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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이고 줄여도 ‘억’소리… “결혼? 못하는 겁니다” [이슈 속으로]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 5건 / 대한민국 결혼 비용 2억3186만원 / 하루 결혼식 위해 수천만원 ‘줄줄’ / 1억대론 서울서 전세 꿈도 못 꿔 / 업계·웨딩플래너 검은 공생 / 앞머리 커트 5만원… 꽃가루 10만원… / 예식장값 특급비밀… 추가비 ‘눈덩이’ / “부모 도움없인 불가능… 거품 걷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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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4-14 16:06:00      수정 : 2019-04-14 20:09:37

“우리 땐 단칸방에서 수저 두 벌로 시작하고 그랬어.”

혼인율이 매해 최저치를 경신 중이라는 뉴스에 부모님이 혀를 끌끌 차며 한마디 하셨다.

지난달 20일 통계청이 공개한 ‘2018년 혼인·이혼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는 5.0건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게 나타났다. 주원인은 역시 경제적 요인이었다는 분석이다.

꼬박꼬박 월급을 저축하는 것만으로 집 한 채는 너끈히 살 수 있던 우리 부모님 세대로선 ‘돈이 없어 결혼 못한다’는 청년들의 주장이 못마땅할 만하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단군 이래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라는 지금 젊은이들은 부모의 금전적 도움 없인 결혼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얼마 전 결혼식을 올려보니 그 말이 뼈저리게 실감 났다.

◆대한민국 평균 결혼비용 ‘2억3186만원’

결혼 준비의 두 축은 크게 ‘집’과 ‘결혼식’이다. 대한민국에선 이 둘 중 어느 것 하나도 저렴한 게 없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남 508명, 여 492명)을 조사한 결과 신혼부부 한 쌍이 결혼자금으로 쓴 돈은 평균 2억3186만원이었다.

이 중 주택과 혼수용품 비용이 평균 1억8192만원으로 78%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비용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6493만원이다. 사실상 1억원대로는 서울에서 두 사람이 발 뻗고 누울 집을 전세로도 얻기 힘든 게 현실이다.

주택과 혼수용품을 뺀 결혼 준비 비용은 △예식장 1345만원 △웨딩패키지(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299만원 △예물 1290만원 △예단 1465만원 △이바지 107만원 △혼수용품 1139만원 △신혼여행 488만원으로 조사됐다. 바꿔 말하면 집을 제외해도 ‘결혼식’만을 위해 6133만원이나 든다는 소리다.

◆“직거래가 왜 더 비싸?” 예식장 가격은 일급비밀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결혼시장은 연간 22조원 규모가량으로 알려졌다. 단 하루 결혼식에 수천만원을 쓰는 예비부부는 업체 입장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다.

오죽하면 먼저 결혼한 지인이 “결혼 준비하면 돈이 수백, 수천씩 일상적으로 나가니 몇십만원은 돈처럼 안 느껴질 거다. 돈을 물 쓰듯 안 쓰게 조심하라”고 당부했을까.

결혼 준비를 하며 겪은 결혼시장은 기형적이었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웨딩’, ‘혼수’라는 말이 붙으면 가격이 마법처럼 비싸졌다. 저렴한 곳을 선택하려 해도 가격 비교조차 쉽지 않았다. 예식장, 소위 ‘스드메 패키지(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대여, 메이크업)’, 예식 촬영, 예물, 예복 등의 가격을 제대로 알 길이 없었다.

특히 예식장은 가격 문의를 단 한 번밖에 할 수 없었다. 웨딩플래너를 통하지 않고 직접 가격을 문의했던 한 예식장은 이후 웨딩플래너를 끼고 가격을 물어봤을 땐 답변을 거부했다. ‘이미 이전에 가격을 안내해 드렸기 때문에 추가 할인 등을 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처럼 같은 예식장인데 누가 물어보는지에 따라 가격이 들쭉날쭉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개인과 예식장 간의 직거래가 제일 저렴해야 한다.

하지만 예식장은 오히려 웨딩플래너를 통했을 때 더 할인해 주었고, 개인이 직접 문의했을 때 제일 비싼 가격을 제시했다. 상황이 이러니 한 번의 가격 문의도 조심스러워졌고 웨딩 플래너 업체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업계와 웨딩 플래너 업체 사이의 공고한 공생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수백만원은 우스운 결혼시장… 가격 담합에 우는 예비부부

눈 뜨고 코 베이지 않으려 발버둥쳐도 업체들의 가격 담합 때문에 다른 선택안을 찾기 쉽지 않았다. 가뜩이나 비싼데 해가 바뀌면 업체들은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 가격을 수십만원씩 올렸다.

넉넉 잡아 2시간인 예식 사진촬영이 120만~150만원선, DVD 영상 촬영은 200만원이 넘기도 했다. 스드메 패키지는 최소 100만원대. 일반 미용실에선 서비스로 해주기도 하는 앞머리 커트도 웨딩 메이크업 때 받으면 5만5000원이라고 했다.

저렴한 기본비용으로 낚은 후 추가금을 눈덩이처럼 붙이기도 했다. 특히 스튜디오 촬영은 추가금이 기본요금의 2~3배는 우습게 불어났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대개 스튜디오 촬영 시 인화한 앨범 외에 디지털 원본 사진을 받으려면 30만원, 수정본도 받으려면 15만원이 추가로 들었다. 기본 20쪽 외에 앨범 페이지 추가 시 한 장당 3만원, 액자 업그레이드 시 30만원, 심지어 자신이 사진을 선택하기 위해 추가금 10만원을 내야 하는 업체도 있었다.

예식비 항목 중 가장 어이없었던 것은 추가로 지불한 ‘꽃가루’ 비용이었다. 예식장에서 신랑신부 행진 마지막에 예식장 직원이 꽃가루를 한 움큼 뿌려주는 서비스가 추가 10만원이었다. 계약할 때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서비스였다. 어찌된 영문인지 알아보니 예식 직전 정신없는 와중에 예식장 측에서 갑자기 신랑에게 다가와 “행진 후 기념촬영할 때 꽃가루를 뿌리면 두 분 사진이 훨씬 잘 나오니 신부님에게 선물로 해주시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몰랐을 때는 ‘꽃가루 세례’에 기분이 좋았는데 10만원짜리였다고 하니 헛웃음만 나왔다.

◆덜어내도 ‘억’ 소리 나는 결혼… 결혼업계 가격 거품 걷어내야

지난해 11월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용이나 의식절차 등을 포함한 결혼식 문화를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 비율은 70.6%에 달했다.

경제적인 문제로 결혼에 주저한 경험이 있는 청년도 10명 중 4명이나 됐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 15∼39세 남녀 25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2017)한 ‘2016년 청년 사회·경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을 준비해 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41.4가 ‘비용 부담으로 결혼을 망설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20대는 49.7%, 30대는 40.5%였다.

직접 결혼해 보니 “돈 없어서 결혼 못한다”는 후배의 농담 섞인 푸념에 쉽사리 ‘할 수 있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예단은 생략하자’, ‘폐백도 거르자’, ‘이바지 음식도 하지 말자’, ‘웨딩촬영은 셀프로 하자’ 등 최대한 덜어냈지만 그래도 결혼에 ‘억’ 소리 나는 금액이 들었기 때문이다. 남들처럼 ‘보통의 결혼식’을 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두 사람이 30년 넘게 평생을 모은 돈에 부모님의 도움까지 있어야 결혼이 가능했다. 청년층에게 덮어놓고 ‘결혼하라’고 외치기 전에 웨딩업계의 비상식적인 가격 거품부터 걷어내는 노력이 먼저 필요해 보인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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