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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피해여성 고통 전문가가 진단… ‘그놈’ 잡고 회복 돕는다

입력 : 2021-05-09 19:00:27 수정 : 2021-05-09 2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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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범죄피해평가’ 운영 활발
범죄심리사 등 피해자 심층 면담
‘외상 후 스트레스’ 등 진단 보고
구속 여부·재판 양형 근거로 채택
시행 6년째 올 208곳 경찰서 시행
성폭력 등 올 1분기만 407건 실시
참여자 85% 女… 95% “만족” 답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피해자는 현재 범죄피해로 높은 수준의 우울과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보임.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큰 상태로 별도의 보호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임.’

 

이는 연인 사이였던 여성을 협박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A씨에 대해 지난 1월 경찰이 2차 체포영장을 신청하며 첨부한 ‘범죄피해평가’ 보고서 내용이다. 범죄피해평가는 피해자의 신체·심리·경제적 피해를 전문가가 평가해 가해자의 구속 여부와 양형에 반영되도록 하는 제도다.

 

경찰은 1차 체포영장 신청 때 A씨가 보낸 수십통의 협박 편지 위주로 서류를 꾸린 터였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요청했다. “지속해서 편지를 보내오는 행위만으로는 직접적인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찰은 과거 A씨가 둔기로 피해 여성에게 상해를 입혀 징역형을 살았기에 강제수사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보완수사 요청을 받고 범죄피해평가를 진행한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평가를 맡은 전문가는 피해자의 고통이 극심하다고 진단했고, 검찰은 경찰 신청을 받아들여 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렇게 피해자 입장이 형사절차에 반영되도록 돕는 범죄피해평가가 올해 들어 더욱 활발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올해 1∼3월 범죄피해평가 실시 건수는 총 40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88건이 진행된 걸 고려하면 분기 기준으로 전년 대비 64.8% 증가한 것이다. 이 기간 평가가 진행된 범행은 성폭력(168건)과 폭행·협박(130건)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참여자는 여성 342명, 남성 65명이었다.

 

범죄피해평가가 활발한 건 올해 개정된 경찰수사규칙에 평가 시행 근거가 마련된 데다 운영 경찰서 또한 확대된 영향으로 보인다. 2016년 경찰서 101곳에서 이 제도의 시범 운영을 시작한 이후 지난해 166곳까지 늘었고 올해 2월 말부터는 208곳에서 운영되는 중이다.

 

올 1분기 범죄피해평가에 참여한 피해자 대부분은 결과에 만족했다. 설문조사 결과 94.6%가 ‘만족한다’는 의견을 내놨고, ‘다른 피해자에게 권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비율도 91.4%나 됐다. 만족한다고 답한 이들은 그 이유로 ‘전문가 면담을 통한 심리 안정’(60.2%·복수응답), ‘수사·공판단계 등에 피해자 목소리 반영 기대’(46.2%) 등을 들었다.

실제 범죄피해평가 보고서는 수사 단계뿐 아니라 공판에서도 증거로 채택돼 재판부 양형 판단에 반영되고 있다. 지난 2월 법원은 결별을 요구하는 여성을 협박하고 흉기로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범죄피해평가 보고서를 볼 때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살인 사건의 경우 유족을 대상으로 한 범죄피해평가가 양형 자료로 쓰인 사례도 있다. 과거 교제했던 여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C씨에 대해 징역 30년을 선고한 판결에서 범죄피해평가 보고서가 증거로 채택됐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소중한 가족을 잃은 피해자 유족들이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상실감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범죄피해평가는 임상·범죄심리사 등 자격증이나 관련 학위 소지자 중 전문교육과 평가를 거쳐 선발된 전문가가 맡아 진행한다. 보고서는 두 차례 피해자 면담을 거쳐 작성된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범죄피해평가가 영장 발부나 양형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계속 나오면서 현장 경찰관들도 제도 운영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늘어나고 있다”며 “올해 운영 관서가 확대된 만큼 내실 있는 평가를 위해 전문가 인력풀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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