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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죽음 모르는 아버지… 눈물의 광주 참사 첫 발인

입력 : 2021-06-12 15:17:21 수정 : 2021-06-13 2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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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좌석에 앉은 아버지는 목숨 건졌지만 뒷좌석 딸은 목숨 잃어
철거건물 붕괴참사 나흘째를 맞은 12일 광주 동구청 주차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시민 추모객이 헌화를 위해 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재개발 건물 붕괴 참사의 희생자들 중 12일 첫번째 발인식이 엄수됐다.

 

이날 12일 오전 6시10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가진 발인식에는 가족과 친구, 취재진 등 50여명이 함께 했다.

 

고인은 사고 당일 수술을 받고 요양중이던 엄마의 병문을 위해 아버지와 함께 버스에 올랐다가 변을 당한 30대 딸이다.

 

무너진 건물 더미가 덮친 버스에서 앞쪽 좌석에 앉은 아버지는 목숨을 건졌지만 뒤쪽 좌석의 딸은 황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부모보다 먼저 하늘로 돌아가는 딸의 마지막 여정을 지켜본 가족과 친구들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가족들은 참사 부상자이자 유족이기도 한 아버지께 아직까지 딸의 죽음을 알리지 못했다. 참사의 상처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아빠가 그보다 더한 충격을 감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고인의 삼촌인 A(67)씨는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며 슬픔과 울분을 함께 삼켰다. A씨는 “현장을 가봤더니 되지도 않는 공사를 했다”며 “아무 대책도 없이 지나가는 버스를 덮쳤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탄식했다.

 

12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철거건물 붕괴참사로 희생된 시내버스 승객 가운데 첫 번째 사망자의 발인식이 열리고 있다. 뉴스1

이날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철거건물 붕괴참사의 첫 사망자로 기록된 60대 버스 승객의 발인식도 이어졌다. 고인은 사고 발생 약 2시간 50분 만인 오후 7시 8분쯤 발견된 아홉 번째 매몰자인데 앞서 구조된 8명과 달리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져 사망 판정을 받았다.

 

참사 피해자의 사망 원인을 의학적으로, 법적으로 규명하는 부검은 전날 늦은 오후부터 시작됐다. 유가족이 고인의 시신을 인도받아 장례를 치르면서 아홉 영혼은 이날부터 영면에 들어간다.

 

시민 추모객을 위한 합동분향소는 광주 동구청 주차장에 마련됐다. 전날 자정 기준 분향소에는 1268명의 추모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참사는 지난 9일 오후 4시 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사업지의 버스 정류장에서 발생했다.

 

철거공사 중이던 지상 5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무너지면서 바로 앞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1대가 잔해에 통째로 매몰됐다. 짓눌린 버스 안에 갇힌 17명 가운데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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