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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지친 마음, 반려 동·식물 돌보며 힐링 “어때요” [농어촌이 미래다-그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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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30 03:00:00 수정 : 2021-04-29 19:2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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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농업법 발효 이후 주목
‘동물매개치료’ 다양한 연구 통해 입증
국내서도 PTSD·우울증 치료에 활용

농진청 등 동물교감 치유 서비스 실시
참여 기관 92% “치유효과 있다” 답변

‘치유 매개’ 반려동물·식물 다시 인기
“사람이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이웃”

지난해부터 우울증과 비만 등 각종 건강 이상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활동이 제한되고 생활패턴이 달라지면서다.

이로 인해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치유’다. 치유는 영어단어 ‘힐링’(healing)으로 이미 사람들에게 익숙하다.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치유는 농림축산업계의 화두가 됐다. 지난 3월 치유농업법이 발효돼 농업과 농업자원을 활용한 치유가 주목받는 가운데, 전통의 치유 매개인 반려동물과 식물도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반려동물이 사람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국내외 여러 연구와 실험을 통해서 증명됐다.

동물을 매개로 인지적, 사회적, 정서적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법을 ‘동물매개치료’라고 한다. 9세기 벨기에에서 장애인들의 치료에 동물을 이용했다는 기록이 최초의 동물매개치료로 알려져 있다. 이후 1962년 미국의 소아정신과 전문의 보리스 레빈슨이 반려견을 치료에 활용하면서 본격적인 반려동물매개 치료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레빈슨은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던 아이들이 자신의 반려견과 놀면서 치료 없이도 회복하는 것을 발견하고 연구를 통해 동물을 통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현재는 전 세계에서 우울증, 간 질환, 심근경색, 협심증, 대인기피증, 자폐증 등 다양한 질환 치료에 동물매개치료가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1990년대부터 동물매개치료가 시작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우울증, 자폐증은 물론 알코올중독이나 약물중독 같은 중독증상 치료에도 보조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친구와 선생님을 잃은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심리치료에도 동물이 활용된 바 있다. 학생들은 ‘단이’와 ‘원이’라는 이름의 4개월 생 골든리트리버 남매견에게 사료를 주고 산책과 목욕을 시키며 정서적 안정을 되찾는 데 도움을 받았다.

농촌진흥청의 동물매개치료 연구를 수행 중인 김옥진 원광대 교수팀에 따르면 자폐 스펙트럼 어린이에게 동물 교감 치유 프로그램을 적용한 결과 사회성기술과 협력성, 자기주장 개선, 뇌 기능 자기조절지수 및 주의지수 개선 등 효과가 확인됐다.

전문적인 병원 치료가 아니더라도 동물을 통한 치유 프로그램은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국립축산과학원은 2017년부터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동물교감교육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들이 동아리를 조직해 동물 돌보기, 감정 나누기, 행동과 심리 알아보기 수업 등을 진행한다. 지금까지 학교멍멍(개), 학교깡총(토끼), 학교음매(염소) 등 프로그램이 실시됐다.

축산과학원에 따르면 학교멍멍에 참여한 학생은 자아존중감이 15% 올랐고, 공격성이 21.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깡총 참여 학생은 사회성이 13.2% 증가하고 부정적 정서가 14% 줄어들었다.

농촌진흥청은 도시민을 대상으로 연 4회 ‘동물교감치유 문화교실’을 열고 있다. 치유활동은 반려동물과 눈을 마주치고 이름을 부르는 가벼운 스킨십부터 빗질과 마사지, 산책 등을 통해 교감을 높여간다.

농진청이 2018년 동물교감치유 서비스를 경험한 복지·요양기관, 학교, 병원 등 25개 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2%가 ‘치유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심리적(96%), 인지적(60%), 신체적(48%)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 운영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반려동물을 돌보고 교감하는 행위는 정서적 치유 효과가 높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7.7%가 반려동물을 양육한다고 답했다. 전국 추정 시 638만 가구(전체 2304만 가구)이며, 이는 2018년 511만 가구, 2019년 591만 가구에서 3년 연속 증가한 것이다.

1인 가구 비율 증가와 빠른 고령화에 따라 사람과 교감하고 심리적 안정을 주는 반려동물의 필요성도 높아져 반려동물 인구가 증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치유를 위한 ‘반려’ 대상이 꼭 동물일 필요는 없다. 최근엔 ‘반려식물’, ‘반려곤충’도 더불어 인기를 얻고 있다. 식물은 광합성 과정에서 미세먼지와 유해물질을 없애 주고, 우리 몸에 유익한 음이온을 생성해 집에서 기르기 좋다. 음이온은 통증 완화, 혈액 정화, 자율신경 조절 및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진 몇 년 전부터는 집안이나 사무실을 식물로 꾸미는 ‘플랜테리어’도 각광받고 있다.

농진청은 2019년부터 2년간 호랑나비, 왕귀뚜라미, 누에, 장수풍뎅이 등 곤충 4종에 대한 치유 효과를 실험을 통해 밝혔다.

왕귀뚜라미를 기른 독거노인은 인지능력과 수면 상태가 개선되고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누에와 장수풍뎅이를 돌본 청소년들은 스트레스 지수가 감소하고 주관적 행복감과 자아존중감이 증가했다.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은 “반려동물이나 식물, 곤충은 사람이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이웃”이라며 “반려 동물·식물·곤충을 통해 메마른 사회를 치유하고 개인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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