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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로 밝혀진 온라인의 '카더라'…그들은 무엇을 간과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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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16 11:12:51 수정 : 2019-01-16 11: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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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온라인 커뮤니티, 빠름에 속아 확인을 잊지 말자 지난해 말 페이스북을 뜨겁게 달궜던 울산 ‘고양이 간식 바늘’ 사건이 가짜뉴스로 밝혀지고 게시자의 사과문까지 올라옴에 따라 버튼 하나로 순식간에 이야기를 퍼뜨리는 온라인의 확산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과 더불어 누리꾼의 주체적인 수용의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지난 10일 ‘울산대 대신 전해드립니다’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지난번 수업 중 시도한 작업과 실험으로 많은 분께 심리적으로 피해를 끼친 점 사죄합니다”라며 “저의 짧은 생각과 계획이 여러분들에게 불쾌함을 준 것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 10일 '울산대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과문 일부.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왜 이런 짓을 하는지”…가짜로 밝혀진 ‘고양이 간식 바늘’ 사건

이야기는 작년 10월2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같은 제목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학교 중앙 잔디밭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소스라치며 도망가길래 뭐 때문에 저러나하고 가봤다”며 바늘이 든 고양이 간식을 발견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게시자의 글과 현장 사진 여러장이 게재되면서 페이스북 이용자 사이에서 격한 욕설과 함께 바늘 넣은 이를 찾아내야 한다는 거센 분노가 일었다.

모두 가짜였다.

약 두 달이 지난 12월18일, 같은 페이지에 올라온 글에서 동일 게시자로 추정된 이는 “제가 조작한 가짜 정보들과 사진”이라며 “SNS 정보 신뢰성에 의문을 갖고 실험을 해봤다”고 밝혔다. 게시자는 이어 “생각보다 파장이 커 당황했다”며 “가짜 정보 실험으로 심리적 피해를 끼친 점 사과드린다”라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게시자의 예상과는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깨우친 척하지만 실제로는 학우를 농락했을 뿐이라면서, 경찰까지 출동시키고 사과할 줄 모른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대로 된 사과나 사후조치 없이 익명으로 글 하나 쓰면 끝이냐는 반응도 보였다.

게시자는 최근 글에서 “저의 불찰로 일어난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은 저의 책임이니 마땅히 그에 맞는 죗값을 치르겠다”며 “학교 측과 계속 이야기하며 사건에 따른 일들을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기 지식을 알리려 했다’는 반응에는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고 일이 커질 줄 상상조차 못했다”며 “수업 중 정한 작업주제인 ‘가짜정보’를 서둘러 진행하고자 하는 마음만 앞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경찰 출동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연락을 받은 적도 없다며 게시자는 “경찰의 연락을 피한 것이 아니라 연락을 받은 적이 없고, 온 사실조차 몰라서 그 당시 연락을 못 했다”고 해명했다.

학교 측은 해당 학생에게 엄중 경고했으며, 따로 징계는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게시글의 편의점 CCTV 영상.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경찰, 편의점 흉기 사건에 미온 대응 논란…“사실 아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의 급속한 확산으로 논란을 일으켰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해 12월에는 경남 창원의 한 편의점에서 신분증 검사를 요구한 직원을 흉기로 위협한 30대 남성과 공포에 떨었던 직원의 이야기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급속히 퍼졌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피해자의 인터넷 글에 보는 이들이 분노했다.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과 맞물려 분노는 매우 거셌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불안해하는 피해자를 위해 인력 1명을 편의점에 남게 했다”며 “철수한 뒤 어떻게 1시간30분 만에 용의자를 잡을 수 있겠냐. (일부 언론에서) 처음 보도할 때 경찰에도 사실을 확인해야 했다”고 반박했다. 가해자는 구속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캡처
◆‘망치 개’ 사건에 21만여명 서명…가짜였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사실이 아닌 글이 올라와 21만명이 넘는 이의 서명을 받았다.

망치로 개를 폭행했다며 도살을 멈추게 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이었지만, 우리나라가 아닌 태국에서 발생한 일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해 11월27일 올라온 글에서 청원자는 “국내의 한 개 농장에서 망치로 개 머리를 내리쳤고, 다친 개는 새끼에게 젖을 물리며 죽었다”고 주장해 21만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하지만 이는 2016년 10월, 태국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한 사연으로 밝혀졌다. 방송이 “어미 개는 차 사고로 눈이 튀어나오고 아프지만 자기 강아지에게 젖을 먹인다”며 소개한 사연이 우리나라에서 개 농장 사건으로 둔갑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청원에 가짜 글을 올린 이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는 사실 여부를 가려야 할 이야기가 마구잡이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는 일과 관련해 15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게시자는 글이 미칠 영향에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주목받았다는 ‘만족감’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이야기를 자기가 올렸다는 점이 일종의 쾌감을 준다는 뜻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중독’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 교수는 “글을 보는 누리꾼들이 SNS의 부정적인 측면을 고려해서 게시물을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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