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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대학생, 기내서 착석 거부 시위 벌여 난민 추방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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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25 13:44:40 수정 : 2018-07-25 14:3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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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예테보리 공항을 이륙하려던 항공기에서 한 대학생이 좌석 착석을 거부하는 시위를 벌인 끝에 아프가니스탄 난민 신청자의 추방이 중지됐다. 스웨덴에서 반난민 여론이 득세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시위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난민 논쟁이 가열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번 시위는 예테보리대학교에 재학 중인 엘린 에르손(Elin Ersson, 사진)이 23일 예테보리 공항을 출발해 터키로 향하는 한 비행기에 탑승한 뒤 좌석에 앉기를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승무원이 착석을 요구하자 에르손은 같은 비행기에 탄 아프간 난민의 추방을 멈출 때까지 자리에 앉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승객들을 향해 “당신들이 단지 이 비행 편을 놓친다는 이유만으로 한 사람의 목숨이 사라지는 걸 원치 않는다”며 “그 사람(난민)이 비행기에서 나갈 때까지 나는 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행기 기내에 들어서면서부터 실시간으로 시위 장면을 찍은 에르손은 영어로 상황을 설명하며 SNS로 이를 공유했다. 에르손은 아프간 난민이 이 비행기를 타고 추방될 것이란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뒤 좌석을 구매해 시위를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촬영을 제지하려는 승무원에게 에르손은 “나는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이런 일을 하는 것이다. 승객이 서 있는 한 기장은 이륙할 수가 없고, 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행위다”며 “나는 그의 추방이 중지되길 원하고, 그게 이뤄진다면 여기 규칙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을 보면 에르손을 비난하는 승객이 있었지만 다른 승객들은 그의 시위를 지지하기도 했다.

출발 지연에 화가 난 승객 한 명이 그의 폰을 낚아채려 하자 그는 그 승객을 보고 “당신의 시간과 일상보다 어떤 것이 더 중요한가”라며 “그는 아프간에서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그를 이 비행기에서 내리게 하려는 것이다. 나는 (난민을 추방하는) 스웨덴 법을 바꾸려 한다. 사람을 ‘지옥’으로 보내는 건 온당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웨덴 당국이 강제력을 동원해 에르손을 끌어내리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결국 아프간 출신 난민 신청자는 비행기에서 내리게 됐는데 승객들은 박수를 치며 이를 환영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에르손이 올린 영상은 24일 하루에만 50만여명이 SNS를 통해 조회할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 사건은 스웨덴 우파 정부가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엄격한 난민 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해 정치적 논쟁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스웨덴 정부는 올해 초 아프간의 탈레반이 호텔 등에서 폭탄 테러를 벌여 100여명이 잇따라 사망하자 아프간 출신 난민 신청자의 추방을 잠시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프간 출신 난민 신청자의 난민 요청을 반려하면서 아프간 정세가 안정됐다고 발표하는 등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스웨덴에서는 반이민 정책을 표방한 극우 스웨덴민주당이 20%까지 지지율이 치솟으며 사회민주당, 보수당 등 기성정당을 흔들고 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사진=에르손 페이스북,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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