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 중국 대기오염→한반도 대기질 악화
매서운 한파가 지나가고 황사에 시달려야 하는 초봄이 시작됐다. 날도 따뜻하고 하늘도 맑은 ‘좋기만 한 봄날’이 사라진 지는 오래다. 우리는 왜 따뜻하거나 맑거나 둘 중 하나만 누려야 하는 처지가 됐을까.
26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매우나쁨 수준인 85㎍/㎥까지 치솟았다. 27일에도 황사가 유입되며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관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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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는 25일 중국 북동지방에서 시작돼 26일 오전 국내에 유입, 27일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릴 예정이다. 환경부는 27일부터 31일까지 본격적으로 초미세먼지 저감 대응에 나선다고 밝혔다.
황사 유입은 날씨가 풀리는 것과 시기가 정확히 일치한다. 황사의 발원지는 널리 알려진대로, 중국 북부지방과 몽골이다. 이들 지역의 황사가 중국의 대기오염 물질과 결합한 뒤 한반도를 향해 더욱 더 악화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 시기 황사가 심해지는 이유는 겨울철과 초봄에 비가 적게 내리며 중국과 몽골의 토양이 건조해지기 때문이다. 몽골과 중국 사막에는 나무가 적어 바람이 불면 쉽게 흙먼지가 날아오른다. 이것이 편서풍(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바람)을 타고 한반도로 유입되는 것이다.
하늘에도 해류처럼 공기가 흐르는데, 한반도 북쪽에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제트 기류’가 흘러간다. ‘공기의 강’인 셈이다.
이렇게 황사가 불어닥쳤을 때 한반도 상공에 고기압이 자리잡으면 무거운 돌을 올려놓을 것처럼 대기가 정체돼 황사가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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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황사 시즌과 날씨가 풀리는 것이 정확히 일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날씨가 추우면 땅이 얼어 황사가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고비사막과 내몽골지역 등 중국과 몽골의 사막지대에 눈이 덮여 있으면 흙먼지가 쉽게 날리지 않는다.
그러나 기온이 상승해 눈이 녹으면 촉촉한 것도 잠시, 이 지역은 급격히 건조해지는 특성을 보인다. 이렇게 땅이 바짝 마르면 흙먼지가 일어나고 편서풍과 함께 한반도로 이동한다. 만약 봄철에 충분한 비가 내린다면 황사가 완화되겠지만, 건조한 날씨가 지속될수록 황사는 더욱 지독해진다.
중국과 몽골 지역의 빠른 사막화도 주범 중 하나다.
중국은 도시 확장과 농경지 개간으로 사막화가 심해지는 지역이 늘고 있다. 농업용지를 확보하기 위해 숲과 초지를 개간한 데 이어, 지하수를 농업용수로 사용하면서 땅이 메마르고 토양 침식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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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가축 방목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몽골과 중국 북부 지역에서 풀을 뜯어먹는 가축의 수가 늘면서 초지가 빠르게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풀을 지나치게 뜯어먹으면 뿌리까지 손상 돼 땅이 맨흙 상태가 되고, 이 상태에선 바람이 불면 쉽게 흙먼지가 날리게 된다.
과거에는 나무와 풀이 토양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개발과 가축 방목으로 그 기능이 약해지고 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중국∙몽골의 사막화 방지 프로젝트에 우리도 참여하고, 국내적으로는 저감 조치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떤 이웃을 뒀느냐는 지정학적 상황뿐 아니라 국민 건강 문제와도 연결된다.
개인 건강을 위해 황사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을 자제하는 생활 수칙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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