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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수능일 다가오는데… 오늘은 또 어디서 자나”

입력 : 2017-11-17 18:38:46 수정 : 2017-11-17 22:3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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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고3 수험생의 고충 / 지진에 집안은 온통 아수라장 / 체육관으로 친척집으로 대피 / 대형차량만 지나가도 화들짝 / “강남선 막판특강 생겼다는데 여진 무서워 책 손에 안 잡혀” / 포항 수험생 80% “포항서 수능”
“지진 때문에 모든 것이 엉망이 됐어요. 시험을 잘 볼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강진으로 졸지에 이재민이 된 수험생 정모(19·포항Y고)양은 17일 “아무리 정신을 집중해 공부하려고 해도 잘되지 않는다”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진 진앙과 직선거리로 2㎞ 남짓해 피해를 크게 입은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옥성리의 한 아파트에서 부모와 살고 있던 정양은 “대형 차량이 붕∼소리만 내고 지나가도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정신을 빼앗긴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정양이 사는 아파트는 담벼락이 무너지고 계단이 금이 간 데다 생활용품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등 온통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현재는 아파트 안전에 문제가 있어 가스배관까지 잠긴 상태다. 이 때문에 정양의 부모뿐 아니라 입주민 대부분이 흥해 실내체육관으로 대피했거나 친인척집을 찾아 떠나 아파트는 텅 비었다.

정양은 지진이 발생하던 날 아버지와 함께 승용차로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을 확인하기 위해 예비소집 장소인 북구 용흥동의 전자여고로 가던 중이었다.

당시 신호를 받기 위해 잠시 정차 중인데, 갑자기 차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차에 타고 있던 정양과 아버지는 때마침 분 강풍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뒤따라 오던 차량이 추돌해 차가 흔들리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곧바로 휴대전화에서 울리는 재난문자 통보 때문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았다.

정양이 전자여고에 도착했을 때쯤 학생들과 수험생, 인근 아파트 주민들까지 학교 운동장으로 대피하는 등 시끌벅적했다.

정양은 지진이 무서워 지진 발생 당일은 시내에 있는 아버지 사무실에서, 둘째날은 흥해 실내체육관에서 각각 잠을 잤다. 그러나 밤에 여진이 계속될 때마다 수차례 잠에서 깨어나는 등 지진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다. 수능이 연기됐지만 공부는커녕 여진 걱정 때문에 책이 손에 잡히지 않고 있다. 

정양은 “친구들을 만나면 서울 강남에는 ‘수능 연기 대비 과목별 막판 특강’ 등 1주일 특강까지 생겼는데 우리는 잠자리에다 여진 걱정으로 공부를 못하고 있으니 되레 수능에서 피해만 보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험은 다가오는데, 오늘은 또 어디서 자야 할지 고민”이라는 정양은 “평소처럼 시험을 준비하고 싶은데, 주변 환경이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양은 “지난해 9월 경주지진 때 본진 이후 강한 여진이 일주일 만에 발생해 야간자습 때 놀란 적이 있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일주일 연기된 수능을 포항이 아닌 외지에서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양과 달리 대부분 포항지역 수험생들은 지역에서 수능을 치르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당국이 포항 지역 수험생 4300여명을 대상으로 시험장소 이전 관련 설문을 한 결과, 80 이상이 포항에서 시험을 치르기를 원했다.

지난 16일 오후 진행된 설문조사는 기존 고사장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경우 ‘포항에 있는 다른 초·중·고등학교를 대신 사용한다’와 ‘포항 이외 지역 고사장을 사용한다’는 2가지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설문조사 대상은 지진 피해가 난 고사장 10곳에서 시험을 치를 예정이던 수험생 4300여명으로, 이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를 보내 설문을 진행했다.

경북도교육청 측은 “학생들이 컨디션 조절 등을 이유로 포항에서 시험을 보는 것을 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험생 김모(19·포항고)군은 “수능일이 불과 며칠 남지도 않았는데, 모든 것이 확실하지 않아 당황스럽고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포항=장영태 기자 3678j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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