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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방불’ 中 군사훈련에도… 대만주민 “일상은 계속될 뿐” [르포-군사충돌 위기의 대만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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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07 19:27:33 수정 : 2022-08-08 09:2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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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쏘고 전투기 잇단 출몰
전시 방불 상황 속 평온한 주말
언론도 특보 없이 예능 내보내

대만軍, 본섬 접근 中군함 상대 교전보다 ‘밀어내기’ 대응
中, 훈련기간 내 화력시위 벌여
중간선 넘은 군용기 104대 달해

대만선 9일부터 맞대응 훈련
3일간 중국군 상륙 저지 포격
사이버 공격 대응전략도 수립
中 IT제품 사용금지 확대 병행
양안 군사 긴강 계속 이어질 듯

“일상은 계속될 뿐이다.”

 

중국군이 쏘아 올린 탄도미사일이 대만 상공을 지나가고, 중국군의 전투기와 함정, 무인기가 잇따라 출몰하는, 전시를 방불케 하는 상황에서도 대만 주민은 큰 동요 없이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있다.

 

6일 대만 수도 타이베이 장제스 기념관 앞에서 관람객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군이 가공할 대만 포위 훈련을 계속한 주말에도 타이베이(臺北)를 포함한 대만 전역의 주민은 비교적 평온하게 보내는 분위기다. ‘통일작전리허설’(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로 규정된 대대적 군사훈련이지만 7일 대만 방송은 특보나 특별편성 없이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나드는 중국군의 훈련만 간간이 보도할 뿐 편성표대로 예능방송도 내보내고 있다. 

 

타이베이 시민 아이비(23)씨는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면서 걱정되지는 않냐는 물음엔 “전혀 그런 느낌은 없다. 일상은 계속될 뿐(Life goes on)”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맨인 마이크 챈(40)씨도 “하루하루 살기 바쁜 상황에서 큰 염려는 하지 않는다”며 “뉴스를 봐도 심각하게 보기보단 그냥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내의 표정은 일촉즉발의 군사 위기와는 거리가 있다. 대만 외교 소식통은 “북한 도발에 대한 한국 국민의 반응처럼 대만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1950년대와 1990년대 1∼3차 대만해협 위기를 직접 겪지 않은 젊은 세대일수록 안보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고 한다. 챈씨는 “확실히 젊은 세대보다 부모님 세대가 더 걱정하는 것은 맞다”고 했다.

 

중국해군 장교가 5일 군함 갑판에서 쌍안경을 들고 인근에서 기동하고 있는 대만해군 프리깃함(호위함) 란양함 동태를 감시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타이베이의 한국 교민 반응도 비교적 담담하다. 대만 현지 주재원으로 근무 중인 이모(37)씨는 서울에서 휴가를 보낸 뒤 대만으로 돌아오기 위해 국적기를 예약했다가 결항해 대만의 중화항공을 타고 복귀했다. 그는 “타이베이 교회에 결항소식을 알려도 소식을 전혀 몰라 중국군 군사훈련 때문이라고 설명했더니 그제야 알더라”며 “공항에 배웅 나온 부모님은 ‘괜찮은 거냐’고 걱정하시는데 대만인보다 한국에 있는 한국인들이 더 불안해하는 것 같다”고 했다.

 

대만 내부의 냉정함과는 달리 양안(兩岸: 중국과 대만) 충돌 위기는 아슬아슬하게 계속됐다. 대만을 관할하는 중국군 동부전구(戰區)는 이날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계획에 따라 7일 대만 주변 해상과 하늘에서 실전 합동훈련을 계속했다”며 “합동화력의 지상타격과 장거리 공중타격 능력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고 밝혔다.

 

중국군은 훈련기간(현지시간 4일 낮12∼7일 낮12시) 첫날인 4일 대만 북부, 남부, 동부 주변 해역에 총 11발의 둥펑(東風·DF) 계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대만해협에 장거리포를 쏟아붓는 등 미국과 대만을 동시에 겨냥한 전례 없는 화력 시위를 벌였다. 또 각종 전투기와 군함이 연일 대만해협 중간선을 월선했다. 4~6일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은 군용기가 모두 104대에 달한다. 중국과 대만의 비공식 경계인 중간선을 사실상 무력화한 것이다.

 

중국군이 이날 공개한 영상에서는 중국해군 구축함이 지난 5일 대만 본섬 해안이 보이는 수역까지 진출해 대만 군함과 근거리 대치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대만군은 본섬에 접근하는 중국 군함에 밀착 접근하면서 전면 교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함포나 총기 등 무기 사용보다는 진로 방해나 ‘밀어내기’를 통해 중국 군함을 영해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전술을 구사한 것이다.

 

중국 대륙과 인접한 대만의 최전선 진먼다오(金門島)엔 중국군 무인기로 추정되는 비행체가 진입해 대만군이 신호탄을 발사하는 등 고도의 경계태세가 지속됐다. 진먼다오는 중국 푸젠(福建)성과 1.8㎞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대만의 최전방 도서(島嶼)로 한국의 백령도 같은 섬이다. 

 

중국군은 또 6일부터 서해 남부 일부 수역에서 15일까지 예정된 실탄사격에 들어갔다. 중국 해사국은 훈련기간 매일 오전 8시∼오후 6시 실탄사격을 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대만 포위 군사훈련이 7일 사실상 종료됐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군의 대만 포위 훈련과 관련해 공식 트위터를 통해 “중국군이 대만을 공격하는 모의훈련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7일 대만 신추의 공군기지에서 대만 공군 소속 미라주2000 전투기 2대가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대만군도 이에 따라 맞대응에 나섰다. 대만 육군은 중국군의 포위 군사훈련에 맞서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남부 핑둥(屛東)현 인근에서 중국군 상륙 저지의 핵심전력인 155㎜ 곡사포 78문과 120㎜ 박격포 6문을 동원한 대규모 포사격 훈련을 한다고 대만 중앙통신(CNA)이 이날 보도했다. 대만군은 중국군 훈련 직후 대규모 실사격 훈련을 벌여 중국의 군사적 압박에 위축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만 당국은 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문 전후 발생한 중국발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산 정보기술(IT) 제품의 사용 금지 확대에 나섰다고 대만 연합보가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선룽진(沈榮津) 대만 행정원 부원장(부총리 격)은 5일 열린 정보안전회의에서 중국산 IT 제품의 사용금지 범위를 공공기관 내 모든 장소로 확대하도록 지시했다. 선 부원장은 회의에 참석한 부처 책임자들에게 대만철로관리국 산하 자산개발센터가 임대한 광고송출용 디스플레이의 해킹 사례를 들면서 주의를 촉구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중국산 IT 제품 사용금지 범위가 정부기관 및 정부기관 관련 외부업체 등에서 공공기관 내 외주 상가, 주차장 등으로까지 확대됐다. 이번 조치는 펠로시 의장 방문 전후 대만 총통부, 외교부, 국방부, 타오위안(桃園)국제공항, 대만철로관리국, 대만전력공사(TPC)의 웹사이트나 전산시스템이 사이버 공격을 받은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AFP연합뉴스

한편 미국 백악관은 6일(현지시간) 중국군이 대만공격 모의훈련을 했다는 대만 국방부 발표와 관련해 중국에 대해 “도발적이고 무책임하다”고 규탄했다.

 

백악관은 대변인 명의로 “이런 활동은 현상을 변경하려는 중국 측 시도”라면서 “이는 도발적이고 무책임하며 오판의 위험성을 키운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대만해협에서 평화와 안정을 지키려는 우리의 오랜 목표에도 어긋난다”며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은 전 세계가 기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이베이=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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