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공무직 2300명 정년 단계연장
대구도 전국 지자체 첫 412명 ‘결정’
전북·경북 등 “불가피한 상황… 검토”
타 지자체들 확정한 곳 없이 ‘논의만’
職 형태 다양… 일률적 기준 적용 어려워
서울시 “한 제도로 꿰맞추기 쉽지 않아”
강원도·광주시 등도 “검토 안해” 입장
촉탁직 등 계속고용… 실효성 의문 제기도
“장기적 인력 수요 파악 뒤에 논의해야”
“정년 연장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행정안전부가 시작은 했지만 확산 추이를 살펴본 뒤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입니다.”(시·도 관계자)
행정안전부에 이어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대구시가 공무직근로자의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하면서 지방자치단체 공무직의 정년 연장이 화두로 떠올랐다. 공무직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정년 연장을 주장하는 흐름이 거세지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현실적 문제로 ‘난감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관련 내용에 대해 검토에 들어간 지자체도 있는 반면 정년 연장 관련 내부 논의를 하지 않는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무원과 달리 공무직은 개별 지자체나 기관의 결정에 따라 정년 연장을 시행할 수 있어 각 지자체가 이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공무직이란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에 소속된 정규직 근로자를 일컫는다. 공공기관 소속이지만 일반 공무원과는 구분된다. 문재인정부가 2018년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만들어진 직종으로 정년이 보장된 무기근로계약직이다. 공무원처럼 정부가 고용하지만 민간 근로자와 동일하게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다. 전국 약 40만명, 광역·기초지자체의 공무직은 합산 7만여명으로 추산된다.
◆“공무직 정년 연장 불가피”
27일 행안부는 지난달 20일부터 소속 공무직근로자 2300여명의 정년을 단계별로 만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행안부 공무직 등에 관한 운영 규정’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행정기관에서 공무직 정년 연장의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기존에도 정년이 65세였던 민간 위탁용역 전환자와 이후 공무직으로 신규 채용된 근로자의 형평성 문제로 정년을 변경했다는 설명이다.
각 지자체도 공무직 정년 연장을 공론화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달 22일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본청과 산하 사업소의 공무직근로자 412명의 정년을 연장하기로 했다. 시는 내년 상반기 퇴직자부터 정년 연장 규정을 적용하고, 향후 5년간 매년 1년씩 공무직근로자 정년을 연장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정년 연장 추진은 고령화와 국민연금 개시 연령에 따른 소득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를 중심으로 공무직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 공무직·촉탁직 근로자로 구성된 전국자치단체공무직본부 서울지역지부는 이달 초 결의대회를 열고 “행안부 발표 후 홍준표 대구시장도 하루 만에 정년 연장을 결단했다. 정년 연장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며 정년 연장을 요구했다. 대전시·구공무직노조는 앞선 올해 7월 대전시에 단체협약 교섭에서 정년을 현행 만 60세에서 만 61세로 연장하는 안을 요구안으로 냈다.
일부 지자체는 공무직 정년 연장이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보고 관련 검토에 들어갔다. 국가·지방공무원법을 적용받는 공무원과 달리,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공무직은 해당 지자체나 기관의 단체 협약을 통해 근로조건을 개별적으로 정할 수 있다.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 공무직의 정년 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한 광역단체 관계자는 “공무직 정년 연장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도는 향후 공무직 노조의 정년 연장 요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실무 차원에서 검토 중이다. 경북도는 공무직 노조가 정년 연장을 단체협상 안건으로 상정하면 검토할 방침이다. 전남도·충북도·제주도 등도 향후 공무직 노사 협약 시 안건으로 정년 연장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다른 지자체나 기관의 내용을 살피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공무직 정년 연장은) 노사 협의로 논의해야 할 사안으로 공무직들의 요구가 있으면 예산 등 세부 사안을 검토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효성·예산 문제… “검토 안 해”
그러나 대구시의 발표 이후 한 달이 넘도록 공무직 정년 연장이 실질적으로 확정된 곳은 없다. 여러 지자체는 세계일보에 정년 연장 여부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무직의 정년 연장 여부에 대해 “내부적으로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고, 구체적인 검토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공무직은 시청·자치구·산하 공공기관 등을 포함해 3100여명 수준이다. 이 관계자는 “공무직의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일률적인 기준을 가지고 접근하기는 어렵다”며 “하나의 제도로 꿰어맞추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지자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강원도·광주시·인천시·울산시 등은 공무직 정년 연장을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실효성 등 다양한 현실적 장벽에 막혀 있는 탓이다. 예산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공무직 정년 연장 시 지자체가 예산도 부담해야 하는데, 이와 같은 문제로 섣불리 공무직 연장 논의를 시작하지 못하는 지자체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설관리 공무직이 대부분인 행안부와 달리 지자체에는 다양한 직종의 공무직이 많아 이들에 대해 일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원도 관계자는 “행안부는 이번 공무직 정년 연장이 전국에 시행하겠다는 신호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며 “공무직 연장 논의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기존에도 정년에 도달한 공무직근로자를 촉탁직(회사와 계약을 체결해 계약직으로 계속 근로하는 형태)으로 전환해 실질적으로 계속고용을 실시해 왔던 만큼, 정년연장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에서는 정년이 60세로 묶여 있는 공무원과의 형평성 문제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사정도 고려하고 있다. 한 광역지자체 관계자는 “공무원 정년 연장 논의가 선행된 후 공무직에 대한 논의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은 만큼, 장기적인 인력 수요 파악을 선행한 뒤에 정년 연장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남재걸 단국대 교수(행정학)는 “한 번 늘어난 조직을 줄이기란 힘들다”며 “공무직 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고려해 철저한 장기 인력 계획을 수립한 뒤, 향후 인력 부족 여부 등 정년 연장이 합리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관련 논의가 충분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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