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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공약 등장한 주4일제… “시기상조” VS “빨리 도입” [연중기획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입력 : 2021-12-02 06:00:00 수정 : 2021-12-02 09: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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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이 앞당긴 ‘노동의 미래’… 국내 도입 논쟁

근로시간 줄여도 업무 효율 유지 확인
美 기업 27% 시행… 日정부, 도입 실험
워라밸 중시 유럽 다수 국가 정착단계

OECD國 근로시간 2위 ‘과로사회’ 한국
주52시간제 입법도 10년 넘게 걸렸는데…
정부 “논의 시작단계… 국민 공감대 우선”

도입 땐 근로자 임금 감소·기업 고용 위축
생산성 저하·비정규직 양산 등 우려 제기
재계 “기업 손실 보상할 정부 지원책 필요”

일부 대통령 선거 후보가 ‘주4일제’ 추진을 공약하거나 이에 동조하면서 관련 논의가 조만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 주5일제 법제화 이후 19년 만에 재부상한 노동시간 단축 관련 핵심 의제다. 주4일제에 대한 관심을 소환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영향이 크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근무환경이 급변하면서 일부 국가·기업에서 주4일제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런 환경 변화와 일과 휴식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주4일제 도입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선 근로자 근로시간 감소와 이와 관련된 인건비 부담 증가 등으로 도입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라 본격 추진까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다

 

1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현재 주4일제를 공약으로 내건 대선 후보는 정의당 심상정, 진보당 김재연 후보다. 유력 주자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도 주4일제 도입에 긍정적인 모습이다.

이 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간다운 삶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주4일 근무제는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며 “장기적인 국가과제가 되겠지만 4차 산업혁명에 맞춰 가급적 빨리 도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4일제는 앞서 지난 4월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약으로 먼저 등장했다. 당시 후보에 출마한 시대전환 조정훈 대표가 주4일제를 공약으로 발표했다. 민주당의 박영선 후보는 ‘주4.5일제’를 공약했다.

이런 논의의 바탕엔 코로나19 장기화로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진 사회 분위기가 있다. 원격근무와 단축근무 등이 늘었는데, 업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게 속속 확인되면서 근로시간을 더 줄여도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이미 주4일제를 정착시킨 나라도 여럿 존재한다. ‘일과 삶의 균형’(Work & Life Balance)을 유독 중시하는 유럽의 경우 프랑스와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영국, 독일, 아이슬란드 등이 주당 35∼37시간 내외의 주4일제를 시행 중이다.

이웃 일본 또한 지난 4월 집권당인 자민당이 주4일제 추진을 공식화했다. 자민당의 방식은 ‘선택적 주4일제’다. 희망 직원에 한해 주중 4일 근무를 허용하면서 급여를 10~20% 정도 삭감하는 방식이다. 우리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비슷한 성격의 단체인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가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며 주4일제 시행을 적극 반기고 나선 배경이다. 이밖에 남미 칠레에서는 내년 주4일제 시행을 목표로 관련 입법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민간 사이드에서 자발적으로 주4일제를 확산한 경우다. 2019년 미국인사관리협회 통계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27%가 당시 주4일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주4일제 도입에 대한 여러 우려도 존재한다. 근로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2번째로 많은 한국에서 특히 그렇다. 우선 현재 주40시간인 법정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당장 근로자의 임금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대거 양산할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방식대로 현행 급여를 유지하면서 주4일제를 적용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임금 인상에 해당하는 만큼 기업이 인건비 절감을 위한 고용 감소에 나설 수도 있다.

주5일제 시행이 이제 겨우 완료됐는데 바로 근로시간을 더 단축하는 게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있다. 주52시간 근로제는 2018년 3월부터 사업장 규모별로 순차적으로 돼 올해 7월에야 5인 이상으로 전면 확대 적용됐다.

 

이런 이유 등에서 논의와 입법에 10여년이 소요된 주52시간제 도입 때처럼 주4일제 문제가 장기과제로 추진될 개연성이 높다는 게 각계의 시각이다. 당시 주52시간 추진은 근로형태와 생활패턴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 사안이어서 유달리 많은 논란과 노사정 간의 첨예한 대립을 불렀다.

한국 노동 문화의 특성도 무조건적인 근로시간 단축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 상하 조직을 중시하는 동양적인 문화와 신규 고용보다는 초과근로를 선호하는 노동시장의 경직성, 여가보다 소득을 선호하는 근로자 개인의 특성, 적은 휴가 사용 일수 등의 특성을 보인다.

 

따라서 주4일제 논의가 본격화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추진 의지와 손실 보상 등의 개입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스페인은 올해 희망업체 200여 곳을 대상으로 3년 동안 주4일제 근무를 실험하고 있다. 그러면서 새 제도 도입에 따른 기업의 손실은 정부에서 보상하기로 했다. 또 이를 위해 스페인 정부는 5000만 유로의 예산을 책정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주52시간 논의 과정에서도 근로자의 실질임금 감소, 생산성 저하 등에 대한 우려가 커 노동계와 재계 모두가 도입에 반대한 사례가 있다”며 “주4일제 도입 논의에 앞서 장려금 지급 등 노동시장 급변 상황에 대비한 정부의 인센티브가 먼저 제시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주4일제 논의와 관련해 “많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의 ‘주4일제 시행 기업에 인센티브 등 기재부가 적극적으로 할 의향이 없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홍 부총리는 “주6일제에서 주5일제로 오는 데도 한 10여 년이 걸렸다. 잘 안착하려면 충분한 공감대가 먼저인 것 같다”며 “논의 과정이 막 시작 단계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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