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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기자의 와인홀릭] 센트럴 오타고 ‘피노누아의 새 황금의 땅’으로 떠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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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18 06:00:00 수정 : 2017-11-1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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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 와인평론가 젠시스 로빈슨 “가장 부르고뉴 답다” 치켜세워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
‘쓸쓸한 바닷가. 바람에 머리카락은 제멋대로 흩날린다. 바다를 바라보며 몇시간째 꼼짝하지 하지 않고 서 있는 한 여인의 뒷모습.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1985년 뉴질랜드 남섬 북동쪽 끝에 있는 말보로(Marlborough)에서 자란 화이트 품종 소비뇽 블랑으로 빚은 한 와인이 세상에 첫선을 보였는데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킵니다. 기존에 전혀 보지못한 레이블 때문입니다. 수묵화 느낌이 나는 흐린 바닷가 풍경을 그려 아주 우울한 감정을 불어넣은 것이죠. 소비자들은 이를 보고 쓸쓸한 여인의 뒷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며 서로 이런저런 스토리를 만들어 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와인을 마시면 매우 강렬한 느낌을 주는 반전 매력이 있어 소비자들의 머리속에 깊게 각인됩니다.

이 와인 덕분에 말보로는 전세계적으로 소비뇽 블랑의 성지로 뜨면서 뉴질랜드의 와인 산업을 이끌게 됩니다. 바로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클라우디 베이(Cloudy Bay)입니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은 전반적으로 굉장히 깔끔하고 산도가 높으며 막 깎은 풀냄새와 레몬, 라임, 구즈베리, 엘더베리 등의 과일향에 피망, 아스파라거스 같은 야채향의 풍미가 매우 강렬합니다. 뉴질랜드는 와인 역사가 매우 짧지만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의 성공으로 가파르게 성장합니다.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블랑
소비뇽 블랑이 인기를 끌면서 뉴질랜드 와인은 한때 이 품종이 90%를 차지할 정도로 대세였습니다. 최근에는 뉴질랜드 와인 산업을 이끌어 갈 차세대 주자로 레드 품종인 피노 누아가 강력하게 부상하면서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평론가들이 프랑스 부르고뉴 피노 누아와 가장 비슷한 와인이 뉴질랜드 피노 누아라고 극찬하고 있기 때문이죠.

부르고뉴 레드 와인 생산지 꼬뜨드뉘(Cote de Nuits)의 쥬브레 샹베르땡(Gevrey Chambertin), 샹볼뮤지니(Chambolle-Musigny), 본로마네 (Vosne-Romanee), 에셰조(Échezeaux) 등 유명한 마을단위 피노 누아는 보통 20만원이 넘기 때문에 좀처럼 지갑을 열기 쉽지 않습니다. 부르고뉴는 포도밭별로 등급이 아예 정해져 있어 밭을 더 늘릴 수 없습니다. 생산량은 제한됐는데 찾는 이들이 많으니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죠.

따라서 미국, 호주 등 신대륙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그중 뉴질랜드가 이처럼 부르고뉴와 비슷한 품질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와인업계는 한 술 더 떠 ‘부르고뉴보다 더 뛰어난 와인(Better than Bourgogne)’이라는 캐치프레이를 내세울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뉴질랜드 피노 누아는 장점은 부르고뉴의 절반 가격인 뛰어난 가성비입니다. 또 숙성이 잘된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젖은 흙, 낙엽, 가죽향 등이 5년만 지나도 확 피어 오릅니다. 반면 부르고뉴 피노 누아는 최소한 10년은 지나야 이런 향들이 올라 오니 인내심이 매우 필요하죠.

뉴질랜드 피노 누아 생산은 마틴보로(Martinborough)에서 시작됩니다. 아타 랑기(Ata Rangi) 와이너리가 유명한데 로마네꽁띠에서 피노 누아를 몰래 숨겨 가져와 부르고뉴 느낌이 나게 와인을 만들어 인기를 끌게 됩니다. 또 생산자들은 웰링턴에서도 소규모 부띠끄 스타일로 피노 누아를 빚기 시작해 성공을 거둡니다. 피노 누아가 본격적으로 꽃피운 곳은 대기업들이 소비뇽 블랑을 대규모로 만들던 말보로입니다. 이곳은 마틴보로보다 남쪽이라 기온이 더 서늘해 피노 누아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했고 뉴질랜드는 이를 계기로 피노 누아에 올인하기 시작하죠. 말보로는 고대 빙하기에 생성된 자갈이 많은 진흙토로 배수가 원활하고 여름에도 지속적으로 물을 제공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지녔습니다.
클라우디 베이가 센트럴 오타고에서 빚는 테 와히
현재는 서늘하면서도 계절차와 일교차가 큰 대륙성 기후를 띠는 센트럴 오타고(Central Otago)가 최고의 피노 누아 생산지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전 세계 와인 생산지 중 최남단인 남위 45도에 있는 센트럴 오타고는 산맥 가장자리에 위치한 유일한 내륙지역입니다. 부르고뉴(북위 45도)와 미국 오레곤의 유명한 피노 누아 생산지 윌라맷밸리와 비슷한데 반건조성 기후와 적은 강수량이 특징입니다. 피노 누아는 낮동안 햇볕이 잘 내리쬐고 밤에는 기온 뚝 떨어지는 기후를 가장 좋아하는데 센트럴 오타고 이런 기후를 보여줍니다. 영양분이 열악한편이라 열매가 아주 작게 열리는 대신 뛰어난 농축미를 지니게 됩니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젠시스 로빈슨은 “전세계의 수많은 피노 누아 생산지를 거의 다 찾아 다녔는데 드디어 가장 부르고뉴 느낌이 확실하게 나는 곳을 발견했다”고 치켜 세웠을 정도입니다.

센트럴 오타고는 기온이 너무 낮고 봄과 가을에 서리 피해를 입을 위험이 높으며 토양이 비옥하지 않은데다 봄에 바람까지 많이 불어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포도 재배에 적합하지 않은 지역으로 알려졌답니다. 하지만 클라우디 베이는 센트럴 오타고 최적의 피노 누아 생산지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이 곳에 진출해 2010년 최고급 피노 누아가 테 와히(Te Wahi)를 선보입니다. 덕분에 센트럴 오타고는 ‘피노 누아 와인을 위한 새로운 황금의 땅’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앞서 클라우디 베이는 말보로에서 1994년 클라우디 베이 피노 누아와 1996년 클라우디 베이 테코코를 선보였습니다.
클라우디 베이 피노누아
라우디 베이 비티컬쳐리스트 짐 화이트(Jim White).
그렇다면 뉴질랜드 피노 누아는 과연 프랑스 부르고뉴를 뛰어 넘을 품질을 지녔을까요. 클라우디 베이 포도재배를 총괄하는 비티컬쳐리스트(Viticulturist)인 짐 화이트(Jim White)를 직접 만나 프랑스 부르고뉴, 호주, 미국 피노누아를 클라우디 베이 피노 누아 2010, 2014, 테 와히 2010, 2014를 블라인딩 테이스팅을 통해 선입견 없이 비교해봤습니다. 와인은 호주 바스 필립 프리미엄 피노 누아(Bass Phillip Premium Pinot Noir) 2014, 프랑스 메오 까뮈제 꼬르통 페리에르 그랑크뤼(Méo-Camuzet Corton Perriere Grand Cru) 2014, 프랑스 도멘 듀작 끌로 데 라 로쉬(Domaine Dujac Clos Saint Denis Grand Cru) 2011, 미국 오 봉 끌리마 이사벨(Au Bon Climat Isabelle) 2013입니다. 
프랑스, 호주, 미국, 뉴질랜드 피노 누아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 현장
​호주, 프랑스, 미국, 뉴질랜드 피노누아
클라우디 베이 피노 누아 2014는 좀 밝은 과일 캐릭를 보여주며 감초같은 달콤한 허브와 스파이시한 아로마를 보여줍니다. 한마디로 생기있는 피노 누아입니다. 클라우디 베이 피노 누아 2010은 농축미가 뛰어난데 블랙 체리, 블랙 베리, 검은 자두 등 검은 과일 계열 향이 강하고 버터, 스카치 등도 느껴집니다. 클라우디 베이 피노누아는 말보로 핵심지역인 와이라우 밸리 (Wairau Valley)에 빚는데 오래된 충적토 자갈로 조성된 토양 덕에 배수가 잘되고 일조량도 풍부하며 일교차가 커 뛰어난 포도가 생산됩니다. 
클라우디 베이 피노누아 2014, 2010
프랑스 메오 까뮈제 꼬르통 페리에르 그랑크뤼
부르 고뉴 와인 메오 까뮈제에서는 후추향과 숙성된 와인에서 나오는 젖은 흙 등의 미네랄 캐릭터, 동물향 등을 느낄 수 있는데 클라우디 베이 피노 누아는 이런 향들은 많이 부족하며 아직 신대륙 와인의 느낌을 많이 주네요. 짐 화이트는 그 이유를 포도 나무 수령에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뉴질랜드는 와인 역사가 짧기 때문에 신대륙에서도 상대적으로 포도 나무 수령이 어린 생산지 입니다. 피노 누아는 특히 포도 나무의 숙성 정도가 와인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품종이죠. 하지만 포도 나무가 점점 나이를 들면서 과일 캐릭터도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포도 나무가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죠. 길고 섬세한 느낌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오크 사용도 좀 더 신중하게 하고 있어요. 오크 사용하면 달콤함이 얻어지면서 몸집이 커지죠. 새오크를 30% 정도 사용해서 최대한 섬세한 피노 누아를 만든답니다”. 뉴질랜드 피노 누아는 앞으로 발전 가능성 높인 곳인 셈입니다.
클라우디 베이 테 와히

클라우디 베이가 센트럴 오타고에서는 빚는 테 와히는 확실히 다른 캐릭터와 퀄러티를 보여 줍니다. 2010 빈티지는 테 와히 첫 빈티지인데 미네랄이 훨씬 잘 느껴지고 말린 허브 향이 어우러지는 복합미가 뛰어납니다. 탄닌은 매우 둥근 느낌입니다. 테 와히 2014는 검은 체리, 검은 자두, 부싯돌 같은 스모키한 풍미, 꽃 향기 느껴지며 산뜻한 산도와 벨벳처럼 부드러운 탄닌이 돋보입니다. 2010 빈티지는 테 와히의 실험적 빈티지로 여러 곳의 포도를 매입해 빚었는데 2014 빈티지는 두 곳의 포도만으로 만든 와인입니다. 캘버트(Calvert) 빈야드와 노스번(Northburn) 빈야드인데 해발고도 230m에 있는 캘버트 빈야드는 풍부하면서도 밀도가 높고 실키한 피누 누아가 빚어 집니다. 포도 성장기 동안 따뜻하고 건조하며 밤에는 서늘해 일교차가 큰 노스번 빈야드 피노 누아는 음성적이고 거친 구조감을 와인에 부여합니다. 오리 고기나 와규 소고기와 잘 어울립니다. 테 와히는 마우리 언어로 ‘그 곳’을 뜻하는 뛰어난 피노 누아의 근원을 그대로 보여주는 와인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하네요.
미국 오봉 끌리마 이사벨
부르고뉴 피노 누아 도멘 듀작 끌로 데 라 로쉬는 담배, 삼나무, 젖은 돌, 축축한 흙냄새 등이 올라오는데 포도 송이를 줄기째 발효해 피노 누아를 만들때 나오는 극단적인 피노 누아의 모습을 잘 보여 줍니다. 떼루아보다 테크닉이 집중해서 와인을 만드는 셈이죠. 오봉클리마는 미국 와인답게 오크향이 강하게 올라 오지만 붉은 체리의 과일 향 많이 살아있고 산도 밸런스가 좋은 편입니다. 클라우디 베이 피노 누아는 전반적으로 부르고뉴, 호주, 미국과는 아직 스타일이 좀 다르고 테 와히는 품질면에서는 이날 비교 테이스팅한 와인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블랑과 테 코코 소비뇽블랑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은 라임, 레몬 제스트 등 시트러스 계열과일과 복숭아 등 핵과일 맛이 풍성하며 산도는 매끈한 느낌입니다. 3%는 따뜻한 온도의 오래된 프렌치 오크 바리크와 커다란 오크통 안에서 발효된 소비뇽 블랑을 블렌딩합니다.

테코코 소비뇽 블랑은 젖산발효를 거치고 죽은 효모와 함께 숙성하는 쉬르리 방식으로 빚어 부싯돌 같은 미네랄 풍미와 섬세한 산도, 강렬한 피니쉬가 두드러집니다. 라임, 레몬, 흰복숭아의 풍미가 달콤한 허브향도 느껴집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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