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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청국장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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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13 20:13:48      수정 : 2019-03-17 20:52:06

한국인과 김치·된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물론 젊은이와 어린이 중 김치·된장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대체로 나이가 들수록 그 맛에 흠뻑 빠져든다. 외국에서 오래 생활한 한인들 역시 이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재외 한인들은 김치·된장을 언제나 먹을 수는 없다. 음식은 몸 냄새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현지인과 접촉이 잦은 한인은 체취를 유발하는 음식을 피하곤 한다. 한국인들은 거의 못 느끼지만, 김치에는 마늘이 많이 들어 있어 특유의 체취를 유발한다. 일반 된장은 냄새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지만 청국장은 냄새가 상대적으로 오래간다. 그러므로 재외 한인들은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 특식으로 청국장을 먹는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청국장은 콩을 푹 삶아서 김을 뺀 다음 보자기를 여러 겹으로 싸 2~4일 정도 아랫목에서 띄워 만든다. 충분히 띄운 청국장은 콩에서 가는 실 같은 끈이 생기고, 일반 된장보다 훨씬 강한 고유의 냄새를 가진다.

21년 전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생활할 때의 일이다. 금요일 저녁, 우리 가족은 모처럼 청국장 찌개를 끓이고 있었다. 그런데 두 돌 된 아이가 거실 구석에서 생쥐가 다니는 것을 발견했고, 놀란 우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화해 그 사실을 알렸다. 관리사무소의 대응이 그다지 민첩하지 않은지라, 며칠 지나서야 직원이 우리 집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전화한 지 5분 만에 관리사무소 직원이 우리 집에 찾아왔다. 초인종이 울렸을 때 우리는 청국장을 끓이고 있음을 깨닫고 크게 당황했다. 문을 열어주면서 그 직원에게 “미안하다”라는 말을 연발하며 “한국의 전통 수프이고, 콩을 발효시켜 만든 것”이라고 열심히 설명했다. 그 직원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을 했지만,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진 못했다. 그는 준비해온 덧신을 신발 위에 착용하고, 우리 집에 들어와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생쥐를 잡은 다음,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입장을 대표해 “불편하게 해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쿰쿰한 냄새로 불편을 끼쳐 미안하다”라고 반복해 말했다.

그 뒤에는 청국장을 가루로 만들어 특유의 냄새를 거의 없앤 제품을 시도해 봤지만, 구린 냄새를 풍기는 정통 청국장 맛을 대체할 수는 없었다. 어쨌든 그 일이 있고 난 뒤 그곳에서 정통 청국장을 끓여 먹은 기억은 없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다. 더불어, 당혹한 와중에도 아파트 입주민의 입장을 배려해 표정을 관리하려던 그 직원의 얼굴도 떠오른다.

청국장은 한국관광공사가 2018년 페이스북, 웨이보 등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회원 9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가장 먹어보고 싶은 이색 한식’ 중 6위를 차지했다. 청국장이 ‘외국인이 마냥 싫어하는 음식’이 아니라 ‘외국인의 기호를 유발하는 음식’으로 재평가되고 있다는 점이 반갑다.

삭힌 홍어, 멸치젓갈, 블루 치즈, 취두부, 두리안 등 독특한 맛과 향을 가진 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좋고 싫음은 뚜렷이 갈린다. 사람들은 국가와 민족의 경계 속에서 또는 그 경계를 뛰어넘어 음식을 즐기지만 개인의 취향 차이 역시 매우 크다는 점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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