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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갈 길 먼’ 한국외교 순항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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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28 23:35:12 수정 : 2017-12-28 23: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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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우리 편에 묶어 둘 최소 기반 / 해 넘기지 않고 가까스로 첫발 떼 / 韓·美·中 정책 공조만 확실하면 / 北, 핵으로 섣불리 도발 못할 것 새 정부가 출범하고도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던 4강 외교가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한국 외교에서 숙명과도 같은 존재인데, 미·중 양강을 우리 편에 묶어 둘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 해를 넘기지 않고 가까스로 첫발을 뗀 셈이다. 유라시아 대륙 오른쪽 끝에 위치한 지정학적 위치는 물론이거니와 북한 문제의 위기가 고조될수록 미·중 사이에 낀 우리의 자율성은 설 곳을 잃게 된다. 힘으로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상대이지만, 오히려 한반도 상황을 적극 활용해 미·중 모두를 상대로 성공적인 양강 외교를 펼쳐 세계사에 남겨야 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각자의 국가이익과 계산에 따라 움직일 것이므로 북한 문제에서 미·중이 우리 생각대로 행동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안보정책의 가장 신뢰할 만한 자산으로 위기 시 즉각 활용이 가능함은 물론 북한 문제 해결 전반에 걸친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다. 반면 한·중 관계의 경우 한반도 문제 해결에 대해 큰 틀에서는 우리와 공감대를 형성하되, 중국에는 유엔 지침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부여해 북한이 최악의 상황을 선택하는 일탈행위를 막으며 궁극적으로 인류보편적인 원칙에 입각해 한반도 문제에 접근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최근 발간된 미국 국가안보전략서에 실린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 이익은 분명하다. ‘미국 제일주의’ 스탠스가 국가안보 차원에서 명백히 제시됐고, 북한 문제에서 중국의 협조를 구하되 반드시 미국의 국익에 부합해야 한다며 선을 긋고 있다. 미 공화당 정부와 우리 민주당 및 정부 사이의 미스매치가 우려됐지만 그동안 비교적 공조를 추구해 왔고, 핵무력 완성을 공언한 북한이 향후 전개할 평화공세를 예상할 때 한·미동맹의 긴밀한 공조는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 정치학
한·중 관계 경우는 정부의 희망과 우리 국민의 체감 사이에 작지 않은 갭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고 하루하루 쌓여가는 대중국 경제손실을 막아보고자 문재인 대통령이 연내 방중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기자 폭행 사건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고, 여러 의미에서 우리 국민은 중국의 대국답지 않은 모습에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우리가 하자는 대로 해주겠는가’라는 근본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성적으로 접근하기에는 한반도 안보 상황이 너무도 위중하다. 그러기에 한·중 관계가 중요할수록 중국에 끌려가지 않는 지혜가 필요한데 이는 너무도 어려운 외교적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한·미·중 관계의 중요성이 우리 외교의 숙명적 과제로 다가온 이상 이제 가까스로 기반을 닦아 놓은 양강 외교의 첫 단추가 어떻게 끼워지느냐의 중요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일단 한·미·중 협의체를 제안해 놓은 상태이고, 한편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미·중 간 북한 문제 대처를 위한 군사 핫라인이 먼저 구축될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2018년 벽두부터 북한이 내놓을 신년사에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인공위성을 다시금 거론하는 북한의 진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가 시험과 혹시라도 연계돼 있다면 한·미·중 협의의 첫 단추는 조만간 실체를 드러내게 될 것이다.

외교를 잘하는 나라, 아니 잘해야 하는 나라는 우리의 운명이다. 우리의 외교 상대가 쉽게 대적할 수 없는 나라이라면,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단단한 의지와 실천력으로 국제사회가 공감할 표준을 차근차근 선점하고 제시해야 한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미·중 정책 공조만이라도 확실히 이뤄진다면 북한은 핵을 가지고 섣불리 한국과 국제사회를 괴롭힐 수 없을 것이다. 외교의 원칙은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과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이익을 지킨다는 자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북한 문제 역시 이러한 원칙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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