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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지 않는 플라스틱은 가라”… 재활용 소재 발굴 나선 기업들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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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10 06:00:00 수정 : 2021-04-10 11: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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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상반기 플라스틱 쓰레기양
하루 평균 848t… 전년比 15.6% 증가
환경부, 순환단계별 개선방안 마련
기업들도 환경보호에 적극적 동참

동아제약, ‘가그린’에 라벨 분리 용기
GS샵선 2중 박스포장을 ‘원박스’로
한국콜마, 종이튜브 국내 최초 개발
SR테크노팩, 용기 재활용 기술 내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플라스틱 폐기물이 급증하고 있다. 제품 생산자인 기업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자원순환경제를 촉진하기 위해 친환경 포장소재 발굴에 나섰다.

9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플라스틱 쓰레기양은 하루 평균 848t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진 지난해 3월 이후 비대면 소비가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최근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은 역대 최고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증가하는 쓰레기에 ‘친환경’ 핵심 트렌드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도 국내 플라스틱 소비량은 많은 편이었다. 2019년 경기연구원이 발간한 ‘플라스틱 관리 정책의 한계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2017년 기준 132.7㎏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93.8㎏), 일본(65.8㎏), 프랑스(65.0㎏) 등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2019년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 중 실질적으로 재활용되는 경우는 22.7%에 그친다. 플라스틱이 다양한 종류와 형태로 가공돼 폐기물 수거체계를 구축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또 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해서는 용기가 오염되지 않아야 하고 단일 재료로 분석돼야만 하는데, 알루미늄이나 철 등의 재료를 포장재에 사용해 플라스틱이 순환자원이 아닌 폐기물로 처리되는 경우가 잦았다.

이에 환경부는 2018년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50% 감축, 재활용 70%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생산, 소비, 재활용 등 각 주제별 역할을 강화하고 플라스틱 등 생활폐기물 절감을 위해 순환단계별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5월 자원의 효율적 이용, 폐기물 발생 억제, 순환이용 촉진 등 자원의 선순환으로 지속가능한 순환경제 실현을 위한 ‘자원순환기본법’을 개정했다. 이어 지난 2월에는 1회용품 등 플라스틱 사용의 저감과 플라스틱 재활용 촉진을 위한 대책으로 ‘자원재활용법’을 입법예고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쓰레기와 이에 맞춰 강화되는 정책으로 친환경이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하면서 지자체별 폐기물 처리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월 3일 경기도의 한 재활용센터 야외 선별 적치장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다. 하상윤 기자

◆친환경 포장 적극 도입하는 기업들

기업들은 자원순환 경제 활성화를 위한 친환경 포장소재 개발과 수급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속가능한 친환경 제품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분리배출의 편리성을 제공하고 환경보호를 위한 고품질 친환경 포장 소재를 도입하며 재활용 극대화에 힘쓰고 있다.

동아제약은 기존 제품보다 쉽게 라벨을 뜯을 수 있게 리뉴얼한 ‘어린이용 가그린’을 선보였다. 제품에 ‘뜯는 곳’을 표기하고 소비자가 손으로 간편하게 라벨을 제거할 수 있어 간편한 분리수거가 가능해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다. 앞서 동아제약은 가그린 용기를 유색 용기에서 재활용이 용이한 무색투명한 용기로 바꾼 바 있다. 색깔을 입힌 플라스틱은 재활용 과정에서 분류가 어려워 올바르게 재활용되지 못하고 폐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아제약 ‘어린이용 가그린’에서 라벨을 제거하는 모습. 동아제약 제공

또 이번에 리뉴얼한 어린이용 가그린에 9종의 멸종위기동물 디자인을 적용하고 하단에는 멸종위기등급 마크를 기재했다. 환경오염과 서식지 파괴로 사라져 가는 멸종위기동물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려는 취지다. 동아제약은 판매수익금 일부를 기부해 멸종위기종 보호기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친환경 포장재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GS샵은 플라스틱 보형재와 비닐테이프를 사용하지 않고 2중 박스포장을 1차 포장으로 줄이면서 분리배출이 쉬운 ‘원 박스’를 도입했다. 기존 택배박스는 폴리염화비닐이 주성분인 비닐테이프를 사용해 환경을 해칠 뿐 아니라 포장할 때와 개봉할 때 모두 번거로움이 컸다. 하지만 원 박스는 비닐테이프를 사용하지 않고도 박스 봉인이 가능하며 이중 포장을 줄였다.

◆새로운 포장소재 개발도 성과

화장품은 제품의 특성상 플라스틱 사용이 불가피한 품목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한국콜마는 재활용이 어려운 화장품 플라스틱 튜브 용기 대신 종이를 활용한 화장품 튜브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플라스틱 사용이 불가피한 뚜껑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종이로 대체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기존 튜브보다 80% 낮췄다.

한국콜마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종이튜브 화장품 용기. 한국콜마 제공

한국콜마는 본체의 안쪽 면에 얇은 방수막 합지와 종이를 겹치고 50㎏ 이상의 하중을 견딜 만큼 내구성을 강화하는 기술을 적용하여 플라스틱을 완전히 대체했다. 다 쓴 종이튜브는 절취선에 따라 찢을 수 있어 종이로 분리배출하기도 수월해졌다.

또 편의점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컵음료 용기(RTD)는 플라스틱으로 재활용 가능할 것이라는 소비자의 인식과는 달리 재활용이 되지 않는 품목이다. 기존 RTD 용기는 내용물 보존과 산소차단을 위해 얇은 알루미늄박을 덧입힌 라벨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알루미늄박을 덧입히면 산소 유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해줘 음식물 내의 미생물 성장방지, 식품 산화방지, 향기 성분 유출방지 등에 매우 유용하지만 플라스틱과 다른 재료로 분석돼 재활용이 아닌 ‘복합재질’로 폐기물 처리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 포장소재 전문기업 SR테크노팩은 친환경 산소차단 코팅기술 ‘GB-8’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라벨이 부착된 채로도 쉽게 용기를 재활용할 수 있다. GB-8은 얇은 도포만으로도 뛰어난 산소차단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라벨에 알루미늄박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 별도의 분리배출 없이도 바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이런 장점에 힘입어 2019년 푸르밀을 시작으로 동원F&B, 빙그레, 네슬레 말레이시아 등 국내외 7개 음료 브랜드가 GB-8을 적용하고 있다. SR테크노팩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기업에서 GB-8 적용으로 약 1300t에 달하는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효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SR테크노팩의 친환경 산소차단 코팅 기술 ‘GB-8’이 적용된 음료 포장재. SR테크노팩 제공

◆“환경도 좋지만”… ‘사전규제법’ 중소기업 난색

 

“환경도 좋지만 현실적으로 무리입니다.”

 

포장 재질과 방법을 사전에 규제하는 ‘포장재 사전검사제’ 법안이 발의되자 중소기업계는 난색을 표했다. 사전검사에 드는 기간과 비용이 크게 부담되는 데다 벌칙 규정 또한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지난달 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포장재 사전검사제 관련 업계 간담회’에서 개정안의 사전검사 및 검사결과 표시의무 조항, 과도한 벌칙규정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대표발의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은 제품 출시 전 포장 재질과 방법을 검사받고 그 결과를 포장 겉면에 표시해야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사전검사를 받지 않거나 거짓으로 표시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업계는 공인검사기관 부족으로 인한 검사·제품 생산 지연, 품목·규격별 사전검사에 따른 검사비용 부담, 검사 결과의 신뢰성 하락 등을 현실적 어려움으로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품 출시 전 사전검사를 받기 위한 공인검사기관은 한국환경공단과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2곳뿐으로, 시험성적서 결과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포장 형태나 재질을 바꿀 때마다 사전검사를 받아야 해 제품을 빠르게 출시할 수 없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이 같은 목소리는 지난달 29일 중기중앙회의 한정애 환경부장관 초청 간담회에서도 나왔다. 이날 성락철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장은 “정부의 개정법안에 대해 업계를 대표해서 건의드리겠다”며 “벌칙규정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포장재 사전검사와 표시의무화 대신 기존 제도를 유지하되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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