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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헌법재판소 '독특한 병렬관계'… 美·日은 최고법원이 위헌심사권 가져 [뉴스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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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06 13:37:34 수정 : 2022-08-06 13: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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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사법체계’ 변천史·해외 사례

우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독특한 ‘병렬관계’에 있다. 현행 헌법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한다. 그런데 사실상 최고법원의 권한인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은 헌법재판소가 갖고 있다. 또 헌법재판소법이 ‘재판소원 금지 규정’(제68조1항)을 두고 있기에, 헌재는 법원 재판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대법원이 헌법재판을 함께 담당하거나, 최고법원과 헌재 사이 위계질서가 있는 해외 사례와는 다른 우리만의 ‘K-사법체계’다.

 

이는 사법부의 아픈 역사와 무관치 않다. 한때는 우리도 대법원이 위헌심사권을 갖고 있었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일이다. 대법원은 1971년 군인 등에 대한 ‘이중 배상’을 금지하는 국가배상법 조항에 위헌을 선고했다. 수많은 베트남전 참전 용사들이 국가배상을 받을 길이 열리게 됐다. 그러자 박정희 정권은 이듬해 유신헌법을 통해 대법원의 위헌심사권을 빼앗아버렸다. 위헌 결정을 내린 대법관 9명은 모두 연임에 실패했다.

 

이처럼 사법부의 독립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아픔, 그리고 권력이 어느 한 곳에 집중돼서는 안 된다는 1987년 민주화 이후의 문제인식 등이 현행 헌법에 반영됐다. 그렇게 대법원은 법률을 구체적으로 해석해 일반 민·형사사건 등에서 최종 판단을 내리고, 헌재는 법률·국가행위 등의 위헌 여부를 따져 국민의 기본권을 구제하는 수평적 사법체계가 탄생했다. 

 

미국·일본은 일반 재판을 담당하는 최고법원이 위헌심사권을 갖고 헌법재판까지 담당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을 유지하거나 파기하는 형식으로 위헌 선언을 내린다. 일본 최고재판소도 직접 위헌심사를 하고, 하급심 재판의 위헌성도 판단한다. 헌법재판소 자체가 없으니 우리처럼 대법원과 헌재 사이 권한 다툼이 발생할 일이 없다.

 

독일·오스트리아 등은 우리처럼 헌법재판소가 따로 존재한다. 독일은 연방헌법재판소가 연방대법원보다 우위에 있는 최고법원이다. 재판소원도 가능하다. 오스트리아는 민·형사최고법원, 행정재판소, 헌법재판소 3개를 최고법원으로 둔다. 오스트리아는 1920년 세계 최초로 헌법재판소를 설립, 우리나라 제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오스트리아 헌재의 지위를 두고 우리 대법원과 헌재는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대법원은 ‘세 법원이 동등하다’고, 헌재는 ‘헌법재판소가 우위에 있다’고 보는 식이다. 

 

우위성의 기준이 되는 ‘재판소원’ 여부로 보면, 오스트리아 헌재에서도 민·형사·행정 최고법원에 대한 재판소원은 불가능하다. 다만 2012년 헌법을 개정해 1심 행정법원 판결의 위헌성 여부를 다투는 불복 소송을 헌재가 심판하도록 했다. 즉 1심 행정법원 판결을 헌재가 취소할 수 있다. 실제로 2019년 오스트리아 헌재는 앞서 빈 행정법원이 축구장에서 경찰을 비난하는 내용의 깃발을 흔든 이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판결을 “헌법이 보장하는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파기했다. 스페인 헌재도 재판소원을 허용한다. 대신 기본권 침해 회복 등에 한정하고, 법원 판단을 심사하는 것은 자제한다. 

 

법조계에서는 우리 실정에 맞는 답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선택지는 3가지다. 미·일처럼 대법원이 헌법재판 기능을 회복할 것인지, 개헌을 통해 위계질서를 정리해 권한 다툼의 여지를 없앨 것인지, 현 상황을 그대로 유지할지다.

 

헌재 출신 한 변호사는 “독일의 헌재가 최고법원이 된 건 나치 시절 법원이 제 역할을 못 한 영향도 있다”며 “해외 사례를 좇을 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역사·상황을 고려해 가장 알맞은 사법체계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부장판사도 “재판소원을 인정하면 사실상 ‘4심제’가 되는 것인데 이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어느 한쪽이 우위에 서기보단, 지금처럼 서로 적절히 견제하는 관계가 우리나라엔 맞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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