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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급식’ 캣맘 살해 협박까지… 도 넘어선 혐오

입력 : 2022-08-08 07:00:00 수정 : 2022-08-08 08: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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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협박 재판에 촉각

“너도 없앨거다·흉기 구입” 등
피의자 2021년 8월부터 협박 편지
시민단체, 유사 사건 추가 고발

동물, 아직 법률상 물건으로 분류
개정안 통과시켜 지위 개선 필요

“도둑고양이 새끼 3마리 죽였다. 동물학대 아닌 유해동물 사냥이다. 계속 그러면 언젠가 너 차례다.”

 

“다시 도둑고양이 사냥을 시작한다. 경고는 결코 빈말이 아니다. 너도 없앨 거다. 이미 흉기 구매 완료.”

 

“길고양이 급식중단할 것. 어길 시 모든 피해는 길고양이에게 돌아감. 길고양이 가족이 어디 사는지 알고 있음. 답장 부탁함. 뚱뚱하고 단발머리 캣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한강공원 인근에서 길고양이를 돌봐온 ‘캣맘’ B씨에게 지속적으로 협박편지를 보냈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말라면서 말을 듣지 않으면 고양이뿐 아니라 B씨도 살해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협박편지는 해가 지나 올해 1월이 돼서야 멈췄다. 피부 면역 질환을 앓을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와 공포에 시달리던 B씨는 시민단체 ‘동물권행동 카라’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카라 활동가들이 한강 주변에서 현장 점검을 하던 중 A씨로 추정되는 인물과 마주친 뒤로 편지는 오지 않고 있다.

 

캣맘 협박 편지 지난해 한강 인근에서 발견된 협박편지. 캣맘을 대상으로 한 협박편지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어졌다. 시민단체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7일 법원에 따르면 오는 18일 협박죄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첫 재판이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다. 카라가 수년 동안 진행한 동물학대 관련 소송 중 캣맘에 대한 협박죄가 재판까지 이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캣맘에 대한 협박 사건은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길고양이 급식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캣맘을 위협하는 언행을 하곤 했다. 하지만 협박죄가 성립할 정도는 아니었다. 카라는 “이번 경우는 명확한 살해 메시지를 담고 있고, 같은 장소에서 장기간 지속됐다는 점에서 협박죄가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캣맘을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1개뿐이다. 지난해 9월 캣맘 주민 때문에 자신의 집 주변에 고양이가 나타난다며 골프채로 캣맘을 위협한 사건이다. 인천지법은 특수협박죄로 기소된 피고인에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해당 사건은 A씨처럼 길고양이를 인질로 삼으며 동물학대를 예고하지는 않았다.

 

동물학대범들이 길고양이를 인질로 삼을 때 캣맘들은 길고양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지난 6월 포항 시내에서 새끼 고양이를 죽인 뒤 노끈으로 목을 묶어 공중에 매단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해당 고양이를 보살펴온 캣맘은 학대자로부터 고양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빠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에 카라는 같은 달 포항북부경찰서에 해당 사건 피의자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협박죄로 추가 고발했다. 피의자가 A씨처럼 캣맘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지는 않았지만,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고양이 사체를 ‘야생고양이 불법 먹이 투기 행위 금지’라고 써붙인 경고문 앞에 매달아 놓는 등 피해자의 공포심을 불러일으킬 행동을 했기 때문에 협박죄 성립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도 협박죄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변호사는 “협박죄는 사람이 공포심을 느끼거나 두려움을 느끼면 성립하는 범죄”라며 “예를 들어 경고문으로 ‘당신의 아이를 해코지하겠다’고 하면 그건 보호자를 향한 간접적인 협박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일종의 ‘놀이’처럼 이뤄지던 캣맘 혐오가 오프라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길고양이 학대 인증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오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을 조롱하고 모욕했다는 것을 인증하는 글들도 종종 올라오고 있다. 카라는 “A씨가 협박편지에서 길고양이를 ‘유해동물’로 칭했는데, 이는 길고양이 학대 커뮤니티에서 많이 사용되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최민경 카라 정책행동팀장은 “사법부가 동물학대 행위의 치밀함과 잔혹성에 상응하는 처벌을 해줘야 동물학대가 범죄라는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 처벌이 솜방망이인 데는 아직 법률상 동물이 물건으로 분류된다는 영향이 있는데, 국회에 계류돼 있는 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동물 지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 등은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돼 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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