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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샐러리맨은 어떻게 건물주가 됐나(上) [김범수의 좌충우돌 경제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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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12 18:00:00 수정 : 2021-06-12 19: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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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등록과 매수, 대출

‘조물주 위에 건물주’

 

요즘 재테크의 끝판왕은 건물주다. 유튜브에는 몇천만원대 적은 금액으로 건물주되는 방법을 소개하는 동영상이 수두룩하고, 유명 연예인의 건물주 스토리는 연예 뉴스의 단골 소재다. 주변에도 건물주의 꿈을 30대에 이룬 평범한(?) 직장인도 적잖다.

 

재테크가 화두가 된 세상, 직장인의 로망인 건물주의 꿈을 30대에 이룬 김모씨의 과정을 살펴봤다. 

 

◆건물주가 되기 위한 첫 걸음… ‘공매’와 ‘임대 법인’

 

직장인 김모(38)씨가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43세대의 원룸 건물을 구입한 것은 2019년이었다. 김씨는 건물주의 꿈을 이루기 위해 비교적 접근하기 쉽고, 관리하기 용이한 원룸 건물을 사기로 마음 먹었다. 오피스 건물은 매입 규모가 큰 경우가 많은 데다가, 사업을 해본 경험이 없는지라 법인 임대인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원룸 건물을 구입한 경로는 공매였다. 법원 경매와 함께 부동산을 시세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다만 법원에서 진행하는 경매와 달리 공매는 민간기업이 주축으로 ‘온비드’ 공매 사이트를 통한다. 또한 공매는 일반적으로 경매보다 더 낮은 가격에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지만, 임차권 문제 등 법적 리스크도 더 큰 편이다.

 

김씨가 공매로 구입한 43세대 원룸 건물의 낙찰가는 약 45억원이었다. 공매에 낙찰이 되면 곧바로 낙찰가의 10%에 해당하는 4억5000만원과 공매 수수료, 세금 등을 포함해 5억원의 기본 자금이 필요했다. 또한 낙찰가의 일정액을 대출로 해결하더라도 약 12억원 정도의 투자금이 필요했다. 즉, 건물을 구입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 자금은 총 17억원 상당이었다.

 

샐러리맨이던 김씨는 당시 17억원이라는 목돈을 갖고 있지 못했다. 김씨가 선택한 방법은 부동산 임대법인을 만들어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해 17억원을 만드는 것이었다.

 

김씨는 친구와 이해관계가 맞는 투자자 11명을 끌어들여 17억원을 마련했다. 투자금 액수에 비례해 지분을 나눴다.

 

김씨는 “투자자를 유치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본 기준은 ‘이해관계’였다”라며 “비슷한 소득과 건물 운영 방향 등 이해관계가 맞는 투자자여야만 장기적으로 함께 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라고 말했다.

 

김씨의 지분은 31%로 최대 주주가 됐다. 김씨가 30% 이상의 지분을 획득한 이유는 다름 아니라 법인을 이끌어나가는 과정에서 ‘반대권’을 유일하게 갖기 위해서였다. 30% 이상의 지분만 있으면 법인 전체의 의사결정은 아니어도 반대권을 통해 지배구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인을 만들고 나니 몇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가장 먼저 대표이사를 선출하는 과정이었다. 김씨는 직장인이라 사내 ‘겸업금지’ 내규로 대표이사가 될 수 없었다. 따라서 개인 사업을 하는 투자자 한 명에게 대표이사직을 맡겼다. 올해부터는 김씨의 어머니를 대표이사로 등재했다.

 

또 다른 문제는 법인 사무실 개설과 세금 문제였다. 투자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싶었던 김씨는 수소문 끝에 소정의 수수료만 지불하면 소규모 사무실(소호) 형태로 법인에 등재해주는 회사를 찾았다. 또한 법인 개설과 관련된 세금을 줄이기 위해 주소지를 밀집지역으로 묶인 서울이 아닌, 경기도 외곽으로 돌렸다.

 

이 같은 준비 절차가 김씨가 구입한 원룸 건물 공매 안내가 붙은 뒤 공매가 시작되기까지 기간인 2개월 만에 끝났다. 공매에 들어가면 일주일 내에 낙찰되는 경우가 많은지라, 미리 공매 낙찰 준비를 하는 게 핵심이었다.

 

김씨는 “투자자를 모아 법인을 개설하고 등록하는 과정까지의 기간이 인생에서 가장 바빴던 두 달이 아닌가 싶다”며 “공매가 시작되고 준비하면 현금부자가 아닌 이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의 ‘꽃’ 대출과 건물 구입

 

부동산 구입 과정의 ‘꽃’이자 가장 긴장의 순간은 언제였을까. 바로 담보 대출에 성공해 통장에 대출금이 들어오기 직전까지일 것이다. 김씨 역시 건물 구입과정에서 가장 긴장의 순간을 꼽으라고 하면 대출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임대 법인을 설립하는 것과 동시에 대출을 물색했다. 김씨가 선택한 대출 경로는 ‘제2금융권’, ‘신탁대출’ 이었다. 

 

우선 신탁회사를 낀 것은 좀 더 많은 대출을 받기 위함이었다. 구조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이렇다.

 

신탁회사가 대출 과정에서 해당 부동산에 대해 보증을 해주는 댓가로 채무자는 돈을 더 많이 빌릴 수 있다. 또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경우 계약서 사본을 신탁사에 제출해야한다. 

 

채권자(은행)는 신탁사를 통해 건물의 관리 과정과 임대차계약 상황 등을 공유하고 원금 또는 이자 회수가 어려워질거라고 판단되면 즉각 공매로 넘길 수 있게 된다. 신탁사는 부동산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일정 부분 지면서 공매나 건물 매매 과정에서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는다. 

 

김씨가 대출을 받은 은행은 제2금융권이었다. 이자율은 제1금융권보다 높지만,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대출을 실행하는 지역 단위의 은행 역시 하나의 법인으로 모든 대출을 하지 않고, 다른 지역 단위의 은행과 함께 연대 대출을 진행했다. 그렇게 김씨가 대출 받은 금액은 30억원이었다.

 

김씨가 1년에 지불해야할 이자 비용은 1억원 이상. 이자 지급을 미루면 김씨의 원룸 건물은 곧바로 공매에 들어가게 된다. 

 

수십억원의 대출을 받을 때 신용불량자가 될 리스크도 컸을 법 하다. 이런 취지의 질문에 김씨는 “그런 공포가 있었다”면서도 “설령 일이 잘못돼 건물이 공매에 다시 들어간다고 해도 자신의 낙찰가와 비슷한 액수에 팔릴 가능성이 높아 대출금 상환은 충분하다는 자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인생에서 가장 바빴던 시간이 임대 법인을 만드는 기간이었다면, 가장 긴장된 순간은 대출을 받기 직전까지의 시간”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대출을 하기 위해 은행의 담당 대출 직원을 열 번 넘게 만나 설명하며 신뢰를 쌓았다”며 “자칫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면 모든 과정이 무산되는 데다가, 자칫 공매 낙찰 지불액(낙찰가의 10%)을 날릴 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투자자 유치와 법인 개설, 대출까지 모두 끝마치고 난 뒤 공매가 시작됐다. 신탁사와 은행과 사전에 적정 낙찰가를 조율했기 때문에 무난하게 원룸 건물을 낙찰 받을 수 있었다. 김씨의 평생 소원이었던 서울 시내 건물주가 되는 순간이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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