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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천사들, 60년간 지구촌 돌며 ‘평화의 날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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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22 17:56:36 수정 : 2022-05-23 1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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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60돌 ‘리틀엔젤스예술단’ 발자취

“전통예술공연으로 韓 이미지 제고”
문선명 총재 뜻 따라 1962년 창단
1965년 美 기점으로 60여개국 방문
1998년 민간 최초 北 평양공연 성사
공연만 7000회… 문화사절단役 톡톡
5월 28일·12월1일 60돌 기념공연
‘문화사절단’ 역할을 톡톡히 해온 리틀엔젤스예술단이 지난 5일 창단 60돌을 맞았다. 사진은 리틀엔젤스의 부채춤 공연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1971년 미국에서 한창 공연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영국으로 가야 한다는 거예요. ‘왜 (영국에) 가냐’고 하니 (엘리자베스)여왕이 1년에 한 번씩 여는 왕실 공연에 초청을 받았는데, 그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생각되는 아티스트들을 불러서 하는 공연에 리틀엔젤스가 일부분을 맡게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국) 공연하다 말고 비행기 타고 가서 잠깐 리허설한 뒤 다음 날 공연했어요. 공연 끝나고 여왕과 (공연장) 로비에서 접견한 이후로 리틀엔젤스가 매스컴도 타고 하면서 더 유명해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열세 살이던 1970년, 리틀엔젤스예술단 특기 단원이 돼 5년 동안 농악단원으로 세계 30개국 순회공연을 하고 이후 국내 공연을 지원했던 최병삼(65)씨가 전한 얘기다. 대한민국이 세계 변방 빈국이었을 때 ‘문화사절단’으로서 우리나라 전통문화예술을 세계에 알리고, 이후 ‘평화사절단’으로 한민족의 평화와 사랑을 전파해온 리틀엔젤스예술단이 지난 5일 창단 60돌을 맞았다. 1965년 미국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60여개 나라를 방문하고 국내외 공연과 TV출연 횟수가 각각 7000회와 600회가 넘는 데서 보듯 리틀엔젤스예술단이 문화·평화사절단으로 우리나라와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한 공로는 대단하다. 이 기간 공연 전후 만난 해외 정상만 50여명에 달할 정도다.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특히 우리나라가 6·25전쟁 상흔이 가시지 않은 채 정치적·경제적으로도 볼품없었던 1960∼70년대 당시 해외 공연은 온갖 역경을 무릅써야 했다.

이와 관련해 최씨가 들려준 일화 한 토막. “저희가 공연장에 도착하면 저녁 한 끼는 보통 한국 음식을 해먹었어요. 지금은 (해외 어디든) 한국 식당과 교민이 많지만 그 당시는 (미국 교민 거주지가) 워싱턴·뉴욕·로스앤젤레스·하와이 정도였어요. 한국 식품을 살 수 있는 데도 없다 보니 한국에서 (김치 등) 부식을 일부 싸가 분장실에서 미제 전기밥솥에다 밥을 해 먹었어요. 하지만 냄새 때문에, 특히 김치 먹기가 굉장히 조심스러웠어요. 지금이야 그(외국) 사람들이 ‘한국김치 좋아요’ 그러지 그때만 해도 김치 냄새에 민감해서 난리가 아니었죠. 그래서 (김치 등) 부식을 꺼내는 순간부터 향기나는 스프레이를 분장실과 공연장에 열심히 뿌렸어요. 밥 먹고 나면 전부 껌도 씹어야 했습니다.”

22일 리틀엔젤스예술단(이하 리틀엔젤스)에 따르면 리틀엔젤스는 1962년 5월 5일 ‘‘세계적으로 전쟁과 고아, 빈곤의 나라로 인식된 한국 이미지를 전통예술공연으로 드높이고 한국인은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임을 알리자’는 취지로 세워졌다. 설립할 때는 ‘선화 어린이 무용단’이었으나 어린이가 ‘평화의 상징’인 점에 착안해 1965년 첫 해외공연 때부터 리틀엔젤스(The Little Angles·어린 천사들)로 바뀌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단원을 뽑아 많은 연습과 시범공연 등을 통해 자신감이 생긴 리틀엔젤스는 1965년 9월 20일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사저 공원에서 해외공연 첫발을 뗐고, 미국 정·재계 유력 인사가 모인 워싱턴 힐튼 호텔에서 첫 공식 무대에 올랐다. 이후 유럽과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에서 세계 순회공연을 하면서 유엔총회 등 각종 국제행사에서 초청 공연을 했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 행사 참여 후에는 대한민국 정식 문화사절단으로 파견되다 1976년 미국 독립 200주년 특별축하 공연 등을 끝으로 해외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후 1981년 리틀엔젤스예술회관(서울 광진구) 건립 등을 통해 재정비한 리틀엔젤스는 1990년부터 해외공연을 재개했다. 특히, 그해 4월 문선명 총재와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 단독 회담 때 모스크바에서 공연하고, 귀국 직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세계일보 주최로 ‘이데올로기 장벽을 넘나드는 자유의 천사들’ 특별 공연을 펼치며 평화사절단 역할을 톡톡히 했다. 1998년에는 민간 최초로 북한 평양공연을 성사시켜, 평화봉화예술극장과 만수대 학생소년궁전 무대에 올랐다. 이 공연은 민간 남북교류 씨앗이 돼 2년 후 평양 학생소년예술단이 서울로 와서 공연했다.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2010년 유엔 참전 16개국을 돈 ‘보은(報恩)공연’ 대장정도 세계적 화제였다. 3차(총 194일)에 걸친 보은공연 기간 중 1만6000여명 참전용사와 가족, 각국 대통령과 총리를 포함한 5000여명 귀빈과 외교사절 등에 ‘은혜를 잊지 않는 대한민국’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또 외국 정상 방한 시 외교행사 특별공연이나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등 굵직한 국내외 행사 무대에 올라 멋진 전통춤과 노래, 평화를 전하는 메시지로 갈채를 받았다.

이는 리틀엔젤스 공연의 예술적 완성도 자체가 뛰어난 것과 무관치 않다. 초창기부터 어린 단원들에 전통 무용과 악기를 가르치는 교사나 공연 시 라이브 반주를 해주는 연주자 면면이 쟁쟁했던 덕분이다. 예컨대 최근 “전통예술 계승에 써달라”며 200억원대 토지를 기부한 무형문화재 이영희(82) 가야금 명인도 반세기 전 해외 순회공연에 나서는 단원들에게 가야금 병창과 산조를 가르친 바 있다. 선발 오디션까지 거친 전속악단 연주자들도 당시 국립국악원 단원부터 훗날 민속악계 명인이 된 실력자로 구성됐다.

김희선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음악인류학)는 지난 1월 리틀엔젤스 창단60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에서 “식민지 해방과 이념 갈등, 민족 전쟁과 분단을 거쳐 매우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리틀엔젤스가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문화사절단 역할을 수행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한국공연예술이 현대로 이양되는 전환기에 어느 국립단체도 하지 못한 지속적인 해외순회공연을 통해 한국적 (공연예술)레퍼토리와 형식, 구성을 실험하고 이후 한국의 해외공연 레퍼토리 구축에 중요한 기초를 제공한 점에서도 리틀엔젤스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며 “앞으로 리틀엔젤스가 (세계적 명성에 걸맞게) 환경이나 불평등과 같은 사회적 이슈와 관련한 예술운동도 전개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틀엔젤스는 오는 28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와 12월 1일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창단 60주년 기념 공연을 한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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