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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기술 적극 활용, 전 세계 물산업 선도할 적기” [연중기획-지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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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27 06:00:00 수정 : 2021-05-26 21: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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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P4G’ 앞두고 물산업 좌담회

4차산업 기술 어떻게 이용하나 - 차상균
자동화된 선순환 구조 만드는 게 핵심
딥러닝 모델로 새 부가가치 창출해야

우리나라 물산업 현주소는 - 윤주환
산업구조 낙후… 장기적으로는 유망해
IT 접목하면서 새로운 형태 시장 형성

수공 ‘스마트 물관리’ 어떻게 - 이한구
드론으로 3차원 영상 AI가 분석·관리
오염물질 추적·차단 기술 연구개발 중

정부, 물산업 육성정책은 - 홍정기
수질과 수자원 일원화로 효율성 높여
민간참여 통한 다양한 기술혁신 기대
지난 17일 서울 한강홍수통제소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물산업 방향’을 주제로 열린 세계일보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이강은 사회부장, 이한구 한국수자원공사 부사장, 홍정기 환경부 차관,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원장, 윤주환 한국물산업협의회 회장. 남제현 선임기자

‘물산업’은 200년 이상된 전통산업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단어가 나온 역사는 20년이 채 되지 않는다. 2005년 노무현정부 때 관련 개념이 처음 등장했다. 물산업은 이후로도 15년 가까이 답보 상태였다가 2018년에야 ‘물산업진흥법’이 제정되면서 전기를 맞았다.

 

물산업은 댐이나 저수지 용수부터 상하수도 관리, 하폐수 처리와 용수 재생·재용까지 물과 관련된 경제활동을 모두 아우른다. 물 관련 시설을 기획·설계·건설하고 소재부품을 운영하는 전 단계가 물산업 영역이다.

 

최근 물산업이 4차 산업혁명과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주목받고 있다. 오는 30∼31일 열리는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도 탄소중립을 위한 물 관리가 주요 이슈로 다뤄진다.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Global Goal 2030)는 세계 정부기관과 기업, 전문가 등 민간이 함께 모여 기후변화 대응책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논의하는 국제협의체다. 2018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첫 회의가 개최됐고 올해 서울에서 두 번째로 진행된다.

지난 17일 서울 한강홍수통제소 회의실에서 열린 세계일보 좌담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이한구 한국수자원공사 부사장과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원장, 홍정기 환경부 차관, 윤주환 한국물산업협의회 회장. 남제현 선임기자

이번 P4G에서 환경부는 첫 번째 기본세션 주제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 스마트 물관리’를 내세웠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 시그리트 카흐 네덜란드 외교통상개발협력장관 등이 참여하고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원장을 좌장으로 학계 전문가와 기업인 등이 향후 탄소중립 물관리를 위한 해결 과제 등을 논의한다.

 

세계일보는 P4G를 앞두고 홍정기 환경부 차관과 이한구 한국수자원공사 부사장, 차상균 원장, 윤주환 한국물산업협의회 회장이 참여한 ‘4차 산업혁명 시대 물산업 발전방향 논의 및 대중 이해도 향상을 위한 좌담회’를 열었다. 지난 17일 서울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한국 물산업 현주소를 짚고 탄소중립을 위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물산업에 어떻게 접목하면 좋을지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 활용하면 우리나라 물산업이 세계를 선도할 적기”라고 입을 모았다.

차상균 사이원스대학원장

-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물산업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원장(차 원장): 컴퓨팅 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이터를 수집한 후 (이를 바탕으로 한) 기계학습을 통해 (현실에 활용할) 모델을 만들고 이후 모델이 기계학습을 통해 지속해서 업데이트 되는, 자동화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게 됐다. 이게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다. 물산업에서는 일단 (기계학습을 위한) 물 관련 지식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딥러닝 모델이 만들어지면 예측이 가능해진다. AI 기기를 댐이나 하천의 오염원 가까이 넣으면 바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고 즉각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 물산업과 4차 산업혁명의 만남이 어느 정도 진행됐다고 보나.

 

△윤주환 한국물산업협의회 회장(윤 회장): 물 분야의 단점은 대형공공 인프라가 필요하고 투자비용 회수에 장기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반면 누구든 물 없이는 살 수 없고 물값을 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유망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물산업은 상당히 낙후됐다. 임금이 낮고 우수인력이 안 들어온다. 4차 산업혁명은 물산업이 전통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첨단산업으로 변신할 기회다. 정보기술(IT)을 접목해서 자동화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바꾸면 새로운 형태의 시장을 만들 수 있다. 지난달 13일 대구 물클러스터에서 물산업혁신전략회의가 있었는데, 기업인들이 물 분야도 반도체가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계측설비에 IT를 접목하려면 반도체가 필요한데, 요즘은 전기차에 들어갈 반도체도 부족해 물산업 쪽까지 안 온다고 하더라. 어쨌거나 그만큼 물산업에 IT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윤주환 물산업협 회장

- 물산업이 탄소중립을 이루는 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윤 회장: 물산업과 탄소중립 관련해서 크게 두 가지 함의가 있다. 첫째 에너지 효율화다. 상하수도를 놓고 보면 국가 전체 소비 에너지의 2%를 물 만들어서 보내고 처리하는 데 쓴다. 한 사람이 내버리는 하수를 처리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약 20∼45W나 된다. 독일·덴마크 같은 에너지 선진국은 이를 20∼80%까지 극단적으로 줄이자고 한다. 또 하나는 에너지 자립이다. 한 사람이 쓰고 나서 버리는 물을 에너지로 환산하면 세계 평균 36W다. 이를 극단적으로 줄여서 10∼20W만 들게 하면 (감소한 에너지만큼) 사람 하나가 에너지 생산기지, 발전소가 된다. 에너지에 관심 많은 유럽은 이 체계를 2040년까지 만들겠다고 한다. 일부 하수처리장은 실제 에너지 자립을 이뤘다. 기술경쟁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바이든 정부와 유럽이 다 뛰어들었다. 세계적인 패러다임 전환이다.

- 스마트 물관리와 관련 수자원공사는 어떻게 추진하나.

 

△한국수자원공사 이한구 부사장(이 부사장):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홍수를 겪은 뒤 물순환 전반에 걸쳐 빅데이터 활용 및 디지털 물관리 전환 계획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물순환이란 비가 댐이나 하천으로 흘러들거나 지하수가 돼 사용된 뒤 폐수 처리 후 하천으로 내보내는 일련의 과정이다.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댐이 37개인데 이 중 40%가 30년 이상 됐다. 댐이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안전성 강화가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하루에 한 번 직접 댐 변형과 누수 여부를 확인했는데, 앞으로 시간 단위로 변형 여부를 체크할 감시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너무 높이 있는 댐 시설물이나 수심이 깊은 곳 등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는 곳은 드론을 활용해서 3차원 영상을 촬영하고 AI가 영상을 분석해 이상 유무를 판단한다.

이한구 수자원공사 부사장

- 안전관리 분야 외에 기술혁명을 접목할 업무가 있는가.

△이 부사장: 깨끗한 물 관리에도 활용된다. 댐 상류 유역은 중요한 수원이라 깨끗한 물 공급을 위해 수질과 수생태 관리가 중요하다. 댐으로 들어오는 오염원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최근 도입된 기술 중 하나가 동위원소를 활용해 댐으로 유입되는 오염원을 추적하는 방식이다. 오염원 출처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미지의 오염원이 발견돼도 동위원소를 활용해 어디서 얼마나 왔는지 신속하게 추적하고 유입을 차단할 기술을 연구개발 중이다. 상수도 분야 역시 정보통신기술(ICT) 도입이 필요하다. 정수장에서는 약품을 투입해 정수처리를 하는데, 최적으로 정수하려면 수질 분석이 실시간으로 이뤄져야 하고 고도화돼야 한다. 관리 자동화와 최적화 위해서 AI를 도입할 예정이다.

-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부가 세운 물산업 육성정책은 무엇인가.

 

△홍정기 환경부 차관(홍 차관): 그동안 물산업 관리가 잘 안 된 게 물관리 통합 문제와도 연관돼 있다. 수질(환경부)과 수자원(국토교통부)이 이원화돼 있었다. 2018년 물관리가 일원화됐다. 수량과 수자원 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통합하는 내용으로 정부조직법이 개정됐고, 물관리기본법과 물기술 발전 및 물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환경부가 수량·수질·수자원·하천을 통합 관리하게 되니 물산업 분야에서도 집약적 기술을 가동해 효율성을 높일 책무가 생겼다. 이미 2009년부터 정수장이나 하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에 탄소중립 프로그램을 추진해 왔으나 잘 안 됐다. 재생에너지 전환이나 에너지 효율성 높이는 기술의 접목이 더뎠다. 정부가 법과 정책, 예산 지원을 통해서 민간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면 다양한 기술 혁신이 도입될 수 있다.

 

- 혁신형 물기업이 탄생하기 위한 필수 토양은 뭘까.

△윤 회장: 혁신형 물기업 육성은 과제다. 2015년 물산업협의회가 만들어졌는데, 당시 우리나라 물기업을 미국에 진출시키려 하니 세계 시장에 나갈 여건이 안 됐다. 기술이 있어도 국내 시장에 안주하고 안 나간 경우가 많았다. 일종의 ‘갈라파고스 시장’(고립된 환경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한 시장)인 셈이다. 그래서 환경부에 혁신형 물관리 프로그램을 만들고 강소기업을 키우자고 제안했다. 밸브, 파이프, 소재부품을 개척하도록 하면서 2년 키우니까 실적이 나기 시작했다. 정부에 바라는 점은 물산업 육성은 호흡 길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기업 성장에 필요한 기간은 기본 3년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원해 달라.

- 물산업 성장과 관련한 주요 과제는 뭐라고 보는지.

 

△차 원장: 물산업 틀은 잡힌 것 같지만 틀을 어떻게 채우는지가 관건이다. 우리나라 물산업은 품질을 담보할 데이터를 모아야 할 것 같다. 환경부가 데이터플랫폼을 가져야 할 것 같고, 지속적이고 투명하게 데이터가 집적되면 우리 상품 신뢰도 역시 높아질 것이다. 우리 강소기업들이 하드웨어는 웬만큼 만들지만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얼마나 잘하는지가 핵심이다. 더 문제는 고급 인재가 없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물전문대학원 육성한다고 하는데, 20년 전에 IT 붐이 일어나면서 소프트웨어 교육한다고 돈 뿌렸지만 싸구려 인력만 양산했다. 정말 잘 가르쳐 고급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별도 대학원을 만들면 경쟁력 있는 사람을 모으기 힘드니 기업 등 잘되는 데랑 연합해야 한다. 서울대는 학사 연결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전공이 무엇이든 데이터사이언스(정보과학) 석사 공부하게 하고 공동 학위 갖는 방식으로 학문 경계를 허무는 등 융복합형 인재를 키우는 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윤 회장: 환경부는 상하수도, 수자원까지 빅데이터를 가졌다. 지금까지 환경규제 때문에 데이터를 공개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환경데이터 설계·운영과 관련한 데이터를 공개한다면 엄청 많은 기업이 만들어질 것이다. 빅데이터를 공개할 방안도 단계적으로 세워야 한다.

홍정기 환경부 차관

- 물산업의 특성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아울러 P4G의 의미는.

 

△홍 차관: 데이터 공개는 환경부보다 지방자치단체가 더 조심스러워 한다. 석면지도나 홍수지도 같은 데이터는 어느 지역이 취약한지 드러나서 지자체가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래도 환경부는 공개를 확대하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활용되도록 더 적극 공개하겠다. 인재 양성은 개정 물산업진흥법이 오는 10월 시행되는데, 핵심이 물산업 인재 양성에 관한 내용이다. 국가와 지자체가 물산업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이나 연구기관 등을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지정해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예산을 지원할 근거를 마련했다. 약 2400억원이 투입된 실증화단지인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잘 활용해 물전문가 양성과정에 ICT, AI 등을 융합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

 

이번 P4G 기본세션 중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분야도 물 분야다. 올해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도 열리고, 내달 환경부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발표한다. 연말에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치도 내놓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P4G가 열려서 기대가 크다.

 

대담=이강은 사회부장
정리=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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