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길 없는 그런 세상에서 암기력으로 줄 세우면 안 돼”
“2032년부터 바뀐 대입안 적용 목표…AI 교과서 예정대로 사용”
“진보, 보수 떠나 자율·균형 교육…서울교육청과 균형교육 협업”
‘경기교육’ 저력 확인…차기 교육감 재선 도전에는 ‘확답’ 피해
“진보, 보수를 떠나 학생을 위한 교육 방향에선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봅니다. 자율과 균형 중 어느 한쪽만 강요하는 것 역시 옳지 않습니다. 최근 도교육청이 개최한 ‘유네스코 교육의 미래 국제포럼’은 교육감이 아닌 경기교육인 모두의 힘으로 치러졌고, (청와대 비서실장·국회의원 등) 정치권이나 대학을 거쳐 오는 교육감은 제가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29일 경기도교육청 광교 청사에서 가진 신년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교육’을 강조했다. 창의력 중심의 자기주도학습이 입시를 넘어 대학까지 연결돼야 흉내에서 벗어나 미래를 준비하는 진정한 교육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며 ‘방향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도교육청이 공을 들인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최근 국회에서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된 데 대해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도교육청이 주도적으로 대입 개편안을 준비한다는 사실부터 전했다. “대학입시를 바꿔 2032년부터 적용하는 걸 목표로 테스크포스팀(TF)을 운영하고 있다”며 “정해진 길이 없는 세상에서 암기력으로 줄 세우기 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내년 1월까지 윤곽을 잡고 시·도교육감, 대학별 논의를 거쳐 상반기까지 교육 당국 설득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이 입시 개편에 나선 이유에 대해선 “현재 국내 유·초·중·고 교육은 방향은 잘 잡았지만 대학입시를 만나면 다 허사가 된다. 그런 차원에서 개편을 제의했고 내신평가, 수능, 대학별 선발의 세 가지를 바꿔 창의적이면서도 공정한 평가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학교생활기록부를 정교하고 광범위하게 작성하고, 교내에서 1차 평가는 AI 등에 맡긴 뒤 2차 평가는 전문 교사를 두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학교활동 기록과 관련해서도 과거 조국 사태 등의 문제점을 보완하도록 여러 방안을 정리하고, 대학에 자율권을 줘 상대·절대평가를 병행하는 걸 논의하자고 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명박정부에서 함께 일한 20년 지기로, 임 교육감의 도교육감 인수위원장을 맡았을 만큼 친밀한 사이다.
그는 내년 도입이 예정된 AI 교과서를 두고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라는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통과된 데 대해선 “AI 디지털교과서를 일반 교과서와 함께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교육부 조항과 법이 충돌하는 문제가 생겼다”면서도 “일단 내년 한 해는 사용해보고 시·군별 결과를 종합해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래교육 운영체계의 제3섹터인 ‘하이러닝’의 고도화와 관련해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관련 콘텐츠도 7만개나 올라와 있고 수학 한 과목만 해도 도교육청에 60여명이 참여하는 교사 연구회가 운영돼 다양한 콘텐츠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유네스코 교육의 미래 국제포럼’과 관련해선 “경기교육인의 손으로 충분히 경기교육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 성과”라며 “경기교육의 방향이 세계적으로 공인됐고 이를 토대로 서울시교육청과 한국형 ‘보이텔스바흐 협약’(미래 지향적 숙의형 토론 교육 원칙)을 맺고 교육 과정을 공동으로 진행하려 한다”고 전했다.
취임 후 성과에 대해서도 “첫해에는 설계도를 그리는 데 집중했고 둘째 해에는 설계도에 따라 집행했으며 올해의 경우 설계에 따른 집행이 학교현장에 뿌리내리도록 현장화하는 시기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는 우리가 스스로를 ‘경기미래교육청’으로 명명하고 새 출발 하려 한다. 자율의 힘이 현장에서 나타나도록 틀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 2월에는 미국 하버드대를 방문해 교수와 학생을 상대로 이틀간 미래 교육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임 교육감은 “학교는 기본적으로 조심스럽고 보수적 속성이 있다”며 “교육은 자주 변하면 안 되는데 전임 교육감에게 중요하고 필요한 사람이면 저한테도 그랬다. 교육감으로 오면서 외부에서 여러 리스트를 받았지만 거리를 뒀고, 교육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을 둘러싼 여러 정치 시나리오와 차기 교육감 재선 도전을 두고는 “(교육감을 다시 하고 싶다고) 되는 건 아니다”라며 확답을 피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