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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의 합종(合從)과 장의의 연횡(連衡). 2200년 전 중국 전국시대를 후끈하게 달군 외교전략이다. 오방색 중 검은색을 숭상한 진(秦). 합종·연횡은 팽창하는 진에 맞서 어찌 살아남을지 고민한 결과 탄생한 동맹 전략이다.

지금은 어떨까. 똑같다. 약육강식의 질서도, 생존을 위한 동맹도.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캐나다 통화스와프협정. 파격적이다. 한도도, 계약기간도 못박지 않았다. 위기 때 언제라도 상대국 통화를 필요한 만큼 끌어다 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3년마다 연장 협의를 하는 중국과의 560억달러 통화스와프, 2015년 2월 종료된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협정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제2 외환위기 가능성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왜? 캐나다는 서방 선진국과 무기한 통화스와프협정을 맺은 G7 국가다. 그러기에 캐나다 달러화는 유로·엔·파운드화와 함께 기축통화에 버금가는 통화로 취급받는다. 캐나다 국가신용도가 AAA인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런 캐나다와 손잡았으니 ‘서방 통화동맹에 착 달라붙은 격’이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007작전 하듯 9개월 동안 물밑 협상을 했다고 한다. 박수를 보낼 만하다.

이번 협정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우리의 신용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어떻게 높아졌을까. 정치를 잘해서? 천만에. 지정학적 요인과 정치 요인을 놓고 보면 위험은 오히려 커졌다. 북핵 위기,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미 보호주의, 반시장 정책…. 나라 신용을 높인 것은 기업이다. 떼돈을 벌어들이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세계가 부러워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매긴 신용등급. 국가신용등급 AA, 삼성전자 AA-. 국가신용도가 삼성전자보다 높은 걸까.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초, 우리 정부는 삼성의 지급보증으로 10억달러를 겨우 빌렸다. 지금의 삼성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삼성만 그럴까.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기업은 한두 곳이 아니다.

외환위기 걱정은 이제 사라진 걸까. 그럴 리가. 나라경제가 흔들리면 협정서는 휴지조각으로 변한다. 왜? 망할 나라에 돈을 대줘 함께 망할 나라가 어디에 있겠는가. 갈 길은 아직 멀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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