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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순환’이라는 환경보호활동 아시나요?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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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24 11:00:00 수정 : 2022-07-24 11:3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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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무브공작소’를 찾아서

장난감이 가득하다. 새 장난감이 아니라 헌 장난감이다. 고장 난 장난감을 고쳐서 다시 전달한다. 폐기해야만 하는 장난감도 있지만 처리과정을 거쳐 플라스틱 원료로 쓰인다. 환경교육도 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손때가 묻은 장난감을 수리하고 순환시켜 환경을 보호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그린무브공작소를 찾았다.

그린무브공작소 임수현 과장과 사원 정두연씨가 장난감을 수리하고 있다. 한 달에 300여개에서 2000여개까지 수리한다. 대략 60~70%는 고친다고 한다. 직업이기도 하지만 환경을 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그냥 일상이라고 말한다.

현대자동차 안양지점 4층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사무실엔 수리를 마친 장난감, 분해 폐기할 장난감, 교육용 장난감들이 담긴 박스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창문 쪽 작업대에선 임수현 과장과 사원 정두연씨가 수리대장을 들여다보며 장난감을 고치고 있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구조가 많이 복잡하지 않아 고치는 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냥 매일 하는 일이라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없지만 환경에 보탬이 되겠지요.” 그린무브공작소에서 직접 장난감을 고치던 임수현 과장의 말이다. “고쳐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장난감이 많습니다. 수리해서 다시 보내주기도 하지만 기부하는 장난감도 꽤 됩니다. 한국보육진흥원이 지원하는 ‘장난감 선착장’과 아프리카아시아난민교육후원회(ADRF)에도 장난감을 기부합니다. ADRF에 전해진 장난감은 가난한 아프리카와 아시아 아동들에게 전해집니다.”

장난감 스피커를 교체하고 있다. 버리는 장난감에서 쓸 만한 스피커를 모아두었다 그중에서 적당한 것으로 바꾼다.
장난감수리대장. 대장에는 장난감 이름, 사진, 수량, 바코드, 고장 증상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 수많은 장난감을 고치다 보니 수리대장이 필수다.
두 사람이 함께 소방차 장난감을 고치고 있다. 각자 작업하지만 때론 함께 손을 합쳐 수리한다.

한 달에 적게는 300여개, 많게는 2000여개의 장난감이 들어온다. 그중 60~70%를 고쳐 다시 전달한다. 폐기해야 하는 것들은 플라스틱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색깔별로 분해, 분류해 울산에 있는 공장으로 보낸다.

2020년 7월에 문을 연 ‘그린무브공작소’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장난감 순환을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회적기업인 코끼리공장과 함께 설립해 운영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로 현대차의 사회공헌활동 중 환경보전 및 기후변화 대응을 의미하는 ‘그린무브’에서 따왔다.

폐기되는 플라스틱 장난감에서 나온 각종 부품.
같은 색깔의 플라스틱 조각으로 분해, 분류해 놨다.

사무실 한쪽 벽에 걸린 달력에는 고장 난 장난감을 수리해 다시 가져다줘야 할 수도권의 육아종합지원센터 이름과 환경교육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다. 환경교육을 담당하는 유세미씨는 “환경 관련 영상도 보여주고 직접 장난감을 분해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을 버렸다. 또는 당근에 팔았다며 별별 얘기들을 하지만 직접 장난감을 분해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생각들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분해한 장난감 부품 중 근사한 게 있어 다른 용도로 써보겠다며 가져가기도 한 아이도 있었고 어떤 아이는 앞으로 지구를 조금 덜 아프게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하고요.”

수리를 마친 장난감을 정리하고 있다. 새롭게 태어난 장난감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장난감을 넣어둔 박스들이 사무실에 빼곡하다.

“수도권의 기관이나 단체에서 기부하는 장난감은 받고 있지만 개인이 기부하는 장난감은 받지 않고 있어요. 많은 분이 직접 이곳에 와 기부를 하고 싶다고 하시는데 사실 사무실이 비좁기도 하고 여력이 되지 않아서입니다. 제가 주말에 사무실에 나와 일을 보기도 하는데 한 번은 엄마와 아이 둘이 공작소에 연락도 없이 갑작스레 온 적이 있습니다. 장난감도 기부하고 그린무브공작소에서 하는 일을 보고 싶어서라고 하더군요. 아이들이 자기들 손으로 장난감을 분해해보기도 했었는데 너무 재밌다며 가질 않더라고요. 부모님과 아이들이 편한 시간에 맘 편히 그린무브공작소에 들러 장난감도 만져보고 환경 문제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장난감 박스만으로도 사무실 공간이 꽉 차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큼직한 전시체험공간이 마련된다면 더 좋겠지요.” 업무를 총괄하는 최민호 실장의 말이다. 지난 1년 동안 장난감 1만4496개를 수거해 9437개를 수리했고 3112개를 폐기했다. 수리한 장난감의 무게가 11t가량, 폐기한 장난감의 무게가 10t가량으로 모두 합하면 21t이 넘는다. 그린무브공작소가 매일매일 장난감을 수거하고 고치고 나눠주고 있어 아이의 말처럼 지구를 조금 덜 아프게 하고 있다.


글·사진=허정호 선임기자 h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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