맨션을 프랑스 루이 14세풍 호화 가구와 대리석으로 장식하기도 했다. 당시는 짐바브웨 국민이 살인적인 물가 상승률과 높은 실업률로 고통받는 상황이었다.

19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짐바브웨의 민족해방군 최고사령관 출신이자 초대 총리였던 국민 영웅 무가베는 독재자로 정치인생을 마감하게 됐다. 무가베가 과도정부를 통한 정권 이양은 거부하고 있어 당분간 정국 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군부의 쿠데타로 무가베 정권이 무너졌지만 야권과 여론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등 희망은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여성 독재자의 집권을 막은 것이 짐바브웨에는 가장 큰 행운일지 모른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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