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훔치다 ‘들통’...고용주 살해 후 “자전거 사고 났어요” 위장한 종업원

광주지법. 연합뉴스

과거 회삿돈을 훔치다가 들통이 나고 이를 갚는 과정에서 또다시 돈에 손을 대 발각되자 사장을 살해하고 자전거 낙상 사고로 위장한 30대 종업원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박재성)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3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또 5년간 보호관찰과 함께 피해자 유족에 대한 접근 금지, 흉기 소지 금지 등 특별명령도 부과했다.

A씨는 지난 5월26일 오후 10시쯤 전남 장성군에 위치한 중고 카라반 판매업체에서 사장 B씨를 뒤에서 덮친 후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해당 업체에서 근무하던 종업원으로 확인됐다.

A씨는 2년 전 B씨의 돈을 훔치다가 들킨 뒤 매달 200만원씩 상환했다. 그러나 이에 불만을 품고 또다시 회사에서 몰래 수수료를 챙기다가 발각됐으며, 추궁을 당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범행 직후 피해자가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진 것처럼 사고사로 위장했다. 이 과정에서 범행 현장에 오랜 시간 머무르며 폐쇄회로(CC)TV 영상을 삭제하고 휴대전화를 숨기는 등 증거를 인멸했다.

이튿날에는 “사람이 쓰러져 있다”고 직접 경찰에 신고를 접수하기도 했다. 수사 과정에서 A씨가 피해자를 살해한 후 알리바이를 위해 B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사고 정황을 꾸미기 위해 하루 동안 B씨의 시신을 숨긴 것이 드러났다.

이에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법원에서 A씨는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사고사 위장 시도와 살인의 고의성 등은 부인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돈을 훔치다 들켜 각서를 쓰고 갚아야 할 돈을 자신이 받던 월급에서 선공제하는 데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를 뒤쫓아 걷다가 제압한 뒤 2분가량 목을 조르는 등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범행 3주 전에는 ‘살인’, ‘과실치사. 등을 인터넷에 검색하고 교도소 후기를 찾아보는 등 계획범죄로 보이는 점, 냉정하고 주도면밀하게 범행한 점, 여전히 고의를 부인하며 사죄하지 않는 점,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종합해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박가연 온라인 뉴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