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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을 위해 ‘그들’을 혐오해 ‘우리’를 만드는 자들의 혐의는 공론장 파괴” [책에서 만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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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15 07:00:00 수정 : 2021-04-14 22: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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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s hand holding megaphone against blackboard

“정보시대에서 디지털 재화라 일컬어지는 정보에는 희소성이 없다. 무한히 취할 수 있는 것에는 값이 매겨질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가치한 정보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인간의 주목이다. 주목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분배하느냐가 경제학의 문제라면, 오늘날 주목과 관심의 주고받음은 엄연한 경제행위다.”

 

―김내훈, 2021, [프로보커터], 서해문집, 35쪽

 

미국 마이클 골드하버는 ‘주목경제(Attention Economy)’를 제안하면서 무한정한 디지털 세상에서 유한한 ‘주목’과 ‘관심’이라는 새로운 ‘상품’을 이야기합니다.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포퓰리즘을 공부하는 김내훈씨 역시 책 [프로보커터]에서 이 주목과 관심을 주목하지요. 즉 ‘프로보커터(Provocateur)’의 탄생에는 주목과 관심이 돈으로 환전되고 인터넷 조회 수가 장사가 되는 주목경제가 자리한다며 이 주목과 관심을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상품이라고 규정하지요.

 

‘프로보커터’라는 말은 ‘(특정한) 반응을 유발하다’ ‘화나게 하다, 도발하다’ 등의 의미를 갖는 영어 단어 ‘provoke’에서 유래한 것으로, “인터넷 등에서 글이나 영상으로 특정인이나 집단을 도발함으로써 조회 수를 끌어올리고, 그렇게 확보한 세간의 주목을 밑천 삼아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79쪽)을 가리킵니다. ‘도발하는 사람’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나쁜 관종(관심종자)’인 셈이지요.

 

주목과 관심을 받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 프로보커터들은 ‘혐오의 시대’가 만들어낸 ‘우리’와 ‘그들’이라는 구별짓기 프레임을 활용해 ‘그들’을 혐오하고 공격해 ‘우리’를 만들어냅니다. 무서우면서도 자기 파괴적인 전략이죠. 더욱이 이들이 초연결성을 바탕으로 공론장을 장악하고 오염시키면서 전문가와 관료 등 엘리트 집단을 문제해결의 주체가 아닌 원인과 대상으로 쉽게 전락시키는 것도 문제입니다.

 

김어준

“상대적 우월감을 확보하고자 타자를 주변화하고 ‘우리’와 ‘그들’을 분리한다. 이 과정에서 다종다양한 혐오 선동이 공감과 동의를 얻으며 주목받는다. 제반 분야의 전문가 지식인 관료 등 사회의 엘리트 집단은 오늘의 현실적 문제들을 해결할 주체가 아니라 그 원인으로 간주된다.”(116쪽)

 

저자는 프로보커터에도 사회적 인물에 대한 모욕적 언사를 던지는 ‘싸움꾼형’, 음모론을 바탕으로 도발하는 ‘음모론자형’, 싸움꾼과 음모론자에 나쁜 의미의 관종이 결합한 ‘삼위일체형’ 세 유형이 있다고 구분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싸움꾼형, TBS의 ‘뉴스공장’을 진행하는 김어준에 대해선 ‘음모론자적-예언가형’이라고 각각 분류하고 비판하지요.

 

조정래 작가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사진)가 ‘친일파 발언 논란’ 관련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저자 김내훈씨는 이제 시민들이 프로보커터가 조장하고 있는 공론장의 오염을 경계하고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언론 역시 경각심을 가지라고 촉구하지요. 이것은 좌우를 가리는 문제가 아니라는 하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혹시 지금 이 순간, 당신의 귀와 눈을 이들에게 의탁하고 있는 건 아닙니까, 결국 이들에게 주목과 관심을 주고 있는 건 아닙니까.(2021.4.15)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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