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일부 자료만 임의제출 받아
조지호·김봉식 ‘내란혐의’로 체포
공수처장 “내란수괴 긴급체포 가능”
한총리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정식 심의도 안 해… 절차·실질적 하자”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이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나서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긴급 체포 의지를 강조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본부장)은 1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군 합동참모본부, 경찰청,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 선포 전후로 열린 국무회의 관련 기록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압수수색영장에는 윤 대통령이 내란, 군형법상 반란 등의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적시됐다.
다만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진 못했다. 경찰은 진입을 가로막는 대통령실·경호처와 협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당일 집행 시한인 일몰 시간 이후 오후 7시42분쯤까지 8시간 동안 대치했다. 대신 경호처로부터 극히 일부의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았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체포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하라고 요구하자 “저희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하겠다”며 “상황이 되면 긴급체포 또는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를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오 처장은 ‘내란 수괴는 영장 없이 긴급 체포할 수 있지 않느냐’는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 질의에 “가능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된 핵심 관계자들의 줄체포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 특수단은 이날 새벽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내란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전날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추가 조사를 바탕으로 윤 대통령을 향한 ‘내란 수괴’ 혐의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이날 김 전 장관을 상대로 계엄 당시 윤 대통령의 구체적 지시와 김 전 장관이 계엄군에게 내린 지시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위헌·위법한 계엄 선포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계엄군 지휘관들에게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 병력을 투입하도록 지시한 혐의(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김 전 장관이 구속된 후 첫 소환이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포고령을 직접 수정했다고 특수본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피의자와 참고인에 대한 조사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경찰 특수단은 전날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것을 통보하고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대해 “절차적·실질적 하자가 있었다”고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긴급현안 질문에서 말했다. 한 총리는 “(당시 국무회의에서) 정식 심의가 없었다. (회의록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계엄을 선포하기 전에 거쳐야 하는 국무회의 심의 절차가 졸속으로 진행됐음을 인정한 것이다.
아울러 한 총리는 당시 국무회의와 관련해 온라인·오프라인 등으로 부서(副署)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부서는 법령이나 대통령 국무에 관한 문서에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함께 서명하는 것을 뜻한다. 헌법 82조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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