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S스페셜 - 우주 이야기] (36) 위성 조립이 람보르기니보다 100배 어렵다고?

입력 : 2017-11-18 10:00:00 수정 : 2017-11-18 10:00:0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위성 ‘천리안 2A호’의 패널 부품과 선을 연결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연구원.

페라리나 람보르기니와 같은 수퍼카는 모든 조립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당연히 생산량에 한계가 있다. 이탈리아 볼로냐의 람보르기니 공장에서는 하루 평균 10대 정도만 생산한다고 한다. 소량이지만 고객의 취향을 반영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차를 선보일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차를 받으려면 주문 후 통상 1~2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런 수퍼카도 위성 조립에 비하면 레고 블록에 불과하다. 인공위성 조립은 고도의 수(手)작업으로 진행된다. 자동 공정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작은 회로 기판, 배선 하나하나를 일일이 손으로 붙이고 연결해야 한다.
 
무게는 2배 정도 더 무겁다. 하루 10대는 고사하고 위성 한기를 조립하는 데만 1년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천리안 2호’는 현재 국내에서 크기에 비해 가장 오랜 시간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 인공 구조물이자 가장 비싸고 정밀한 기계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천리안 2호의 총조립 자체가 국내 인공위성 개발의 새 역사이기도 하다.

◆우리 독자기술로 조립하는 가장 큰 위성

인공위성 조립은 말처럼 쉽지 않다. 천리안 2호는 특히 그랬다. 기술적 도움이나 자문 없이 우리 기술진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면서 조립해야 했기 때문이다.

천리안 2호 위성의 개발 전에 다목적 실용위성 시리즈 등을 개발한 경험이 있지만, 정지궤도 복합위성인 천리안 2A호는 새로운 시도였다. 무엇보다 크기가 이전의 위성과 비교해 커졌다. 천리안 1호는 ‘가로 2.7×세로 1.8×높이 3.2m’의 크기에 2.5t의 발사 중량인데 비해 천리안 2호는 ‘3.0×2.3×4.6m’로 커졌고, 발사 중량도 3.5t으로 늘었다. 다목적 실용위성 가운데 크기가 가장 컸던 ‘아리랑 5호’가 지름 2.6m, 높이 3.9m(무게 1.3t)이었다. 현재 개발 중인 아리랑 6호의 크기가 지름 2.7m, 높이 4.8m(무게 1.7t)라는 점을 고려하면 천리안 2호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우리가 이렇게 큰 위성을 직접 개발하고 조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이라는 것에도 의미도 크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도 뒤따르게 마련이다. 설계도면을 따라 조립하는 과정에서도 오류가 없는지 늘 염려될 수밖에 없다.
위성시험동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이 ‘천리안 2A호’를 조립하고 있다.

◆“만전 기하자”···길고 복잡한 조립 단계에 또 하나 추가

인공위성 개발은 발사 전까지 상당히 길고 복잡한 단계를 거친다. 시스템 설계와 예비 설계에 이어 시험모델(EM)을 통해 지상검증(기능시험)을 마친 뒤 상세 설계에 착수한다. 이후 검증모델(QM)을 통해 기능과 우주환경 시험을 거친 뒤 비행모델(FM)을 제작해 조립한다. 조립이 마무리되면 발사 및 궤도 환경과 전자파 등을 반영한 위성환경 시험을 거쳐 발사 준비에 들어간다. 

위성 조립과 시험 과정도 복잡하다. 천리안 2호는 상세 설계를 마치고 지난해 5월부터 조립에 착수했다. 우선 위성 부분품과 중심 구조물, 패널 등을 장착해 형상을 만들고,  이어 위치 정렬도 측정과 안테나, 탑재체 순으로 조립한 뒤 최종적으로 진동과 충격, 열진공 등의 시험을 진행한다. 
조립을 마친 위성은 각종 지상시험을 거친다. 사진은 ‘천리안 1호‘의 열진공 시험 장면.
  
위성 조립과 시험 과정은 설계를 검증하고 발사를 준비하는 단계다. ‘위성 개발의 꽃’이지만 일일이 손으로 모든 작업이 이루어지는 만큼 매우 어려운 과정이다. 조립과 시험에 들어가면 모든 연구진과 기술진은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에 빠져든다. 아무리 작은 실수라도 큰 오류와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이 과정에서 조립 공정이 추가되거나 반복되면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천리안 2호를 개발하면서 최종 조립단계 직전에 ‘더미 패널’(Dummy Panel)의 시험 조립을 추가했다. 먼저 시험 조립을 해서 성능을 확인한 뒤 실제 위성 조립에 나서는 방법이다. 더 어렵고 꼼꼼한 과정을 만든 것인데, 이 정도의 크기의 인공위성을 국내에서 개발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위성 개발에서 ‘정확도’와 ‘정밀도’는 무척 중요하다. 자동차는 운행 중 문제가 생기면 정비공장에서 수리하면 되지만 인공위성은 우주로 올라가면 수리가 불가능하다.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
‘천리안 2호’의 조립 현장.

◆우려 극복하고 개발한 첫 자립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 2호는 기상 및 우주기상 관측용인 2A호와 환경 및 해양 관측용인 2B호 두대가 만들어진다. 탑재체만 다르고 크기와 제원, 수명은 같은 ‘쌍둥이 위성’이다. 천리안 2A호는 현재 본체 조립을 완성하고 탑재체와 조립에 착수했다. 기능과 환경 시험 등을 거쳐 내년 말 발사될 예정이다.

앞서 우리나라는 2010년 천리안 1호를 발사하면서 미국과 유럽, 일본, 인도, 중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정지궤도 위성 보유국이 되었다. 또 정지궤도 해양관측 위성을 운영한 것은 우리가 세계에서 최초다. 하지만 천리안 1호는 프랑스 아스트리움사와 공동 개발했다.

당시 축적했던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천리안 2호는 설계와 부품 제작은 물론이고 총조립과 시험까지 독자 진행하고 있다. 이는 위성 개발과 제작 자립도가 한 차원 올라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탑재체는 아직 해외 수입에 의존하지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본체와 탑재체 및 본체를 총괄하는 위성 시스템은 우리가 독자 개발한 것이다.
`천리안 2호` 본체를 조립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

2016년 5월부터 본격 시작된 천리안 2A호의 총조립은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조립에 앞서 진행된 예비·상세 설계도 우리가 직접 수행하면서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과 함께 정지궤도 위성 플랫폼의 독자적인 설계기술을 확보하게 되었다. 또 본체를 구성하는 위성 구조물은 물론이고 열 제어 부분품과 위성 탑재 컴퓨터 등을 국내 기업과 함께 국산화하면서 인공위성 기술 자립국의 발판을 마련했다.

조립을 마친 천리안 2A호에 이어 2B호가 우주로 향하는 순간을 자랑스럽게 지켜봐도 좋을 것 같다. 카운트다운의 시간이 빨리 오길 기대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홍보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