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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때려요" 호소 10세 소녀, 끝내 사망… 日 열도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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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10 19:15:46 수정 : 2019-02-10 17: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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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월전 학교 설문조사서 SOS / 교육당국 비밀 유지 약속 안지켜 / 부친 “폭력 없어… 고소할 것” 부인 / 집으로 돌아간 뒤 지난달 주검으로 / 父 휴대폰서 ‘폭행 동영상’ 나와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10세 어린 생명이 부모 학대로 꽃피우지도 못하고 꺾이는 과정에서 학교, 교육위원회, 아동상담소 등 관계 기관의 충격적인 부실 대응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일본 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우리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지난달 24일 지바(千葉)현 노다(野田)시에서 초등학교 4학년 구리하라 미아(栗原心愛·10·여) 어린이가 자택에서 숨졌다. 시신은 물에 젖었고 목에서는 양손으로 누른 흔적이 있었다. 부검 결과 폐에서 물이 검출됐다. 경찰은 다음 날 부친 구리하라 유이치로(栗原勇一郞·41)를 상해 혐의로 체포한 데 이어 지난 4일 모친 나기사(31)를 같은 혐의로 체포했다. 사건 당일 오전 10시∼오후 11시10분 부친은 미아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목욕탕 안으로 끌고 들어가 한겨울에 샤워기로 찬물을 집중적으로 뿌리고 구타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모친은 공모·방조(傍助)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 과정에서 부친 휴대전화에서 미아가 폭행을 당하면서 “아버지 죄송해요”라고 울고 있는 엽기적인 동영상이 발견돼 학대가 일상적이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일본 사회를 큰 충격에 빠트린 것은 미아가 이미 1년 3개월 전 도움을 요청했으나 어른들의 무신경한 대처로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는 사실 때문이다. 미아는 2017년 11월 학교에서 실시된 왕따 설문조사에서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하고 있습니다. 한밤중에 깨우거나 깨어있을 때 발로 차이거나 두들겨 맞습니다. 어떤 방법이 없을까요”라고 SOS(긴급도움 요청) 신호를 보냈다. 어린이 보호기관인 아동상담소가 일시 보호에 들어갔다. 충격적인 일은 그다음부터 일어난다. 부친이 “폭력을 하지 않았다”, “고소하겠다”고 난리를 피우자 학교와 시교육위원회는 “(부친의) 화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며 미아가 설문조사 당시 쓴 글의 복사본을 부친에게 전달하는 어이없는 일을 저질렀다.

설문조사서에는 ‘비밀을 지키니까 솔직히 답해 주세요’라고 인쇄돼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로 인해 부친 학대가 심해졌을 수 있어 교육 당국이 10세 어린 생명을 사지(死地)로 몰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2월 아동상담소가 미아의 자택 귀가 결정 시 제출받은 ‘부친에게 맞았다는 것은 거짓이다’라는 미아의 편지는 부친 강요로 작성됐음도 밝혀졌다. 폭력 피해자를 가해 용의자의 손으로 돌려보내면서 사실관계나 본인 의사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에도 도쿄에서 5세 여자 어린이가 부모 학대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유엔 아동권리위회가 지난 7일 일본의 어린이 학대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자, 일본 정부는 8일 뒤늦게 아동학대 방지 긴급대책을 부랴부랴 발표했다. 학대정보를 부모에게는 공개하지 않고 아동복지사를 증원하겠다는 원론적인 내용뿐이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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