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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최고령 101세 백성규 할아버지 “마지막이라 없는 것 없이 다 샀다”

입력 : 2018-08-19 19:08:41 수정 : 2018-08-19 22: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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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금강산 가는 1차 상봉자들/‘꿈같은 만남’에 들뜬 이산가족들 / 저마다 선물 보따리 가득 챙겨와 / 19일 집결지 속초서 설레는 하루 / 고령자 많아 의료진들 비상 대기 19일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 모인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차 상봉 예정자들은 고대하던 북측 가족과의 만남이 이뤄진다는 사실이 꿈만 같은 듯 한껏 상기된 표정이었다.

예정된 집결시각인 오후 2시 전부터 로비는 이산가족 상봉자와 동행 가족, 대한적십자사 직원, 자원봉사자, 정부 관계자, 국내외 취재진 등이 몰리면서 북적거렸다.
북측 가족에 전해줄 사진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하루 앞둔 19일 오후 남측 1차 상봉단에 포함된 유관식(89·오른쪽) 할아버지가 강원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이산가족 상봉 등록을 하던 중 북측 가족들에게 전해 줄 사진을 취재진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번 상봉에서 유 할아버지는 딸과 사촌을 만날 예정이다. 속초=사진공동취재단

상봉자들은 한 손엔 빛바랜 가족사진을, 한 손엔 선물 보따리를 가득 챙긴 모습이었다. 남측 방문자 중 최고령인 백성규(101) 할아버지는 “몇 번 (신청) 했는데 다 안 되다 이번에 소식이 왔다. 다 죽게 됐으니까”라며 웃었다. 며느리와 손녀를 만날 예정인 백 할아버지는 “나는 울 줄도 모른다”며 담담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여름·겨울옷과 내의, 신발 30켤레, 치약, 칫솔 등 준비한 선물을 소개했다. 백 할아버지는 “스뎅수저(스테인리스 수저)도 20벌 샀다. 마지막이니까 없는 것 없이 다 샀다”고 말했다.

아내와 생이별해야 했던 유관식(89) 할아버지는 67세 딸을 처음 만난다. 부인과 헤어질 때 부인이 딸을 임신한 것도 몰랐으나 상봉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딸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는 “이번 기회는 정말 기적”이라고 기뻐했다. 유 할아버지의 아들은 “(아버지가) 지금은 안정을 찾으셨는데 딸이 아버지도 없이 혼자 자라느라 고생했을 생각에 가슴 아파하며 힘들어하셨다”고 전했다.

이금섬(92) 할머니는 고령의 야윈 몸으로 대한적십자사 직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접수대로 향하면서도 내내 밝은 웃음을 지었다. 아들을 만날 생각에 빨간색 상의와 진주목걸이, 리본이 달린 모자와 구두로 멋을 냈다. 마음만은 60여년 전 아들과 헤어졌던 때로 돌아간 듯했다.

며느리와 손자를 만날 예정인 백민준(92) 할아버지는 “원래는 아들을 만나고 싶어서 건강관리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백 할아버지는 “그런데 아들이 나보다 먼저 갔다고 한다. 그래도 소식이라도 들은 게 어디냐”고 말했다.

동행하는 의료진도 채비를 단단히 했다. 대한적십자사(한적)는 이번 1차 상봉행사를 포함해 24명의 의료진을 꾸렸다. 이영희 한적 간호사는 “2007년 이산가족 상봉 때도 방북했는데 그때보다 연령대가 확 높아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을 지원한 경험을 갖고 있는 자원봉사자들도 눈에 띄었다. 전순옥 한적 속초지구협의회장은 “3차 이산상봉 행사(2001년) 때부터 (자원봉사에) 참여했다”며 “15년 전에는 부자나 부녀, 형제자매가 상봉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상봉자들의) 촌수가 멀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속초=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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